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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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54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한때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다면, 그런데 미치도록 만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법은 하나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 시절이 이 세상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곳은 상상의 세계일 수도 있고, 꿈의 세계일 수도 있지만, 기억만 있다면 못할것도 없다.

[나나 너나 그전까지는 이렇게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자기 기분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터놓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상대를 만났다는 건 실로 기적에 가깝게 느껴진다.] P.20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현재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다른 세계를 통해서라도 만나고 싶은 누군가를, 결국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만나게 되는 곳이 현실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만난다는 행위 그 자체이다.

[너는 여러 가지를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내생각에, 이 세계에 서 마음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것은 사람이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을까?] P.44



열일곱살의 나는, 열여섯살의 그녀를 만난다. 나는 그녀가 너무 좋다. 그녀의 모든것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그녀는 나에게 벽으로 둘러 쌓인 도시에 대한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그림자를 버려야만 들어갈 수 있는 도시다. 나는 그녀와 꿈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와 함께 그 도시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간다.

[그 도시에 가면 나는 진짜 너를 가질 수 있다. 그곳에서 너는 아마 전부를 내게 줄 것이다. 나는 그 도시에서 너를 갖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리라. 그곳에선 너의 마음과 너의 몸이 하나가 되고, 유채기름 램프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나는 그런 너를 품에 꼭 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바 였다.] P.134



어느날 그녀와의 연락이 끊긴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그녀를 찾을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수는 없었다. 나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많은 세월이 지나가 버렸지만, 결국 그녀와 함께 만든 이야기속 도시로 들어간다. 이건 꿈일까? 진짜일까?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P.15



그리고 그 도시에서 그녀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 도시에 있던 그녀는 진짜일까? 그림자일까? 어쩜 내가 열일곱살때 현실세계에서 만났던 그녀가 사실은 본체가 아니고 그림자였던건 아닐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결국 너를 다시 만났으니까,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하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이런 얘깁니다. 티없이 순수한사랑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 더욱이 그 사랑이 어 떤 이유로 도중에 뚝 끊겨버린 경우라면요. 그런 사랑은 본인에게 둘도 없는 행복인 동시에, 어찌 보면 성가신 저주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시겠습니까?"] P.448


간절히 원하면 결국 이루어진다. 비록 잠깐일 뿐이라도.




하루키의 신작을 읽는 동안 그의 전작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세계의 끝>을 닮았고,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해변의 카프카>가 떠올랐었으며, 고야스씨나 옐로서브마린 캐릭터는 양사나이 느낌이었고, 갑작스러운 상실은 <노르웨이의 숲>이 떠올랐다. 하지만 자기복제보다는 하루키 월드를 집대성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애당초 나는 지금껏 대체 무엇을 기다려왔다는 건가?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정확히 알고나 있었을까?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명확해지기를 그저 참을성 있게 기다렸 다, 그게 전부인건 아닐까? 나무상자 하나에 들어간 더 작은 나무상자, 그 나무상자에 들어간 더 작은 상자. 끝없이 정묘하 게 이어지는 세공품, 상자는 점점 작아진다-그리고 또한 그 안에 담겨 있을 것도. 그것이야말로 내가 지금껏 사십몇 년을 살아온 인생의 실상이 아닐까?] P.681




오래간만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아련한 기분과 함께 말이다. 대학교 때 하루키 작품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지나갔다. 처음 읽었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뭔지 모를 허무함이 느껴졌던 <상실의 시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태엽감는 새>, 그리고 가장 감동했던, 그리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해변의 카프카>까지 그 책을 읽었던 대학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기억만 있다면 못할것도 없는것 같다. 기억만 있다면 나에겐 지금도 예전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간절히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날수도 있다. 이 책의 '나' 처럼 말이다.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망설이지말고 이대로 계속하세요. 당신은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일을 하고 있 으니까."] P.75



Ps. 이 작품이 하루키의 마지막 장편은 아닐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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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19 0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집대성이라니, 하루키 애독자인 새파랑님께는 선물같은 책이겠네요^^

새파랑 2023-09-19 09:44   좋아요 2 | URL
오랜만에 읽은 신작이어서 좋았습니다. 지금 두번째 읽고 있는데 다시 읽어도 좋네요 ~!!
요새 우울했는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

페넬로페 2023-09-19 0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소설에 대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새파랑님께서 진정한 하루키 팬인 것 같아요.
어떤 수단으로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것 일 수 있겠어요.

