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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아빌루 -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화영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2008년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 르 클레지오. 이 책은 그의 유명한 장편소설 사막의 일부분을 동화책으로 찍어낸 것이다. 발라아빌루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어부 나망이 불을 좋아하는 사막에 사는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동화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된다. 어부 나망도 이야기를 옛날 옛적에 살았던 한 나라의 임금에 초점을 맞춘다. 세상에는 귀신과 악마들이 넘쳤고, 그 임금에게는 아름다운 딸 렐라가 있었다.
어느 날 임금의 왕국에 저주가 씌워져 가뭄이 쭉 이어졌고, 이집트에서 온 마법사는 이 저주를 풀 방법이 임금의 사랑스러운 외동딸 렐라를 숲속에 혼자 놔두어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금은 사랑스러운 딸을 제물로 바칠 수는 없었으나 자신의 왕국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딸을 숲속의 한 나무에 묶어두고 눈물을 흘리며 나왔다. 그런데 이 렐라 공주를 무척 사랑하던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발라아빌루였다.
발라아빌루에겐 그의 친척뻘 쯤 되는 마법사가 그에게 준 동물로 변하는 반지가 있었는데, 반지를 한 번 끼면 영원히 제 모습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그런 무서운 선택을 공주를 위하여 하게 되었다.
문학평론가가 말하길 이 책에는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 두 가지가 들어 있다고 했다. 큰 이야기는 어부 나망이 랄라에게 들려주는 모든 이야기들을 말하고, 작은 이야기는 발라아빌루 이야기 자체이다.
그런 큰 흐름을 찾아보는 재미와 함께 바닷가의 서정적이고 타닥타닥 불꽃이 피어오르는 모닥불, 그 불위에 끓는 냄비 속의 송진 냄새, 소리와 함께 눈에 선한 듯 보이게 하는 묘사 글. 덕분에 연기의 맛이 스며든 바늘잎의 향이 내 입안에서도 감도는 듯 했다.
어부 나망의 이야기에 매혹된 아이들과 랄라의 모습, 어부 나망이 들려주는 발라아빌루 이야기가 동시에 흐르며, 그 사이 사이 막대기 붓에 송진을 묻혀 바르는 어부 나망의 몸짓에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소녀 랄라의 시선으로 읽게 한 독특한 책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묘사 글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슬슬 겨울방학, 즉 나의 독서의 계절이 다가온다. 물론 각종 시험이 기다리고 있어서 두렵기도 하지만, 그런 일이 모두 끝나고 나면 평소에 내가 보고 싶어했던 책들을 모두 보고 싶다. 특히 르 클레지오의 사막은 정말 살면서 꼭 봐야할 책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