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2
- 건물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양사언 시조 초장)
조상들은 이렇게 읊었지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양사언 시조 중장)
하여 그렇게 도전, 도전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양사언 시조 종장)
이건 옛날 말
자연은
도전의 대상이 아닌
정복의 대상
경외의 대상이 아닌
투기의 대상이 된 지 오래
건물보다 낮은 뫼가 어디 한둘이던가
구름을 허리에 두른 건물들이
하나 둘 세워지고 세워지고
위로 위로
다시 아래로 아래로
뫼와 땅이 깎이고 파이고
건물은 깊어지고 높아지고
지구는 점점 더 얇아지고
사람들 삶은 더더 힘겨워지고
인류세라는 말에
왜 바벨탑이 떠오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