새파랑 2023-09-19 10:01   좋아요 2 | URL
하루키 소설은 너무 많이 읽어서 기억이 다 납니다 ㅋ 더 많은 작품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건 좀 힘들거 같고 ㅜㅜ

맞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건 좋은거 같습니다~!!

blanca 2023-09-19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변의 카프카>를 아껴 두었어요. 어느 누군가가 마지막 대목 인용해 준 거 읽고 정말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느껴서, 리버커판으로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 기다리는 중이지만...영 나올 기미가 안 보이고...새파랑님이 제일 좋아하셨다니 더 기대되네요. 인용해 준 마지막 대목 저도 참 좋았어요. 용기를 주는 글귀들 많아서 아포리즘처럼 읽히기도 했어요.

새파랑 2023-09-19 11:33   좋아요 1 | URL
해변의 카프카 정말 좋습니다. 전 누가 하루키 장편 추천해달라고 하믄 해변의 카프카를 고릅니다~!

1Q84도 좋은데 너무 두꺼워서...

저도 해변의 카프카 리커버판이 나오면 좋겠네요~!!

하루키의 문장들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ㅜㅜ

yamoo 2023-09-19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이걸 어쩐다지....이런 리뷰를 쓰시면 하루키 책 읽을 계획이 없는 저같은 사람에게도 매우 유혹적이라는거...ㅜㅜ

새파랑 2023-09-19 16:43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세요 yamoo님~ 기존 하루키를 좋아하셨다면 만족하실겁니다~!!

coolcat329 2023-09-19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참 안 땡기는 작가인데요, 새파랑님 강추시니 <해변의 카프카>는 읽어봐지 싶습니다.😉

새파랑 2023-09-20 14:06   좋아요 1 | URL
하루키 안땡기시는군요 ㅋ 그럼 해변의 카프카도 별로이실거 같습니다 ㅎㅎ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 이죠~!!

모나리자 2023-09-20 1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를 앞둔 시점에 하루키의 이 작품이 무척 핫 토픽인 것 같아요.
43년 전 습작을 완성한 작품이라는 작품 소개를 보았어요.
작가로써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후련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3-09-20 14:07   좋아요 3 | URL
이번 노벨상은 하루키가 받으면 정말 좋겠는데 ...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희선 2023-09-21 0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 기분과 생각을 그대로 터놓을 수 있는 상대... 그런 상대를 만나기는 어렵겠죠 소설 속에서 나는 만났군요 갑자기 헤어졌으니 왜 어디로 갔을까 하고 다시 만나고 싶어하겠습니다 하루키 소설의 집대성이군요 또 장편소설 쓰겠지요 여전히 건강하니...


희선

새파랑 2023-09-26 07:52   좋아요 0 | URL
하루키옹 연세가 있으셔서 ㅜㅜ

처음에는 몰랐는데 읽고나니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선님 일본 문학 좋아하시니 꼭 읽어보세요~!!

