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김훈 작가의 문체를 편애하는 입장에서 유명한 에세이집인 ‘밥벌이의 괴로움’은 읽어보고 싶어 중고로 이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2003년 출간된 에세이집이니 벌써 17년이나 지난 책이고 내용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내용도 있습니다. 아주 짧은 소픔들이 함께 묶인 책입니다.

초기의 글이라서 그런지 ‘남한산성’에서 보이던 농축된 단문의 담담한 문장보다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보여 생각보다 실망스러웠습니다.

다만 몸으로 부대끼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밥을 먹어야 하는 기본적 인간조건에 집착하는 진정성은 작가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에세이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좋은 글은 역설적으로 작가의 인터뷰, ‘사무라이, 예술가 그리고 김훈’으로 기자 남재일의 글입니다.

작가의 육성을 그대로 들을 수있어 좋았고 작가의 기자시절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가부장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 여성과 생명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노동을 싫어하고 노는 것이 좋지만 생존을 위해 일하지 않을 없다는 이야기는 그냥 인터뷰임에도 깊은 공감이 됩니다.

분명 후대 작가인 김영하나 김연수와는 차이가 나는 구식 작가이지만 본인이 할 수 없는 건 못한다고 하는 솔직함과 글을 대하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작가가 아직도 고된 노동이 될 수 밖에 없는 원고지 작업을 고집하는 것이 바로 이런 진정성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가 요즘 젊은 노동자들이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죽어가는 사실을 안타까와하면서 사회에 대해 발언을 자꾸 하는 것도 작가가 기본적으로 날 것으로의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특히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를 철저히 무시하는 자본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어 몸소 행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작주의자처럼 한 작가의 책을 한꺼번에 모두 읽고싶지만 희망사항일 뿐이고 그냥 시간이 나는대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시간을 언제 만들지가 관건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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