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발간 당시 이전의 전통적 시각과는 다른 접근법 (approach)로 주목을 받았던 책입니다.
1980년대에 출생한 저자들이 한국은 더이상 선진국을 롤모델로 발전을 추구하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지난 60여년의 경제발전 전략과 지난 40여년 간 축적된 민주화 경험으로 신흥 선진국으로 들어섰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산업화를 시작하면서 일본의 설비와 기술을 들여오고 미국의 원조와 정책조언을 받고 시작한 산업화와 19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에 저항하며 시작한 민주화운동이 1987년 6월 항쟁을 거쳐 1997년 김대중 정권의 시작으로 정치적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후 1930년대 생으로 대표되는 ‘산업화 세력’과 1960년대 생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이 사실상 한국사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이책은 ‘586세대’를 현재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고착시킨 세대로 인식하고 이들이 권력을 장기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회학자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 문학과지성사 ,2019)를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책은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가 서로 반목하고 서로의 공울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양국화된 양당정치가 고착되어 이 두 세대 이후 후속세대들이 목소리를 낼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진단합니다.
이책의 p85-86에는 출생연도별 인구통계가 나와 있는데 산업화세대 인수가 약 15백만, 베이비부머 약 9백만, 민주화 세대 중 대졸자가 약 7백만, X세대 9백만, N세대(1980년대생)약 7백 2십만, 그리고 민주화 2세대 (1990년대생). 6백 8십만으로 되어 있습니다.
산업화세대의 경우 이미 은퇴를 했고 생물학적 사망 등으로 많은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퇴장하였는데도 다른 젊은 세대들보다 인구수에서 압도적입니다.
반면 지난 1970년대 이후 지속된 가족계획정책의 영향으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1990년대 생의 경우 7백만이 체 되지 않을정도입니다.
1990년대까지 가족계획정책을 너무 오래 지속해서 현재와 같은 고령화된 인구구조를 한국사회가 가지게 되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선망국’으로 보는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의 주장( 선망국의 시간, 사이행성,2018)에서 빌어온 7장은 한국 제조업의 자동화의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자동화와 AI의 위험에 현재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 이유는 ‘선망’, 즉 미리 망한다는 의미인데 풀면’한국이 매를 먼저 맞았다’는 의미로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미 1987년이후 대기업의 자동화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고 이미 공장들이 자동화 될만큼 다 되어 위험이 적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한국의 정규직 노조들과 대기업간의 ‘적대적 노사관계’가 원인이라고 하는데 기업가들이 전투적 노조들과의 관계를 회피하기 위해 일찍부터 자동화 투자를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소위 기득권으로 불리는 이들 정규직 노조원들이 정년퇴직으로 퇴사할 시기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이장의 아쉬운 점은 회사측의 정규직 노조 대응전략을 주로 다루었지만 상대적으로 기업가들과 전문경영자들의 생산성에 대해 언급을 전혀 안한 점입니다. 결정권자로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론적으로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이니 리스크가 큰걸로 봐서 고액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그 차이가 약 100배정도나 되는 건 맞는 것인지, 그게 공정한 것인지 말입니다.
이책에서 기득권으로 지칭되는 정규직 노조원들은 잔업수당까지 포함해서 연봉 1억정도 받는 이들을 말하는데, 최고경영자들 중에 최소 이들 연봉의 10배 이상을 받고 삼성의 경우 이보다 연봉이 더 클것으로 보이는데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아 의아했습니다.
다음 관심을 끈 주장은 9장 ‘기적의 재구성’입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소수의 독재자와 엘리트들의 공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한국의 우파에서 이승만을 국부로 박정희를 한국을 빈곤에서 탈출시킨 위인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박정희가 1960-70년대 실시했던 경제개발정책과 도시화 정책은 그가 1930-40년대 만주국에서 보고 체험한 정책을 한국에서 그대로 다시 진행한 것 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급속한 근대화의 기원이 만주국이라는 주장으로 한석정교구의 ‘만주모던(문학과지성사,2016)’에 상술되어 있습니다.
또한 1980년대 시장주의적 경제정책을 주도한 김재익 논쟁을 언급하면서 1997년 IMF사태이후 주류가 된 줄 알았던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원이 사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서 실시한 ‘경제안정화 정책’이라는 몰랐던 사실을 소환합니다.
1979년 10.26이후의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 대처와 ‘안정화정책’은 전 국무총리 신현확의 회고록에도 일부 언급됩니다.
IMF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씨가 당시 김재익씨와 시장주의 경제를 추진하던 신흥관료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마지막으로 사회학자 이철승 교수가 주장한 ‘벼농사협업체계’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집단주의, 협업속의 경쟁, 비교와 질시의 문화의 요소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훌륭한 설명방식이 될 수 있다고 긍정합니다.
전근대 한국의 사회가 소농위주로 만들어진 사회였고 꼭 해양세력( 일본과 미국)의 문명의 세례를 받지 않고도 내재적인 경제발전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뉴라이트와 소위 보수주의자들이 한국이 열등한 비문명국이라는 믿음을 기본전제로 하고 미국과 일본 등 해양의 서구세력들만이 ‘문명’이라고 본 자학적 사관과는 정반대의 주장인데 아직도 이런 서구중심적 생각을 하고 계신 소위 지식인이 존재한다는 데 놀랐습니다.
여러모로 이승만학당의 이영훈 교수와 그 학파들이 초심을 잃고 망상적 주장을 하는 건 안타깝습니다.
이 벼농사협업체계에 대해 얼마전 이철승 교수께서 신간(쌀,재난,국가,문학과지성사, 2021)을 내셨는데 읽어볼 후 리뷰를 남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