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가 안동김씨 표정있는 역사 4
김병기 지음 / 김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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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 사학(門中史學)이라는 말은 한 가문의 역사를 말합니다. 이 책은 조선의 대표적인 세도가였던 안동김씨 가문에 대한 역사입니다.

'문중'이라는 말의 어감 자체가 전근대적이고 고루한 냄새가 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한 집안의 가계를 설명하는 책인 '족보'가 생각나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거대한 담론은 결국 이런 각각의 문중의 역사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것 역시 올바른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저자 김병기씨가 안동 김씨가 아닌 배천(白川)김씨이기 때문에 자신의 문중에 대한 역사를 후손으로서 저술했다는 편견을 없애고, 다른 가문의 역사를 그래도 제3자의 입장에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동 김씨는 조선 중기 정조때 부터 조선말기까지 왕가의 외척(外戚)으로서 '세도'를 누리던 가문으로 지금도 안동에 가면 이 가문의 종가가 수백년의 세월을 품은 체 그대로 서 있습니다.

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는 자신의 둘째 아들인 순조를 안동김씨인 김조순의 딸과 결혼시킴으로써 이 가문이 장차 조선 후기까지 세도를 떨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이후 조선은 안동김씨 집안에서 23대 순조비인 순원왕후 (김조순의 딸), 24대 헌종비 효현왕후(김조근의 딸) 그리고 25대 철종비 철인왕후 (김문근의 딸)를 연속으로 맞이하고, 이 집안의 세도는 그 끝을 알수 없게 커져갑니다.

조선은 왕조국가인 동시에 사대부 국가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선비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대했으나, 안동 김씨의 경우 세번 연속 왕후를 배출했기 때문에 심지어 이씨왕조의 실제 지배자는 김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안동 김씨는 세도정치만을 편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선에서 가장 많은 문과 급제자를 배출한 집안이었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도 이 집안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좋든 싫든 안동김씨 가문의 역사는 조선 중기 이후 조선의 정치사, 권력투쟁사와 동전의 양면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한번 쯤 들여다볼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 한국은 성리학의 나라가 아니지만, 아직도 한국은 성리학의 사고방식과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지만 재미있는 역사책입니다. 얇지만 내용은 상당히 탄탄하다고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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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해온 주영하 교수의 중국음식의 문화사입니다.

중국에서 학위를 받은 중국전문가이기도 한 저자가 본격적으로 중국음식에 대한 소개를 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소개를 해드린 양세욱 교수의 ‘짜장면뎐‘과는 그래서 겹치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한국의 일반독자들이 중국음식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짜장면인것과 중국음식에 관한 두 책이 모두 짜장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특히 이책은 중국인과 중국음식을 전통적인 음식과 서구화로 인해 변화된 현재의 음식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으며, 중국인들에게 밥과 요리, 그리고 차와 술이 어떤의미이며, 음식을 내는 주인과 손님과의 관계가 어떤지도 살핍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짜장면이 비록 제대로된 중국음식이 아닌 한국화된 음식이라 할지라도, 이를 통해 중국음식의 세계로 들어갈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이 남았던 중국 요리는 1996년 런던에서 맛보았던 중국 광동요리였습니다. 개구리 뒷다리 튀김과 큰 생선을 통째로 찐 요리였는데, 짜장면과 짬뽕이 아닌 중국요리는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 홍대 앞에서 먹었던 중국 사천시가 샤브샤브 훠궤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 2006년 쯤 중국 상해에서 중국 본래의 훼궤를 먹고 너무나 알 수 없던 매운맛에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납니다.

먹는다는 문제는 ‘그저 한끼 떼운다‘라는 말로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지만 음식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건 우리나라에서 그기간이 오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음식은 그 음식을 만든 사람들의 생활과 자연환경 그리고 이들이 그 음식을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인데 말이죠.

출간된지 17년이 된 책이라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중국인의 음식문화에 대한 입문서로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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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야만 - 타자의 시선으로 본 19세기 조선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8
조현범 지음 / 책세상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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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이 자신을 문명(civilization)으로 생각하고, 그외의 지역을 야만(savage)으로 생각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서양인들의 이런 편견(prejudice)과 서구중심주의(ethnocentrism)는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 체 이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구한말 한국에 와서 한국만을 ‘교화‘시키고 문명의 세례를 주려고 했던 미국과 유럽의 선교사들도 위에서 언급한 서양인들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신을 믿지 않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조선인들이 ‘미개‘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선인들이 기이하다(strange)고 보았습니다.

자신들이 한국의 전통과 역사, 생활과 습속을 알지 못한 체 자신들의 우월한 생활방식과 종교를 이 땅에 이식 (transplant)시키려 한 것입니다.

더구나 19세기 말 서양의 제국주의 세력의 확장이 그 정점에 다다르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제국주의 세력들의 시장 쟁탈전은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나서야 종식됩니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분됩니다:

제1장 19세기 서양사회의 풍경
제2장 19세기 중반: 어느 천주교 선교사의 조선체류 20년
제3장 10세기 후반: 개신교 선교사들의 조선문명화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조선은 천주교 선교사들이 먼저 한국을 찿았고, 이후 개신교 선교사들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천주교 신부들의 경우는 조선 정조때까지 거슬러올라갑니다만 이들이 본격적인 선교를 펼친 것은 19세기부터입니다.

