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 개정판까지 나와 있는 이책을 저는 처음 출판된 2004년 읽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책은 조선의 관리채용의 마지막 관문인 책문(策問), 즉 왕과의 정책문답에 대한 것입니다.
요새로 따지면 행정고시를 본 공무원이 대통령과 독대해서 나라에 즉시 시행해야 할 정책을 제시하고 대통령과 토론을 하는 과정이지요.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단 이런 시험의 과정은 그 자체가 파격이라고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리경력이 전혀 없는 신참 채용예정자가 국가 최고 통치권자와 독대를 하고 토론을 하니 말입니다.
더구나 당시는 왕이 절대권력을 가진 왕조시대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국가권력의 원천이지만 왕국에서 왕은 바로 국가 그 자체로 말 한마디 잘못하다가는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까지 올라온 선비들은 왕과 독대해 목숨을 내놓고 정책과 왕의 실책에 대해 간언하기를 서슴치 않습니다.

이들의 이런 직언(直言)이 바로 조선왕조 500년을 지켜온 근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현재 한국의 파워엘리트들의 모습과 겹쳐지지요. 대통령을 왕으로 잘못알고 받드는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권력에 빌붙어 한몫 챙기려 했던  민낯을 지난 6개월 동안 보아왔고, 이제 그들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출발선 상에 있습니다.

조선이건 한국이건 지도자의 최고 통치술은 인재를 잘 쓰는 것이고 그러려면 '듣기 싫은말' .'자신을 비판하는 말'도 들을 줄 아는 통큰 아량과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에 보아온 것처럼 국민에 의해 파면당하는 치욕만이 남을 뿐이죠.

따라서 이책은 조선의 오래된 전적을 새롭게 해석한 과거시험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한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의 정치를 바꾸기 위해 어떤 인재를 등용해야 하고 최고 지도자는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리더쉽 참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 이책의 겉표지를 보니 무척 반가운 생각이 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