그레이스 2023-10-01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새파랑님은 읽으셨네요 ~♡

새파랑 2023-10-02 10:25   좋아요 2 | URL
당연하죠~!! 전 두번 읽었습니다 ^^ 완전 제 취향이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0-30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두 번 읽으셨군요!!! 전 늦었지만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무척 좋았습니다^^! 꿈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만큼요ㅎ

새파랑 2023-10-31 09:15   좋아요 1 | URL
저도 아주 좋았습니다 ㅋ 너무 좋아서 베개 옆에 두고 있습니다~ 한번 더 읽어야 하는데 ㅋ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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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53

작품이 작가의 거울이라고 하면, 엔도 슈사쿠는 정말 착한 사람일 것이다. 작품에서 착함이 듬뿍 베어 있으니 말이다. 나는 무종교인이지만 엔도 슈사쿠는 정말 좋다. 만약 종교를 가져야 한다면 천주교를 믿을 것이다. (갑자기? ㅋ)


이번에 읽은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에는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든 작품에서 엔도 슈사쿠의 자전적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밑줄을 그을 수 없을 정도로 내용, 문장들이 정말 좋았다. (사실 책 읽는 동안 연필이 없어서 못그었지만...)


리뷰를 잘 써보고 싶지만, 읽은지 좀 지나서 자세히 쓰긴 좀 그렇고...


<그림자>는 독실한 믿음이 있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종교를 버렸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믿음을 간직한 신부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침묵의 현대판 버젼이라고나 할까? 겉으로는 배교하였지만 마음속에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부님을 보면서 꼭 종교라는게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종견>도 좋았다.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때문에 마음의 짐을 가지고 사는 한 소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강아지 '구우'. 그 소년은 성인이 되어 잡종견 한마리를 또 키우게 되고, 이름을 다시 '구우'로 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개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주인공은 어렸을적 상실해버린 개와 엄마를 떠올린다.


<6일간의 여행>은 작가인 주인공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위해 친척들을 만나러 가면서 듣게되는 충격적인 어머니의 과거를 담고 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린다. 결국 아버지와 이혼하게 되고, 주인공은 아버지와 사는데, 그런 아버지를 무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6일간의 여행을 통해 주인공은 어머니가 남긴 잔혹한 흔적을 알게 되고,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자신의 행복과 욕망을 위해 주위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사람이 어머니 처럼 가까운 사람이라면?


<노방초>는 부부의 예루살렘 성지순례기를 그리고 있는데, 성지순례라는게 단어처럼 그렇게 성스러운건 아니라는, 힘든 여행 중 하나일 뿐이라는, 오래전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신에 대한 믿음 보다는, 예루살렘을 갔다 왔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성지순례를 하는 사람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하려 했던걸까?


<나른한 봄날의 황혼>은 완치한 주인공과 병원에서 죽을날을 기다리는 한 여인, 그리고 과거에 경험하고 들었던 죽음에 대한 기억이 뒤섞인 이야기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주인공은 완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병실에서 키우던 구관조에게 이렇게 말을 건낸다. "하느님은 정말 있을까?"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엔도 슈사쿠의 자전적 이야기인게 확실한 <만약> 역시 좋았다. 만약 이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텐데, 엔도 슈사쿠는 만약의 배후에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남긴다. 알수는 없지만...


이러다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모두 소개할까봐 그만써야겠다 ㅋ 엔도 슈사쿠는 장편도 잘 쓰지만 단편도 아주 잘 쓰는거 같다. 엔도 슈사쿠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단편이지만 장편만큼의 깊이와 울림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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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13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석원이 궁금할 땐? 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9-13 18:31   좋아요 0 | URL
<보통의 존재>? ㅋ 이 책 너무 좋았는데 리뷰 쓰려니 쓰기 힘드네요 ㅋ

미미 2023-09-13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이야기만 읽다 중단한 상태예요.
새파랑님이 천주교를 믿고 싶다 하시다니 슈사쿠의 큰 그림? ^^

새파랑 2023-09-13 21:52   좋아요 1 | URL
역시 벌써 가지고 계시는군요~!! 최근에 엔도 슈사쿠의 작품이 땡기더라구요 ㅋ 리뷰를 급하게 써서 좀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좋았습니다~!!

