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Leopold's Ghost: A Story of Greed, Terror, and Heroism in Colonial Africa (Paperback)
Hochschild, Adam / Mariner Books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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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국왕 레오폴드 2세가 문명(civilization)의 이름아래 콩고강 주변의 아프리카인들을 어떻게 학살 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은 제국주의 시대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던 시기이며 유럽인의 우월함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명분의 유사 생물학인 인종간의 두개골 측정(craniometry) 발전시킨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잘알려지지 않은 벨기에의 아프리카 침략사이지요.
이 무자비한 침략자는 콩코강 유역의 아프리카인들을 무려 천만명이나 살육했으면서도 본인을 인도주의자로서 포장한 그런 인물입니다.

이책은 충격적인 내용을 글 뿐만 아니라 당시 콩고에서 고무채취를 위해 세워졌던 유럽회사에서 현지 아프리카인들에게 행한 잔인함을 보여주는 사진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5살바기 어린 딸의 잘려진 손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사진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콩고강 유역을 배경으로 한 유명한 문학작품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과 관련된 별도의 글이 이 책에 실려있습니다. 영미권에서 제국주의 문학의 대표적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또한 레오폴드 2세가 콩고강 유역을 유린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 제국주의자들이 이 지역에서 목격한 것들이 그대로 작품 속에 상당히 정확하게 묘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책의 마지막 장은 제목이 ‘the great forgetting‘입니다. 서구인들 사이에서도 벨기에의 잔학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실이 잘알려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히틀러에 의한 유대인 학살이 홀로코스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또 다른 홀로코스트인 벨기에에 의한 아프리카인 학살은 알려지지도 추모되지도 않아 씁쓸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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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시선 121
최영미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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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을 세상에 알린 첫시집입니다. 어머니댁에 왔다가 어린시절 보고 놓아두었던 이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반가움과 만감이 교차합니다. 제목처럼 ‘서른‘이 되면 청춘은 끝나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1999년 겨울 이십대를 마지막으로 보내며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엊그제 같습니다.

1994년 12월 처음 읽은 이 작은 시집을 다시 훑어보았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시 한구절 옮깁니다:

지하철에서 1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삶의 한순간을 잔인하도록 솔직하게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란 언제나 지리멸렬하고 재미없는 일상의 연속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 왜 깨닫지 못했는지....

때론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것이 지나간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데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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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5-08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혁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혁명이 진부해졌다

30세.. 앞 자리가 바뀌는 순간 그 숫자의 무게감에 깜짝 놀랐던 순간

내 서른 살의 성장통이 기억나네요

지나고 보면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인걸..

Dennis Kim 2017-05-2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청춘에 대해 쓴 아름다운 시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집에 묵혀둔 오랜 시집을 다시 꺼내 보는 것이 또다른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1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50
박세길 지음 / 돌베개 / 198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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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에 대한 출간년도를 다시 찿아보니 1988년이더군요.
약 30년 전에 출간된 책이고, 이후 다시 개정판이 나왔더라고요. 아무튼 이 책의 표시를 다시 보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처음 이책을 읽은 것은 대학에 다닐 때였습니다. 90년대 초였는데, 아직도 학생운동의 여진이 남아있을 당시였죠.
지금과는 다르게 사회과학 전문서점이 대학가에 상당히 남아 있을 때였고, 저도 이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해방전후사는 한국의 정부수립과 함께 미군정이 시작되었던 시기로,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 이후 해방과 함께 한국에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우려 했던 노력들이 미국의 점령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미 군정은 일제시대의의 국가 체체를 그대로 유지한 체, 일제에 부역했던 무리들을 그들이 일제시대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도록 놓아두었습니다.
단순히 현상유지를 위해서 말이죠. 1950년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현상유지'가 목표였고, 그래서 그들은 한국사회가 일제시대의 그 모습에서 바뀌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일반 한국민들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것이었고, 일제 패전 후 죽을 줄 알았던 친일파들이 그대로 힘을 유지하게 되면서 혼란이 일어납니다.

미국이 한국의 38선 이남에 진주해 일본 패망 이후의 한국을 점령한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대륙세력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태평양을 포함한 아시아 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1950년대에 갑자기 나온 것도 아니고, 이미 구한말 페리 제독이 일본에 나타나 흑선으로 무력시위를 할 때부터 이미 그 싹을 보인것입니다.

미국은 20세기 초 이미 필리핀을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던 제국주의 국가였고, 그들은 한반도가 대륙세력에 넘어간다면 자신의 국가적 이익을 방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책은 그 이전에 보수적 시각에서 미국의 한국점령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했던 면을 보완해주는 그런 책입니다.

