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라는 시간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중세의 역사를 더구나 유목제국이었던 몽골제국(Mongol)의 역사를 공부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닐겁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의 김호동 교수님이 2015년 최초 한국어로 번역한 이 중세 수도사들의 몽골여행기는 형식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인 면에서나 2021년 현재 한국의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책에는 생소한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수도사들과 그리스정교 수도사들이 이슬람교도들과 함께 당시 몽골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에 같이 살며 몽골제국의 황제인 구육 칸에게 어떻게 복종하고 사는지 어떤 풍습을 지니고 사는지 자세하게 서술됩니다.

또한 서구유럽에서 선교를 위해 몽골에 온 이방인들이 몽솔인들과 서기를 통해 어떻게 서로다른 언어를 이해했는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됩니다.

라틴어가 생소한 몽골인들은 자신들의 의사전달을 위해 몽골어의 라틴어 번역 뿐만 아니라 아랍어 또는 패르시아어 그리고 러시아어와 위구르어 등 여러 번역본을 서기로 하여금 적성하게 하고 아를 유럽에 전달했습니다.

꼼곰한 번역과정이 놀랍습니다.

몽골제국의 초기인 1260년대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 내용을 서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당대의 역사기술 ( contemporary history)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몽골은 칭기스 칸이후 2대 우구데이 칸 그리고 3대 구육 칸이 러시아와 폴란드 등 동부 유럽지역을 침략하고 복속하고 있었던 시기이고, 서유럽은 십자군 전쟁을 치루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몽골은 동쪽으로 남송과 전쟁을 일으켰고, 고려를 복속시켜 제후국으로 만들었던 시기이면서, 고려를 동맹으로 끌어들여 일본을 침범하려 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사실상 두권의 몽골기행문이 합쳐진 책으로 첫번째가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 수도사인 플라노 드 카르피니라는 이탈리아인의 몽골기행이고 두번째가 프랑스 플랑드르 지방의 루브룩 출신 수도사 윌리엄의 몽골기행입니다.

두 사람 모두 사신(使臣)은 아니었기에 이 기행이 사행기록(使行 記錄)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 카톨릭 교리를 몽골제국에 전하려 했다는 덤에서 일종의 선교여행으로 볼 수 있으며 프랑스 국왕 루이 9세( 윌리엄) 과 교황 인노켄티우스4세( 카르피니) 를 대신해 그들의 서한을 몽골의 3대 대칸 구육 칸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같이 수행했습니다.

13세기 몽골의 기마병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서유럽 지배자들이 몽골과의 평화를 구하기 위해 대신 이들 수도사를 파견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유목민족의 역사를 읽을 때 항상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언어의 장벽입니다.

대표적인 유목민족인 몽골의 경우만 봐도 몽골어와 중국어 러시아어를 알지 못하면 이해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접국으로 국경분쟁과 교역 등으로 교류가 많았던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마찬가지로 포용적인 종교정책과 교류로 서아시아의 이슬람과도 융합되어 상당한 사료들이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이란어) 등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몽골과 만주족( 여진족) 과도 오랜기간 밀접하게 지내 만주어로 된 기록도 존재할 것이라고 봅니다.

중세 유럽을 침략한 역사가 있어 몽골에 대한 기록은 유럽의 언어들 뿐만 아니라 중세의 상용 언어였던 라틴어로도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책의 각주에도 같은 지역의 지명을 각국의 언어로 다양하게 불리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지명이 중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위구르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에서 달리 불려져 지역을 비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복잡함때문에 정주 농경사회와 전혀 다른 유목사회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인 것은 몽골의 경우 몽골을 몽골 자체로 이해하기보다 한화(漢化)된 제국인 대원(大元)으로 이해하던 중국 중심적인 과거의 접근방식이 몽골을 그 고유의 대상으로 보는 방식으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오랫동안 농경 정주문명( settled civilization)이 유목문명( nomadic civilization)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었지만 과연 농경정주분명이 더 진보된 문명인지에 대한 회의가 일고 그에 대한 비판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책도 유럽의 중세 수도사들이 쓴 글들이라 몽골인들을 야만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생각이 가감없이 드러납니다.