페넬로페 2023-09-13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장 좋은 소설을 좋아하니
엔도 슈사쿠의 단편도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좋은 문장이 많다고 하니 더 기대됩니다.
딸아이가 이석원 책 추천하더군요.
이석원 작가 책도 읽어야 하는데 ㅎㅎ

새파랑 2023-09-13 21:53   좋아요 1 | URL
엔도 슈사쿠의 작품을 야금야금 모으고 있습니다 ㅋ

개인적으로는 이석원 작가님의 초기 글들이 더 좋더라구요 ^^

희선 2023-09-14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종교를 가질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일은 모르기도 할 테니... 그런 일이 일어나도 괜찮고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힘들 때 기대고 싶은 걸 바랄지도 모르니, 그게 종교여도 괜찮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3-09-14 08:32   좋아요 1 | URL
종교가 있는것도 나쁘지는 않은거 같아요. 믿을수 있는 게 있다는건 좋은거 같습니다. 너무 과도하면 문제겠지만~!!

페크pek0501 2023-09-15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까지 읽어서 완독한 책이 두 권 있는데 내용 까먹기 전에 리뷰를 써야 할 텐데, 하고 있어요. 결국 백자평만 남기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리뷰 쓰는 게 저는 참 어려워요!!!

새파랑 2023-09-15 23:05   좋아요 2 | URL
가끔 리뷰를 쓰면서

‘차라리 리뷰 쓸 시간에 다른 책 읽는게 더 좋을거 같다‘ 라는 생각도 합니다 ㅋㅋ

전 리뷰쓰는게 쉽지도 않고 오래걸리더라구요 ㅜㅜ 잘 쓰지도 못하는데ㅋㅋ

얄라알라 2023-09-17 12:36   좋아요 3 | URL
오! 두 분 고민을 듣고(읽고) 있노라니, 동질감을 느낍니다. 저는 특히 소설의 경우, 책이 옆에 없을 경우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하게 되어요. 원문의 문장을 중간중간 넣어주어야 작가님 고유의 문장과 분위기를 잘 전할 텐데, 제 머릿 속에만 남은 소설로 과연 리뷰를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그나마 며칠 지나면 어설프게 기억에 의존해 쓰느니, 그냥 100자평이나 남기자 혹은 다음에 다시 읽고 쓰자가 되거든요. 새파랑님처럼, 리뷰 쓸 시간에 책을 더 읽자 할 때도 있고^^

급 동질감에, 긴 주저리주저리 하고 지나갑니다^^;;;

새파랑 2023-09-18 10:26   좋아요 1 | URL
지금 리뷰써보고 싶은 책이 몇권 있는데 하나도 못하고 있습니다 옆에 책도 없고 ㅋ

저도 그래요 책이 옆에 없으면 리뷰를 못쓰겠어요 ㅋ
 

8월에는 북플도 못하고 책도 못읽었다. 먹고 사는데 집중하느라 취미생활을 등한시했다..  그래서 9월부터는 좀 많이 읽어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8월에는 그래도 어영부영 책을 3권 읽었다.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1. 빌러비드 : 토니 모리슨 (N23050)

“당신의 사랑은 너무 짙어. 사랑이 그런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지. 옅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이 문장 하나 때문에 읽은 책이었는데,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너무 극단적인 사랑의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었지만, 불행하더라도 사는게 낫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내용이 많이 무겁고 읽기 힘들었다...



2. 결혼,여름 : 알베르 카뮈 (N23051)

녹색광선의 책인데다가 카뮈라니~!  이건 안살수가 없는 책이다. 일단 구매를 했고, 매일매일 조금씩 읽었다.(하루에 30페이지 정도?) 그런데 너무 오래 잡고 읽어서 그런지, 아님 에세이 장르가 내 취향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문장들은 아름답지만 내 마음에 들어오지는 않았다.내 마음이 어두워서 그런건지도...9월의 어느 무더운 날에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다시 읽어봐야겠다.