보통 정치적 관점에서 서술되기 마련인 서양제국주의 세력의 역사를 종교적 관점에서 조금 달리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국주의자들이 한 손엔 무기, 다른 손엔 성경을 들고 들어온다는 점에서 이런 관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제까지 한국에 근대교육과 근대 의료기술을 들여오는 등 미국과 유럽의 선교사들의 역할을 긍정적인 모습만을 부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찌되었건 제국주의의 문화적 입장을 대변해 온 체 이 땅을 밟았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조선은 그들이 알지 못했을 뿐 나름의 통치체계와 유교라는 통치원리를 가지고 500년간 존재한 국가였음에도 이를 모른 체 ‘문명화의 사명‘을 위해 이땅에 헌신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야만이 아님에도 서양에서 조선을 야만으로 기록하고 있었고 그모습을 재추적한 이 책은 보기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던 서양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았나를 작시하기 위해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간년도를 보니 2002년 4월입니다. 무려 15년 전 발간된 책이고, 이후 서양이 바라본 한국에 대한 책들이 여럿 발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판적으로 ‘서양인들이 한국을 바라본 시선‘에 대해 쓴 꽤 선구적인 책으로 기억합니다.

2010년대 말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1910년대 말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저만의 기시감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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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책의 문화사 - 삼강행실도를 통한 지식의 전파와 관습의 형성
주영하 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엮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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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가장많이 간행되었던 ‘삼강행실도‘에 대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동연구 결과물입니다.

‘유교‘이데올로기를 글을 모르는 피지배계층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조선의 식자층과 지배계급이 같이 노력해 보급해 온 것이 바로 ‘삼강행실도‘입니다.

이 책이 수많은 판본이 존재하고 삽화가 포함된 보급판이 존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이데올로기와 지식의 확산의 매개체로서의 삼강행실도에 대한 연구는 그래서 조선시대의 지식사회학이기도 하면서 이 책에 대한 서지학적 연구이기도 하고 피지배층을 어떻게 잘 다스릴 수 있을 지 고민한 조선의 통치를 엿볼 수 있는 정치학 연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강행실도가 ‘판소리‘에 어떻게수용되었는지,근대 출판물에 어떻게 수용되어 왔는 지도 폭넓게 살핍니다.

연구서이기 때문에 솔직히 딱딱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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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뎐 - 시대를 풍미한 검은 중독의 문화사
양세욱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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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 교수 양세욱의 짜장면 문화사입니다. 책은 약 8년 전인 2009년 2월 출판되었습니다. 우연히 중고 책방을 둘러보다 반갑게 이 책을 만나게 되서, 늦게나마 이 책에 대한 글을 씁니다.

결혼 전부터 맛있는 음식먹기를 줄겨한 까닭에 여러 식생활 문화에 대한 책에도 눈길이 가게 되었습니다. 특히 짜장면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께서 동네 중국집에서 사주셨던 기억도 나고, 대학시절 학교 앞 중국집에서 소주를 마시던 기억도 나서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중국문학을 전공해 중국문화에 정통한 저자가 중국에서 짜장면이 어떤 음식이었는지에서부터 한국에 어떻게 이 음식이 전해졌는지, 짜장면을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초기 한국학교의 삶이 어땠는지까지 아우르는 ‘한국에서의 짜장면 문화의 모든 것‘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줍니다.

지식은 재미를 동반해야 이해가 더 잘되는 법이고, 삶에 사까울수록 공감이 되는 법이죠.

책은,
1부. 중국, 땅과 사람 그리고 음식
2부 짜장면과 그의 시대
3부 짜장면, 근현대 한중교류의 초상

으로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3부의 ‘차이나타운이 없던 나라‘라는 글입니다.

여행을 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중국인들은 전세계에 차이나타운을 세우고 자신들의 경제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지금도 한국 밖에서 처음 보았던 런던의 차이나타운과 샌프란시스코 의 차이나타운의 거대함과 화려함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유일한 예외는 한국으로 인천과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의 규모는 이들에 비해 보잘것 없습니다. 한국의 중국인들은 개항이래 한국에서 살아왔지만 특히 벅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다른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 체 살아왔습나다. 한국의 화교들에겐 그들의 고국이기도 했던 한국을 떠나거나 중국집을 하거나 하는 방법이에엔 살 방법이 없었습니다.

박대통령의 통치는 한국인들에게만 고통을 준 것이 아니라 화교들에게도 고통을 준 것입니다. 아픈 역사이지요.

어찌되었든 한국에게 중국은 음식을 통해 익숙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그외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이나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으나 일단 그들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와 관계를 오래도록 가져왔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친미 반공으로 무장한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중국사이애서 균형을 맞출 수 밖에 없는 한국이 중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미국을 택하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 바로 한중간 문제가 된 ‘사드 배치‘라고 생각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금언을 몸소 실천한 최악의 외교 참사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방향이 벗어났지만, 한국은 중국인들과 공존해야 하는 운명이고, 그들이 우리와 어떻게 밀접하게 관계를 가져왔는지 소박한 짜장면을 통해 짚어 본 글이 이 책입니다.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친숙한 음식을 통해 이웃나라와의 관계, 우리의 삶을 되짚어 본 것이 이 책이 가장 좋은 미덕입니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아주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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