살고 경험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인식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글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책의 영역본인 ‘Mission to Asia ( Univesity of Toronto Press,1980)’을 읽어볼 생각입니다.

물론 김호동 교수는 이책을 저본으로 삼지 않으셨지만 현재 아마존에서는 위의 언급한 영역본이 그래도 가장 일반적으로 팔리는 책 같습니다.

몽골의 세계정복이후 몽골의 후대국가에 대한 책으로는 토론토대학의 이주엽 교수가 최근 출판한 ‘몽골제국의 후예들(책과함께,2020)’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방대한 내용이 축약적으로 들어가 있어 읽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중앙아시아 전반에 대한 기행서도 입문시 유용한 데 저는 연호탁 교수님의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글항아리,2016)’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두꺼운 착이지만 컬러사진 도판과 지도가 상당히 잘 들어가 있고 2016년 시점에서 각각 방문한 중앙아시아의 도시들이 유목문명/ 이슬람 문명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조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목지역 중 특히 연해주 환동해 지역과 북극권 그리고 만주지역과 일본의 동해안 지역 홋카이도와 사할린 등 지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한정짓는다면 훌륭한 레퍼런스로 주강현 교수님의 ‘환동해문명사( 돌베개 ,2015)’를 보시기 바랍니다.

하찮게 생각하던 만주와 연해주 지역은 오히려 조직적으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야민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던 시베리아 툰드라 벌판과 연해주 극동지역 그리고 여전히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만주 요동지역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무식하게 미국과 일본 위주로만 한국을 둘러싼 상황을 판간하는 건 따라서 위험이 너무 큰 도박으로 생각합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가 전체주의 국가이고 민주주의를 탄압한다고 ‘낙인’을 찍은 건 서유럽과 미국 등 영미권 국가들의 일방적 주장입니다.

단순하게 봐서 영미권에서 전쟁에 관련 책들이 많다는 건 이들이 그만큼 수많은 전쟁과 연관되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이들이 비유럽지역을 가장 많이 수탈한 국가들입니다. 영국과 미국때문에 중동지역이 화약고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공인된 정설입니다. 러시아가 동진을 계속해 연해주까지 온 것은 영국이 계속 러시아의 해양진출을 막아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본인들만 문명국가인척 하는 건 대단히 위선적입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확장되는 최근 미국의 지식인층의 중국혐오( yellow peril)는 도를 지나쳤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미국이 전략 상품으로 생각하는 반도체 생산이 아시아지역 ( 특히 대만과 한국)에 몰려있어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상당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합니다.

한 수 아래라고 반도체 생산을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 맡겨 놓았다가 뒤늦게 후회를 하는 중입니다.
그나마 영미권 지식인층은 아니 혐오하지만 일반인들은 바깥세계에 관심이 아예 없습니다.

아무튼 상황이 어떠하든 중국인들은 그냥 그들의 길을 갈 것이고 그러면 미국은 더 한 혐오발언울 내놓을 것입니다.

당장 스탠포드 후버연구소( the Hoover Institute)유투브를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확인이 됩니다.

한국인들이 여기 부화뇌동 (附和雷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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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1-09-14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 감사합니다. 13-14세기 유라시아사에 관심이 있던 차였습니다. 김호동 교수의 역작들도 좀 더 접하고 싶어지네요. 마르코폴로 여행기가 감옥에서 구술한 내용이라 정확한 내용도 있지만 기억에 의존하는 만큼 온전히 믿기는 어려운 점이 아쉬웠어요. 수도사들의 기록은 좀 더 신뢰감이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제게 아직은 어려워서 읽다가 미루어둔 책이네요 ㅜㅜ

Dennis Kim 2021-09-14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작은 책이지만 내용이 밀도가 있고 저자께서 강의록을 출판하신것이라고 하시니 다른 입문서를 먼저 보시고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