3. 눈부신 안부 : 백수린 (N23052)

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데, 첫 장편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좋았다.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전개도 좋았다. 결말이 좀 아쉽긴 했지만... 내가 찾던 k.h.라는 사람이 꼭 그 사람이었어야 했던가? 설마설마 하면서 읽었는데 설마가 맞았다...(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설명은 생략...) 이 책은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페넬로페님이 워낙 리뷰를 잘 써주셔서 생락한다 ㅎㅎ

˝숨기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게 사랑일 테니까. 봄볕이 나뭇가지에 하는 일이 그러하듯 거부하려 해도 저절로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것이 사랑일테니까. 무엇이든 움켜쥐고 흔드는 바람처럼 우리의 존재를 송두리째 떨게 하는 것이 사랑일 테니까.˝


Ps. 9월 어제까지 <엔도 슈사쿠 단편집>, <우체국 아저씨> 두편을 읽었는데 완전 좋았다. 주말에 리뷰를 잘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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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9-06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게도 한국소설 제외하고 모두 소장하고 있는 책이네요..ㅎㅎ
카뮈는 전집이 있어서뤼..^^ 카뮈는 뭐 대체로 다 좋습니다. 여름 결혼도 전 괜찮았습니다..
근데 토니모리슨의 책은 3권 있는데 그 중 한권이 빌러비드. 물론 아직 안 읽었고 언제 읽을 지 모그겠습니다..ㅎㅎ 그치만 익순한 책이 떡~ 하니 보여 반가운 마음에..^^

열독하시어요~~

새파랑 2023-09-06 10:14   좋아요 0 | URL
카뮈 전집 있으시군요. 엄청 비싸던데 ㅋ 저도 가지고 싶습니다~!!
결혼.여름 평도 좋더라구요. 저도 다시 읽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3-09-06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랜만이에요^^ 8월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으셨네요! 빌러비드는 읽어야 할 책인데 역시 무거운 책이군요!ㅎㅎ 그나저나 9월 들어온지 얼마 안됐는데 2권을 읽으셨다니! 역시 새파랑님은 마음 잡으시면 뚝딱 해내시는 분!^^ 남은 9월에는 여유가 많아서 즐독하시는 날들이 많으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3-09-06 10:16   좋아요 1 | URL
9월에는 열심히 읽고 써보겠습니다 ㅋ 빌러비드는 좀 저랑 안맞더라구요 ㅜㅜ 화가님도 9월 화이팅입니다~!!

페넬로페 2023-09-06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니 모리슨, 카뮈 다 좋은데요~~
빌리버드 전에 읽었는데 완전 가물가물해요.
눈부신 안부는 저도 중간쯤 예상이 되더라고요.
새파랑님, 9월도 열독해요!

새파랑 2023-09-06 10:19   좋아요 2 | URL
눈부신 안부 페넬로페님 리뷰 너무 좋았어요 ^^ 카뮈 책은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미미 2023-09-06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그래도 다 좋은 책들을 읽으셨네요^^ 다시 글 올려주시니
반갑습니다. >.<

새파랑 2023-09-06 10:25   좋아요 1 | URL
제가 좀 평이 좋은 책들만 찾아 읽습니다 ㅋ 책좀 더 많이 읽고 글도 써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9-06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러브드를 뭔 뜻인지 이해도 못하고 읽었던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청소년이 이해하기엔 무섭고 어둡고 극단적이고 비통하고....하지만 다시 읽고 싶은.

