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들의 반란
--- 대명 비발디 파크로 가는 길에
어느 날 몸 속에 살던 미생물들이
아 따분해
무슨 재밌는 일 없을까
그래, 몸에 길을 내는 거야
없던 길들이 생기고
나들이 하고
그냥 나들이는 따분해
털들을 밀어내고
미끄럼틀을 만들어 씽씽
아 이런 길이 막히네
안 되겠다
더 넓히자!
어, 앞이 막혔네
뚫자!
털들이 무성했던 곳은
반질반질 뺀질뺀질만이 남고
온 몸에는 없던 길들에
넘치는 미생물들만 넘실댄다
어느 날
지구는 소리쳤다
이 미개한 인간들아
미생물들보다 더 못한 인간들아
숨 쉬기가 곤란하다
바로 너희들 때문에……
봄이 가고 있다
경제성장의 봄,
정권교체의 봄,
내 청춘의 봄도
가고 있다.
출발의 즐거움을
덩그마니,
남겨 놓은 봄은
직선의 시간이라
더더욱 그리운 봄은
저 혼자
아무 미련도 없이.
말3
바람처럼 자유롭다고
스피릿*은 말했지
드넓은 초원을 한없이 달리는
그에겐 자유가 있었지
관계 맺길 거부한 자유
하지만 길들여지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말은,
주인을 잘 만나야 하지.
적토마가 여포보단
관운장을 만나
명성을 날렸듯
허공에 날리는 말들을
누가 자유라 할까
바른 관계로 내 것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지음(知音)이 되는 것을.
*스피릿 : 말을 소재로 한 미국 애니메이션 제목이자 말 이름
봄 감기
꽃 몸살을 앓으면
온 마음에 꽃비가 내리고
세상 모든 것이
새롭게 출발하는 이 때
연둣빛 새싹이
푸르른 여름을 향해 가듯
한 때 겪은 몸살이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
꽃비는
축복이리라.
새로운 나를 알리는
세상의 외침이리라.
놋그릇을 닦으며
풍물시장 놋그릇
무관심에 멍이 들어
푸르고 검은 딱지들로
제 몸을 덕지덕지 감싸고 있었다
수세미로
박박 쓱쓱
닦고 닦으니
황금빛이 난다
관심 갖고 사랑 주면
이렇게 빛날 수 있는 것이
한 번 쓰고 또다시 방치하면
푸른 멍이
놋그릇 곳곳에 생기고
또 닦으면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한번만으로
황금빛이 유지되지 않고
계속 닦아야만
관심을 주어야만
황금빛을 띤다고
조금 힘들다고
귀찮다고 내버려두면
금세 빛이 바래는
놋그릇
우리네 삶이 바로
이 놋그릇과 같지 않을까
힘들게 놋그릇을 닦는데
문득 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