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 연세대 공대 교수 22명이 들려주는 세상을 바꾸는 미래 기술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 해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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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하면 기계가 떠오른다. 기계 중심의 발전을 공학 발전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공학은 사람과 관련된 학문이다. 사람과 관계없는 공학은 없다. 즉 공학은 우리가 잘살기 위해서 만들어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학 발전이 인간을 뒤로 제쳐두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만큼 공학 기술은 인간보다는 기계나 기술의 발달을 우선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학은 사람들이 한다. 왜 사람들이 좀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공학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우선하지 않는 공학은 존재하기 힘들어진다.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했고, 공학기술도 발전했지만 이들 모두는 바로 우리 인간들의 행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다양한 공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모여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 공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세상의 바뀜에 공학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고, 또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다만, 공학이 사람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공학은 곧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위한 공학은 어떠해야 할까?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우리들 삶과 관계없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무작정 공학의 발전을 예찬하지 않아서 좋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전제하고 있다. 미래 세계에서도 공학은 사람에게 복무해야 한다. 아니 사람이 없는 공학은 필요 없다. 사람이 없는 지구를 상상할 수 없듯이 사람을 전제로 하지 않는 공학은 상상할 수가 없다.

 

다만, 기술 발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회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들이 제시한 의견이 전부라고 하지도 않고, 이러한 의견을 참조해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많은 교수들, 22명이나 되는, 특정 대학, 연대 공대 교수들이 썼지만, 어느 대학의 학문에 편중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자신의 전공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래 사회는 초연결사회이고, 그러한 사회에서는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건축만 하더라도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어야만 건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는 말에는 전문가를 참조하되, 다양한 관점들, 기술들이 융합되어 사람을 중심에 놓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권유가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부정해도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이 책은 그 발전을 사람을 위한 발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공학이 미래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함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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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 핵심 가치 서가명강 시리즈 10
이효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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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곳. 우리나라에서 제왕적 권력을 지녔다고 하는 대통령을 탄핵심판할 수 있는 곳. 그런 이름을 지닌 헌법재판소를 보면 헌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우리들을 규정하는 기본 원리가 바로 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헌법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도(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나 행정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드물다.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정치, 경제를 배우지만, 또 법을 배우면서 헌법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전체를 배우지는 않는다. 그리고 헌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지내게 된다. 물론 헌법이 법 중에서 가장 상위에 속한다고는 알고 있지만, 헌법이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여기면서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헌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그간 무심했던 헌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고, 우리나라 헌법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도 알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헌법은 존재(자인)와 당위(졸렌)로 파악하고, 당위로서의 헌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헌법을 읽을 때 한 가지 유념해야 하는 점은 가치판단을 전제로 당위규범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52쪽)

 

이 말에 따르면 우리는 헌법은 이렇게 이렇게 개인의 행복과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읽어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헌법에 미치지 못하는 법률을 개정하거나 기관들을 통제해야 한다.

 

'법치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기관의 권력 행사를 통제하는 것에 있다. 법치가 국가권력의 행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면서 개인을 통제하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93-94쪽)

 

이것은 우리가 헌법을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기관의 권력행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헌법을 알아야 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이 그 요건과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 ... 정부의 행정명령이나 법원의 재판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110쪽)

 

이런 원칙은 우리들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 자유를 무한히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법률에 의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쉽게 제한해서도 안된다. 너무도 쉽게 개인의 자유를 제한당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헌법이 지향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헌법은 개인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국가를 지향한다.' (248쪽)

 

이게 바로 헌법이다.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가 되도록 하는 것.

 

나라가 스스로 그렇게 할 수는 없을테니, 그런 나라를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몫이다. 우리 권리이기도 하고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헌법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어떻게 헌법이 지향하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교육에서는 무엇보다도 헌법을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 한글이 위대한 문자라고 하면서 한글 창제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히지 않는 교육과 비슷하게 헌법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교육을 하지 못했다.

 

제 나라 근간을 이루는 법, 우리들 삶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담고 있는 법, 그리고 모든 법이 이 헌법에 위배되어서는 안되는 법. 그런 헌법에 대해서 자세하고 꼼꼼하게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있다.