3권 알차게 읽으셨네요^ ^

새파랑 2023-09-07 08:24   좋아요 1 | URL
제가 바쁠때 읽어서 그런지 잘 안읽히더라구요 ㅋ 빌러비드란 단어 자체만 보면 너무 예쁜거 같습니다 ^^

2023-09-06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7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9-06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랜만이에요.빌러비드 저도 꼭 읽고 싶은 책인데 좀 부담스러워서 안 읽게 되네요. 앗 그러고 보니카뮈도 역시 좀 부담스럽...ㅋㅋ
근데 우체국 아저씨는 아가씨죠? ㅋ

새파랑 2023-09-07 08:27   좋아요 1 | URL
빌러비드 쿨캣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저랑은 좀 안맞았던것 같습니다 ㅋ

아 제가 우체국 아저씨라고 했군요 ㅋㅋ 제가 아저씨라서 그랬나봅니다 ㅜㅜ

독서괭 2023-09-06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랜만이예요! <빌러비드>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나 처참한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써내다니?? 놀랍기도 했고요 ㅎㅎ 새파랑님 좀 덜 바빠지셔서 더 자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3-09-07 08:28   좋아요 3 | URL
저는 그래도 눈팅은 꾸준히 하고 있었습니다 ㅋ 자세히 못읽었지만 ㅜㅜ 9월부터는 괜찮을거 같습니다 ^^

희선 2023-09-09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천히라도 책을 읽으셨군요 읽기 힘든 책 한권에 뭐라 말하기 어려운 책 한권에 마지막은 아쉽지만 좋은 책 한권... 새파랑 님 구월에도 즐겁게 책 만나시기 바랍니다 하루키 책 벌써 보시는군요


희선
 

N23048

하루키 에세이 세트 세번째 읽은 책은 <장수 고양이의 비밀> 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은 하루키 에세이 세트 중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다. 하루키 같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심심할 일이 없을것 같다. 하루키 본인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리뷰 쓸건 없고,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소개해본다. 역시 단편의 황제는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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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무슨 책을 가져갈 것인가는 동서고금 누구나 고민해본 고전적 딜레마일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독서 성향이 다르고, 여행 목적과 기간, 장소에 따라서도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결론을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만약 당신에게 ‘이거라면 언제 어떤 여행이든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만능책이 한 권 있다면 인생이 편해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내게는『체호프 전집』이 그런 책이다. 왜『체호프 전집』이 여행에 최적인지, 적어도 내게는 꽤 명확한 이유가 있다.

(1) 단편소설 중심이라 끊어 읽기 쉽다.
(2) 어느 작품이나 완성도가 높아서 실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
(3) 문장이 읽기 쉽고 담박하면서
(4)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적 향취가 충만하다.
(5)사이즈가 적당하고 무겁지 않으며, 표지가 딱딱해서 구겨지는 일이 없다.
(6) 혹 누가 제목을 보더라도 ‘체호프를 읽는다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군‘이라고 생각해준다. 이건 어디까지나 덤이지만.
(7) 이게 상당히 중요한 점인데, 몇 번씩 읽어도 질리지 않고 매번 새롭게 작은 발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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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된 체호프의 대표적인 단편집은
열린책들, 민음사, 팽귄클래식에서 출판한 책인데,
셋다 아주 좋다. 혹시 여행을 간다면 체호프 단편집도 함께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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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01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세이 세트 중 가장 재밌었다니… 시도해보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

새파랑 2023-08-01 11:5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제가 아직 에세이 세트 세편밖에 안읽어봐서 ㅋ 이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3-08-01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작가가 체호프에 대해 쓴 이유가 넘 공감되는데요. 그리고 위트 있어요 ㅎㅎ
민음사판 체호프 단편집, 읽어야겠어요.
하루키 에세이 중 젤 좋은게 어떤건가요?

새파랑 2023-08-01 11:57   좋아요 2 | URL
역시 단편은 체호프~!!
이번에 나온 개정판 에세이 말고 좋았던건 <위스키 성지여행>이었습니다. 제가 위스키를 좋아해서 ㅋ

무라카미 T 랑 클래식은 좀 별로였습니다... 관심장르가 아니어서 그런가 봅니다 ㅋ

초란공 2023-08-01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익숙한 걸 보니 저도 갖고 있는 책이 2권이네요 ㅋㅋㅋ 새파랑님의 소개로 체호프 입덕하기!

