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야만 - 타자의 시선으로 본 19세기 조선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8
조현범 지음 / 책세상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이 자신을 문명(civilization)으로 생각하고, 그외의 지역을 야만(savage)으로 생각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서양인들의 이런 편견(prejudice)과 서구중심주의(ethnocentrism)는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 체 이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구한말 한국에 와서 한국만을 ‘교화‘시키고 문명의 세례를 주려고 했던 미국과 유럽의 선교사들도 위에서 언급한 서양인들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신을 믿지 않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조선인들이 ‘미개‘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선인들이 기이하다(strange)고 보았습니다.

자신들이 한국의 전통과 역사, 생활과 습속을 알지 못한 체 자신들의 우월한 생활방식과 종교를 이 땅에 이식 (transplant)시키려 한 것입니다.

더구나 19세기 말 서양의 제국주의 세력의 확장이 그 정점에 다다르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제국주의 세력들의 시장 쟁탈전은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나서야 종식됩니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분됩니다:

제1장 19세기 서양사회의 풍경
제2장 19세기 중반: 어느 천주교 선교사의 조선체류 20년
제3장 10세기 후반: 개신교 선교사들의 조선문명화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조선은 천주교 선교사들이 먼저 한국을 찿았고, 이후 개신교 선교사들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천주교 신부들의 경우는 조선 정조때까지 거슬러올라갑니다만 이들이 본격적인 선교를 펼친 것은 19세기부터입니다.

보통 정치적 관점에서 서술되기 마련인 서양제국주의 세력의 역사를 종교적 관점에서 조금 달리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국주의자들이 한 손엔 무기, 다른 손엔 성경을 들고 들어온다는 점에서 이런 관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제까지 한국에 근대교육과 근대 의료기술을 들여오는 등 미국과 유럽의 선교사들의 역할을 긍정적인 모습만을 부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찌되었건 제국주의의 문화적 입장을 대변해 온 체 이 땅을 밟았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조선은 그들이 알지 못했을 뿐 나름의 통치체계와 유교라는 통치원리를 가지고 500년간 존재한 국가였음에도 이를 모른 체 ‘문명화의 사명‘을 위해 이땅에 헌신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야만이 아님에도 서양에서 조선을 야만으로 기록하고 있었고 그모습을 재추적한 이 책은 보기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던 서양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았나를 작시하기 위해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간년도를 보니 2002년 4월입니다. 무려 15년 전 발간된 책이고, 이후 서양이 바라본 한국에 대한 책들이 여럿 발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판적으로 ‘서양인들이 한국을 바라본 시선‘에 대해 쓴 꽤 선구적인 책으로 기억합니다.

2010년대 말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1910년대 말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저만의 기시감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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