 

법이나 정치와 관련된 사람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으면 우리 헌법에 미진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헌법대로만 국가가 유지되더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작은 제목을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라고 했을 테다. 자, 이미 우리에겐 헌법이 있다. 이 헌법이 존재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헌법이 지향하는(졸렌) 국가가 되도록 관심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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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곳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낮은 곳에 머무르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

 

  높은 곳에서 남들을 내려다 보기도 하지만, 낮은 곳에서 남들을 올려다 보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 있으면 높은 곳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도 있다.

 

  땅에 누워 세상을 보면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정시학 시인선'은 이렇게 낮은 곳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게 한다.

 

서문을 보자.

 

'우리는 달걀을 깨서라도 신대륙을 발견하려는 문화적 발상과는 달리, 달걀 자체는 숭고한 생명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생명 의식을 갖고 역사 지평을 열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환경오염과 소외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억눌린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5쪽)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성장 일변도로 달려온 인간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이 때... 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김완성이 쓴 시 '땅바닥에 누워'를 보면 낮은 곳에서 보는 눈을 지닌 사람, 그런 사람이야 말로 다른 생명들과 공존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땅바닥에 누워

                             - 김완성

 

땅바닥에 누워 숲 속의 나무를 보면

나무들도 우리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땅바닥에 누워 숲 속의 나무를 보면

나무들이 하는 소리 갈맷빛으로 보인다

살아 있을 때 모든 걸 사랑하라

 

땅바닥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

별들도 우리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땅바닥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

별들이 하는 소리 푸른빛으로 보인다

죽을 때까지 모든 걸 사랑하라

 

강은교, 최동호 엮음, 드므에 담긴 삽, 서정시학. 2006년. 63쪽.

 

낮은 곳인 땅바닥에 누워서 보면 귀하지 않은 존재가 없다. 나무들고 하늘의 별들도 모두 우리와 같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런 존재들에 대한 깨달음. 그렇다면 깨달은 나라는 존재는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란 말인가.

 

이런 소중한 존재인 우리들이 살아 있을 때, 죽을 때까지 모든 걸 사랑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이라는 말에 답이 있다. 나만큼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 그러니 낮은 곳에서 보는 나는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허투루 하지 못한다.

 

이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는 길이다. 서정시학이 추구하는 방향, 이 시에 너무도 잘 드러나 있다. 아니, 서정시학이 추구하는 방향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렇게 모든 걸 소중히 여기고, '모든 걸 사랑'하는 자세. 그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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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민영화는 없다 - 누가 독이 든 사과를 권하는가
이광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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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논란이 벌어진 지 꽤 오래되었다. 우리나라도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그리고 정년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경쟁을 하지 않아 자기 자리 보전에만 연연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말들이 있다.

 

민영화론자들은 민영화를 하면 경쟁이 도입되고, 서로의 경쟁을 통해서 가격이 더 낮아져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민영화가 소비자들에게 득이 될까?

 

다른 나라 사례, 특히 이 책에서 많이 예를 들고 있는 영국에서는 민영화로 인해 가격 인하는 커녕, 오히려 가격이 올라서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민영화가 담합으로 이어지고, 그들이 낸 이익이 다시 시설투자나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그들 주주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영화하고 하지만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기 때문에 사영화라고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스티글리츠라는 학자가 한 말이라는데, 민영화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208쪽)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이 말보다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 잘 정리한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자세한 사례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 책에 많은 예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나 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는 민영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민영화란 민간에게 경영을 맡기고,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인데, 엄청난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에서는 민간에게만 일을 맡길 수가 없다. 그래서 초기에 정부에서 공적 자금으로 시설을 마련하고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이 다음에 민영화를 하면 그간 투자 비용은 국고에서 나갔지만, 이익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가? 게다가 민영화는 주주들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에 공적인 가치보다는, 기업의 이윤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적 가치를 지니는 사업을 어떻게 민간에 맡길 수가 있을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관여해야 하는 부문이 있다. 정부가 이것을 하지 않고 오로지 시장에만 맡기면 혼란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빈익빈 부익부로 사회 계층이 고착화되고, 소수의 부자들이 대다수의 재화를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민영화를 반대한다. 착한 민영화는 없다고 하지만, 사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이윤이 우선이기 때문에 착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다. 이윤을 무시하고 착함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논리다.

