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정치판
- 에셔 그림
그림 속에만 있는 줄 알았지
천사가 악마가 되고
악마가 천사가 되는
검은 새가 하얀 새가 되고
하얀 새가 검은 새가 되는
계단을 오르는데 내려가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올라가는
물이 흐르는데 올라가고 내려가는
그 무한 반복
그 속에 들어가면 그렇게
상상을 현실로 만들 줄 알아야 하나 봐
그래야 그 속에서 존재할 수 있나 봐
남들은 다 아는데
자신들만 모르면서
아니.
애써 모르는 체 하면서
기사에 대한 반응에서 기자에 대한 반응으로
옹호자
이럴 수가?
반대자
이럴 수가!
동조자
이럴 수가…….
날이 가고
달이 가면
그럼
그렇지.
기레기!!!
잡초는 억울하다· 2
이런 이름을 지닌 풀들
쥐오줌
개불알
개쉽싸리
존넨시름
이런 이름을 가진 집단들
태극기부대
자유총연맹
어버이연합
자유한국
보수 우익이라지만
알고 보면 수구꼴통
부르기 민망한 이름이나
이름값도 못하는 단체나
없느니만 못한 이름
그러니
또
잡초는 억울하다
잡초는 억울하다 · 1
사설시조를 쓴 이가
무명씨(無名氏)라고
판소리계 소설을 쓴 이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국란(國亂)에 분연히 일어섰던 백성들이
민초(民草)라고 불린다고
그들을 경멸하거나
작품을 무시할 수 있던가
김수영이 쓴 ‘풀’이
이름이 있는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수많은 학자들 밥벌이가 되어 주는
그 ‘풀’이
이름 없다고
문학사(文學史)에서
뿌리 뽑히던가
하여,
다시
고만고만한 높이의
집들이 사라지고
어느 날
현대 아이파크
롯데 캐슬
벽산 블루밍
금호 어울림
대림 이편한 세상이
우후죽순
아니
비 내린 뒤 자라는
죽순보다 더 더
빠르고 높게 올라가니
땅을 이롭게 하는
풀들이 이름을 얻지 못해
잡초라고
뽑혀야 하는데
땅을 파헤치고
짓누르는
높디높은 콘크리트들이
이름을 얻어
마천루가 되니
언제부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