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順天)
- 강은 길이다
큰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는 말을 왜곡한 토건족은 더 큰 도로를 내기 위해 운하 건설의 삽을 뜨는데, 이는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으로 면역력을 저하시키듯 정비란 처방을 일삼아 강의 자정능력을 떨어뜨리는 일인데, 길은 도로가 아닌 골목길, 늙은길*임을, 늘 우리와 함께 해 온갖 것들을 감싸안고 그렇게 제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니 강물이 연 길에는 사람도, 짐승도, 나무도, 풀도, 돌멩이도, 흙도, 보이지 않는 것들도 모두 함께 하고 있음이니.
토건족에겐
길이란
도로일 뿐
쭉 쭉
씽 씽
곧게, 곧게
넓게, 넓게
빠르게,
빠
르
게
쉬어야 한다고?
휴게소 건설
주변은
방해물
주변을
왜
살펴
달려!
오직
직
선
으
로
뚫음이
가둠이 되는
역천(逆天)
본디 강이란 직선이 아닌 곡선, 빠름이 아닌 느림, 젊음이 아닌 늙음으로 이것 저것 밀고 당기고 가두고 거두고 모든 것을 아우르며 보듬어 안는 것이나니, 이것이 비로소 길을 연 강물이었나니.
강물이
길을 열기 위해선
밀어내고 떨궈내는 것이
아니라
다름과
함께 하고 있어야
함이니, 그것이
자연의 이치일지니.
*이육사, 광야에서
*김훈, 섬진강 기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