제 생각에 이 책이 나온지 30년이 지났지만 미국은 여전히 그들이 여태껏 행해온 대로 자신들의 국가적 이익에 맞게 대외정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기분이 나쁘다고 다른 시각으로 미국을 바라본 책을 멀리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역사는 원래 서술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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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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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출간된 책이니 오래된 책이네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역사학자 박노자교수와 허동현교수가 대담형식으로 쓴 역사책입니다.
한국인이 본 주변 4강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 한국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이 4강은 여전히 한국의 생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이책이 출간된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북한은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핵 전력을 가지고 미국과 벼랑 끝 외교전을 치루고 있고, 한국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권력공백으로 주변 열강의 외교전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중국은 미국과의 딜(Deal)을 통해 강대국으로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시키려 하고 있고, 일본은 이 혼란의 시기를 틈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군사력을 증강시켜 20세기 초의 일본으로 되돌아가려는 역사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아직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지만, 일단 관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노자라는 진보진영의 역사학자와 허동현이라는 보수진영의 역사학자와의 서신대담을 통해 한국인들이 20세기초 열강을 어떻게 보았나 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목차를 보면,

1. 조선인의 미국관
박노자 - 무지와 선망이 대미 맹종 불렀다
허동현 - 개화파의 대미 의존은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2. 조선인의 러시아관
박노자 - 크고 군인 많으면 다 강국인가?, 강국 러시아의 허실
허동현 - 침략자인가 독립의 옹호자인가, 두려움의 대상에서 끌어들일 나라로

3. 조선인의 중국관
박노자 - '모방적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중국을 보는 오류
허동현 - 약육강식 시대에 중국은 침략자였다

4.조선인의 일본관
박노자 - 한국 민족주의가 일본을 미워하면서 배운다
허동현 - 우리 근대는 일본 근대의 사생아일까요?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과 일본에 대한 조선인의 생각입니다. 미국에 대한 무지와 선망이 대미맹종을 불렀다는 박교수의 입장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미국에 대해 아는 것을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입장과 미국의 실체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미국적인 시각으로 굴종하려 하는 미국 유학파 엘리트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한국에는 영어를 잘한다고 여겨지는 소위 엘리트들은 넘쳐나지만, 그들이 미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두번째는 허동현교수가 마지막에 논의한 한국의 근대는 일본 근대의 사생아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수구주의자들이 일본의 한국침략이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떠올리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에 '근대'의 과정이 있기는 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고 믿어져온 현재, 한국은 대통령을 왕으로 알고 모셔온 엘리트들과 자신을 왕으로 알고 처신해온 이상한 대통령이 통치를 한 탓에 권력 공백상태에 있습니다.
2017년 현재의 상황은 근대적인 민주주의 공화주의 국가의 상황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은 근대적인 공화주의적 국가 수립의 과정을 이제서야 겪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난 40년간 이루어져 온 경제성장은 속도를 기반으로 한 반민주적 발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전근대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엘리트들이 일제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 주도했다는 점이 일본이 한국에 미친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이 영향은 한마디로 말하기에는 너무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주체적으로 어떻게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제서야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책의 논의와 시각에 동의를 하든 안하든 생각해볼 거리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일단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되서 구하는 어려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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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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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정판까지 나와 있는 이책을 저는 처음 출판된 2004년 읽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책은 조선의 관리채용의 마지막 관문인 책문(策問), 즉 왕과의 정책문답에 대한 것입니다.
요새로 따지면 행정고시를 본 공무원이 대통령과 독대해서 나라에 즉시 시행해야 할 정책을 제시하고 대통령과 토론을 하는 과정이지요.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단 이런 시험의 과정은 그 자체가 파격이라고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리경력이 전혀 없는 신참 채용예정자가 국가 최고 통치권자와 독대를 하고 토론을 하니 말입니다.
더구나 당시는 왕이 절대권력을 가진 왕조시대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국가권력의 원천이지만 왕국에서 왕은 바로 국가 그 자체로 말 한마디 잘못하다가는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까지 올라온 선비들은 왕과 독대해 목숨을 내놓고 정책과 왕의 실책에 대해 간언하기를 서슴치 않습니다.

이들의 이런 직언(直言)이 바로 조선왕조 500년을 지켜온 근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현재 한국의 파워엘리트들의 모습과 겹쳐지지요. 대통령을 왕으로 잘못알고 받드는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권력에 빌붙어 한몫 챙기려 했던  민낯을 지난 6개월 동안 보아왔고, 이제 그들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출발선 상에 있습니다.

조선이건 한국이건 지도자의 최고 통치술은 인재를 잘 쓰는 것이고 그러려면 '듣기 싫은말' .'자신을 비판하는 말'도 들을 줄 아는 통큰 아량과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에 보아온 것처럼 국민에 의해 파면당하는 치욕만이 남을 뿐이죠.

따라서 이책은 조선의 오래된 전적을 새롭게 해석한 과거시험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한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의 정치를 바꾸기 위해 어떤 인재를 등용해야 하고 최고 지도자는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리더쉽 참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 이책의 겉표지를 보니 무척 반가운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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