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는 없다.'


  '거기'는 어디인가? 또 '무엇이' 없다는 말인가?


  제목이 된 시도 없다. 첫시가 '거기에서'다. 그렇다면 '거기'가 어디인지는 첫시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런데 알 수가 없다. 아, 이런...


  첫시에 나오는 것은 '죽음'이다. '죽음' 하나의 죽음이 아니라 두 죽음이다. 두 죽음이 시집에 걸쳐 나온다. 아이의 죽음과 트럭운전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죽음. 


그런데 죽은 사람과 눈을 맞춘다는 말이 나온다. 죽은 사람들과의 눈맞춤. 그러나 왜 죽었는지 알 수 없다. 역시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거기'를 공간이 아니라 시간으로 바꾸면 '거기'는 '과거'다. 언제? 그런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집을 계속 읽어간다. '거기'를 찾는 여정이다.


 읽을수록 연결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연결이 된다. 죽음들이 나오고, 죽음을 바라보는 화자의 모습이 나오니... 여기에 시들의 제목에 '공간'이 들어간다. '공간'이라는 말에 시간을 더해서 '장소'라고 해도 좋겠다.


이 장소들은 시집의 화자가 나고 자라고 지내는 시공간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렇게 시는 그런 장소들에 화자를 데려다 놓는다. 이렇게 찾으면 거기는 두 곳으로 나뉜다. 과거의 거기는 전라도 지방이다. 현재의 거기는 서울 근교다.('내가 사는 수도권에'(84쪽) -'신도시' 중에서) 전라도 지방 중에서도 지명이 나오는데 '비아동'이 시에 호명되고 있다. 광주다. '마을에서'란 시와 '신도시에서'란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비아동, 하남공단, 수완지구.


'광주'가 호명된다. 5공 청문회 이야기도 시에 있다. 그렇다면 '거기'는 광주라고 할 수 있다. 이 광주에 없는 것이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그냥 추측을 하면 그때에 죽었던 사람이 이제는 거기에 없다고 해야 하나? 왜, 그는 나를 따라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함께 만나기 때문.


그렇다면 과거가 현재와 함께 존재하면서 현재의 삶 속으로 계속 들어온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러므로 거기에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여기에 나와 함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 시집은 거기에서 떠나온 죽음과 함께 살아온 사람의 삶이 펼쳐진다. 거의 시간 순서로 읽을 수 있는, 화자의 어린시절부터 청소년, 청년, 그리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과정이 모두 '~에서'라는 장소와 연결되어 시집을 구성한다.


그러니 '거기에는 없다'는 말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거기에 없는 존재는 여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과거와 현재의 공존. 거기와 여기의 공존. 이 시집은 그걸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집을 이해하는데 시집의ㅡ시인의 에세이 '거기에서 만난'이 도움이 된다. 이 글에서 두 죽음이 나온다. 광주민주화 운동 때 죽은 아이와 교통사고로 죽은 트럭운전사. 거의 동시대라고 할 수 있는 두 죽음. 시대는 다르지만 거기에서 나와 만난, 또는 나를 키운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5공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전두환을 비롯한 세력이 아니라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 또 자신의 아이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럼 이제 거기에 그들은 없다. 시인의 아이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고, 거기에 살고 있지 않으니 (화자가 살고 있는 수도권 도시는 거기가 아니다. 여기서 확정짓자. 거기는 광주다) 논외로 한다면, 시인의 에세이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제 거기에 없다. 그들은 없지만 기록은 남아 있다.


'트럭도 아이도 / 사라진 후였다'('마을에서' 중에서. 14쪽)고 하고 있으니, 거기에 그들은 없다. 그렇지만 5공청문회나 다른 일들을 통해서 또 화자의 기억 속에서 거기에 그들은 계속 된다. 이렇게 시인은 그들이 없지 않음을, 자신의 삶 속에 계속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나는 다만 /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 쓰면 쓸수록 어디까지가 나의 이야기인지 / 죽은 아이인지...'('신도시에서' 중 85쪽)


이 표현을 통해서 그들이 계속 존재하고 있음을, 하여 거기에 있던 죽음이 나와 함께했기에, 거기에 없음을 첫시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서


뒤집힌 차에 나는 

매달려 있었다

너와 나는 눈이 마주쳤고

너는 뒤돌아 갔다

나는 너의 등에 업히기로 했다 등에서

등으로 어깨에서

어깨로 정수리에서

정수리로 너를 만나고 스치는 이들에게로


서효인, 거기에는 없다. 현대문학. 2022년. 9쪽.


이렇게 시집에 실린 시들을 통해 '거기'에서 떠나 화자가 만나는 '그들'을 찾게 되는데... 우리의 삶은 이렇게 과거의 죽음들을 딛고 서 있음을, 그것을 잊으면 안 됨을 시집을 통해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거기'가 어디고 '무엇이' 없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시집을 읽으면서 각자 찾을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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