새파랑 2023-08-01 11:57   좋아요 2 | URL
오호~! 제 덕에 입덕하셨다니 영광입니다~!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제가 좋아하는 윌리엄 트레버도 읽어보세요 ^^

초란공 2023-08-01 12:01   좋아요 2 | URL
앗~ 저 <펠리시아의 여정>읽어봤어요!! <마지막 이야기들>이 궁금하긴 했습니다~!

새파랑 2023-08-01 12:04   좋아요 2 | URL
개인적으론 트레버는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좋은거 같아요 ㅋ 펠리시아의 여정도 나쁘진 않았는데 좀 아쉬웠습니다 ㅋ

얄라알라 2023-08-02 0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와 말이 통하실 수 있는(앗! 두 분이 이중언어사용자라는 전제로) 새파랑님!
나란히 기차여행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

새파랑 2023-08-02 07:56   좋아요 1 | URL
제가 극 E 여서 하루키가 힘들어할거 같습니다 ㅋ

하지만 일본어를 못한다는...

독서괭 2023-08-02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체호프 단편선 두권인가 집에 있는데 아직 안 읽었어요;; 7번이 가장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새파랑 2023-08-04 16:46   좋아요 1 | URL
역시 없는게 없는 독서괭님의 서재 ㅋ 체호프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은오 2023-08-02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갈땐 체홉 단편!! 기억해두겠습니다. 전 희곡만 읽었고.. 체홉은 단편이라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아직 못읽었네요 ㅠㅠ

새파랑 2023-08-04 16:47   좋아요 1 | URL
여행갈때는 체호프~!! 희곡보다는 단편이 더 좋습니다~!! 여행가실때 꼭 챙기세요 ~!!

han22598 2023-08-03 0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랑 체홉! 여행가서 읽어도 좋고, 아무날이 아닌 날에도 읽어도 좋지요..체홉단편은. 내면의 유쾌함을 샘솟게 만드는 작가! ㅎㅎㅎ

새파랑 2023-08-04 16:50   좋아요 0 | URL
han님도 체홉 파 시군요 ㅋ문득 체호프의 단편을 가방에 넣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yamoo 2023-08-31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출판된 모든 책을 갖고 있습니다. 중복된 단편집들이 여기저기 풀판사에서 어지럽게 출간되어 정신이 없어요. 여기 출판사 단편집과 저기 출판사 단편집 들을 비교해 보면 적어도 10편 중 6편은 중복입니다..ㅎㅎ

제가 읽었던 체홉 단편집 중 지만지에서 나온 유머 단편집이 있는데, 그게 유머집 모음 중 제일 재밌습니다. 거기 가물치 꼭 읽어보세요. 웃겨 죽습니다..ㅎㅎ

새파랑 2023-09-05 11:44   좋아요 0 | URL
다 가지고 계시는군요 ㅋ 저도 여러개 모았는데 다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지만지 유머 단편집을 찾아봐야겠습니다~!!
 
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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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47

"아마도 내가 외롭다고 느끼는 이유는 결코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뭘까? '고독은 내가 선택한 것, 외로움은 내가 버려진 것' 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어디선가 비슷한 문장을 본것 같지만...) 둘다 쓸쓸하긴 마찬가지 이다. 그리고 아마 Alone(혼자)은 위 두 단어를 포괄하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고독이나 외로움 보다는 Alone 이라는 단어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제목도 좋고, 표지도 제목이랑 너무 잘 어울리고. 이 책은 Alone 에 대해서 22명의 작가들이 느꼈던 감정들을 담고 있는데, 작품마다 주는 공감의 정도는 달랐지만 읽는 내내 그냥 힘이 빠짐을 느꼈다. 책의 내용이 우울한건지, 내가 우울한건지...



