이 책은 황두진 건축가가 제안하는 대안 건축 유형으로 매스컴에서 소개해 화제가 되었던 ‘무지개떡 건축 ‘ 유형에 대한 일종의 이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론서라고 언급한 이유는 이 책이 ‘무지개떡 건축 ‘이라는 대안적 건축 유형에 대한 개념과 그 대안을 제시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무지개떡 건축’이란 주상복합 건축의 한 유형으로 저층, 중층, 상층부에 각각 다른 용도의 기능을 넣는 방식의 건축 방식을 말합니다. 복합이라는 개념은 주거와 짝을 이루는 다른 기능, 즉 상업 기능이나 공공시설 같은 가능이 한 건축물 안에 공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고 대부분 저층부에 위치한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 시설을 통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현재 단일 용도로 구획지어진 현재 서울의 도시 형태는 결국 도시의 팽창 ( urban sprawl)을 유발해 도시 주변의 환경을 파괴하고 이런 수평적 팽창으로 에너지 비효율과 교통비용 증가, 그리고 출퇴근 시간의 증가로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서울의 도시형태를 바꾸기 위해 본격적 주상복합건축물인 무지개떡 건축을 통해 도시의 밀도를 높이고 수평적 팽창이 아닌 수직적 팽창을 통해 적은 대지를 사용해 결국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 편견일 수도 있고 사실( fact) 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이 역사적 관점에서 서울이 어떻게 ‘수평적 팽창’- 강남으로 잠실로 그리고 목동과 상계동으로-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서울이 어떻게 세계에서 유래를 찿을 수 없이 빠르게 도시화되면서 ‘아파트 숲’이 되었는지의 과정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 책은 서울의 수평적 팽창을 막으면서 아파트의 대안으로 주상복합건축의 한 유형을 제안하는데 있습니다.
실제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그 제안 자체로서 출발점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책의 도입부에 한국에서 잘못 이해되고 있는 주상복합의 개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즉 한국에서는 건축회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주상복합’건축물이 지어지고 이름과 다르게 거주공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책의 자매편인 ‘도시적인 삶(2017)’을 곧 읽을 예정이며, 고밀도의 도시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을 담은 Edward Glaeser의 ‘Triumph of the City (2012)’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흔히 한국의 급속한 도시화와 경제발전을 한국의 특징으로 자랑스러워 하는데 저는 시각을 조금 달리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거의 200년 가까이 걸린 도시화를 한세대, 즉 약 30여년에 걸쳐 이룬 것이 과연 자랑할만한 것인지 의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군사독재정권이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여 수용소처럼 주거지를 찍어낸 것이 서울의 도시화였고 이를 위해 농업을 버렸습나다. 모든 가치가 ‘속도’에만 집중된 상황은 절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효율적으로 건축물 짓는 방법을 몰라서 오랜 시간 도시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삶을 생각하고 각기 다른 건축물의 개성을 생각한다면 결코 ‘속도’에만 집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현 여부를 떠나 건축 전문가들이 획일적인 도시 경관을 바꿀 대안을 찿기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직주근접(職住近接)에 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책에서 언급한 직주근접, 즉 직장과 거주지가 가까워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코로나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의외로 우리에게 빨리 다가왔습니다. 직주근접의 한 방식으로 거론된 ‘재택근무’는 코로나 발발을 계기로 꽤 심각하게 대안적 업무방식으로 거론되고 있고 주택의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