 

하지만 공동체의 운영논리는 시장논리와는 달라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공동체에서 채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이윤보다는 공동체의 삶을 우선하게 된다. 분명히 다른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이윤이 나지 않는 오지에 전기나 철도, 도로, 상하수도를 건설해서 그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이 바로 이것들이다.

 

그러니 민영화를 해야 하는 부문이 있고, 민영화를 하면 안 되는 부문이 있다. 공적인 부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을 우리는 공공재라고 한다.

 

그런 공공재에는 '의료, 철도, 전기, 통신, 상하수도, 땅, 집'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의료, 철도, 전기, 통신, 상하수도에서는 민영화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았고, 공공 사업으로 유지되는 부분이 더 많지만, 땅과 집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 마련을 포기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듯이 땅을 가진 사람이 떵떵거리며 큰소리치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도 있으니, 땅과 집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민영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무슨무슨 개발이다 하면서 땅과 집을 수용하는 것을 보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땅과 집을 공공재로써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필수 요소로 함께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민영화, 얼핏 보면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간다고 여겨지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민영화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다수이다. 소수만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지,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은 민영화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어서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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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영화들 - 〈기생충〉에서 〈어벤져스〉까지 우리가 열광한 영화 깊이 읽기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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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영화관에 가는 사람이 줄었다고 하지만 영화 관람 인구가 줄었다고는 할 수 없다. 영화관이 아닌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화를,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서 볼 수 있는 시대. 그렇게 영화는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영화는 특정한 공간에서 시간을 내어야지만 볼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이렇게 영화 관람 방식이 바뀌게 된 것이 꼭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여 이런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상에서 영화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예전에는 소설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영화를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간접 경험은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즉 시간을 때운다는 식으로 영화를 보아서는 간접 경험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다양한 예술들을 통해서 간접 경험하게 되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이 풍요로움은 질문을 통해서 나오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았다? 말이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영화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들을 조금 다듬으면 질문이 되고, 질문이 생기면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거창하게 철학 운운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통해 하는 질문들은 우리들 삶에서 우리가 평소에 느꼈던 점들과 관련이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보여주는 영화를 통해서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 찾기는 우리에게 달렸다.


그러니 이 책은 영화를 통해서 우리 삶을 생각하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고 할 수 있다. 총 7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주제들은 풍요와 빈곤, 근현대사, 전쟁과 평화, 국가란 무엇인가, 자연과 동물, 페미니즘, 가족이다.


풍요와 빈곤 하면 우리는 먼저 영화 '기생충'을 떠올릴 수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그리고 그보다 더 못한 사람이 사는 곳을 공간으로 구획하고, 그들의 행동으로 나누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돕기보다는 서로를 누르는 현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는데, '박 사장네 가족은 똑똑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택네 계략에 몽땅 속아넘어갈 만큼 어수룩하기 그지없습니다. 글로벌 IT기업을 이끌어 가는 유능한 박 사장도, 영어를 섞어 쓰며 지적 허영심을 과시하는 연교도, 기택네 사기극을 눈치채지 못하지요.'(28쪽)라고.


그런데 이들은 어수룩해도 되지 않나? 기택네에게 속아도 이들 재산은 줄지 않는다. 이들이 살아가는데 어떤 어려움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들이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따지는 시간이 더 그들에겐 손해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자신들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일 뿐. 그 사람들이 누구여도 상관이 없다. 그러니 그들은 속아넘어가도 된다. 거기에 마음을 쓸 필요가 없을 뿐.


그렇다면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사기에 신경쓰지 않는 그들이지만,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에는 민감하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너는 내 영역에 들어오면 안 된다를 철칙으로 삼는 이들이다. 


이들에겐 벽이 있다. 이 벽을 통해 사람들을 나눈다. 하지만 그 벽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벽으로 인해 함께 살아가기 힘들어지면 공멸할 수도 있게 된다. 영화가 박 사장의 죽음으로 치닫는데는 이러한 구획이 있다.


공존이 아니라 시혜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에겐 빈부 격차를 해결할 생각도, 의지도 없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빈부 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멸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이렇게 이 책은 다양한 주제를 지닌 25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 '기생충'은 빈부 격차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만들었지만 봉준호 감독이 만든 또다른 영화인 '옥자'를 통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룬 다른 영화들도 한편 한편 보면서 질문을 찾아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영화와 함께 참조하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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