이 책에서는 '에이미 선'의 <홀로 걷는 여자>랑 '제스민 워드'의 <새로운 희망>이 가장 인상 깊었다. <홀로 걷는 여자>는 모든 것과 작별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떠난 '릴리언 올링' 이라는 여자를 작가가 떠올리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냥 떠나고 싶다는 감정이 들 때가 있는데, 작가 는 '릴리언 올링'을 통해 여기 아닌 다른 곳에 있기를 꿈꾼다. 한번쯤은 나도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어서 그런지 작가의 생각에 많이 공감했다.

[오로지 혼자 머물며 머릿속을 말끔히 비워내고 싶다는 생각,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꽉 채우는 대신 반대로 그들을 그리워하고 싶다는 생각, 198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낯선 통근자들 무리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대신 고독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경험을 하고 싶 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유콘Yukon강의 시원한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졌다.] P.18



<새로운 희망>은 흑인으로 코로나 시대를 지나가야 했던 차별과 이에 따른 분노, 그리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을 애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보다 더 큰 슬픔이 있을까?

[청력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 시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을 잃게 돼요.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도 잊어버리게 되지요. 하지만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소리는 들을 수 있어요.] P.73



이 책을 통해 이런 고독도 있구나, 저런 외로움도 있구나 하는걸 엿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때문에, 어떤 사람은 몸이 아파서, 어떤 사람은 가족 때문에, 어떤 사람은 먹고사는 일 때문에, 어떤 사람은 낯선곳으로 떠났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Alone(혼자) 이라고 느낀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얼마나 쓸쓸한지는 비교할 수 없을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은 상대적이니까, 깊이를 잴 수 없으니까.

[누구도 당신의 슬픔을 향해 공허하다고 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슬픔 속에는 고독함이 존재하고, 이는 오롯이 당신의 것이다. 고독은 참기 힘든 것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것이다. 당신의 슬픔이 얼마나 계속되어야 하는지 혹은 그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떠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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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7-25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려 22분의 글이 엮었으니, 그 중에서 어떤 외로움에 독자인 내가 반응하는가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새파랑님.. ^^ 22명에 어떤 분들이 있는지 급 한 명 한 명 보고 싶어지네요

새파랑 2023-07-25 08:23   좋아요 0 | URL
22명중에 제가 아는 작가는 딱 1명이더라구요. 줌파 라히리라고 ㅋ 아직 저는 멀었습니다 ㅋ
알라님 말처럼 작품별 반응을 보는것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희선 2023-07-25 0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각이 마지막까지 남는다는 말은 들어봤는데, 죽을 때는 자기 자신도 잊는군요 정말 그럴지... 잊으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것 같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3-07-25 08:24   좋아요 1 | URL
저도 청각이 남는다는 말을 경험해봐서 많이 와닿더라구요 ㅜㅜ 맞는 말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07-25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2명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네요.
단어의 차이가 있지만 고독과 외로움은 언제나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작가들이 쓴 글이라 아름다운 문장이 많을 듯 해요^^

새파랑 2023-07-25 11:5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아름다운 우울이라고 살까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니 뷔페 간 기분이었습니다~!!

2023-07-25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3-07-26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에세이 참 좋았어요. 몰랐던 작가도 알게 되고요^^

새파랑 2023-07-27 07:31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도 벌써 읽으셨군요 ~! 외국에세이 공감하기 힘든데 이 책은 좋더라구요^^

하나의책장 2023-07-31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이었어요.
새파랑님 말대로 힘이 빠져 글 읽는 순간순간 우울함이 덮쳐왔던 적도 있지만요^^

새파랑 2023-08-01 12:02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았습니다~! 전 우울할때는 우울한게 땡기더라구요 ㅋ 많은 작가의 이름도 알게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레이스 2023-08-01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팬데믹의 상황에서의 차별! 이건 또 다른 외로움인듯요 ㅠ

새파랑 2023-08-01 12:03   좋아요 1 | URL
코로나때의 암담함이 떠올라서 좀 그랬습니다 ㅎㅎ 미국의 피해가 컸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체험기를 읽으니 더 공감이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