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영화들 - 〈기생충〉에서 〈어벤져스〉까지 우리가 열광한 영화 깊이 읽기 생각하는 10대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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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영화관에 가는 사람이 줄었다고 하지만 영화 관람 인구가 줄었다고는 할 수 없다. 영화관이 아닌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화를,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서 볼 수 있는 시대. 그렇게 영화는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영화는 특정한 공간에서 시간을 내어야지만 볼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이렇게 영화 관람 방식이 바뀌게 된 것이 꼭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여 이런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상에서 영화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예전에는 소설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영화를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간접 경험은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즉 시간을 때운다는 식으로 영화를 보아서는 간접 경험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다양한 예술들을 통해서 간접 경험하게 되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이 풍요로움은 질문을 통해서 나오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았다? 말이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영화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들을 조금 다듬으면 질문이 되고, 질문이 생기면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거창하게 철학 운운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통해 하는 질문들은 우리들 삶에서 우리가 평소에 느꼈던 점들과 관련이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보여주는 영화를 통해서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 찾기는 우리에게 달렸다.


그러니 이 책은 영화를 통해서 우리 삶을 생각하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고 할 수 있다. 총 7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주제들은 풍요와 빈곤, 근현대사, 전쟁과 평화, 국가란 무엇인가, 자연과 동물, 페미니즘, 가족이다.


풍요와 빈곤 하면 우리는 먼저 영화 '기생충'을 떠올릴 수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그리고 그보다 더 못한 사람이 사는 곳을 공간으로 구획하고, 그들의 행동으로 나누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돕기보다는 서로를 누르는 현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는데, '박 사장네 가족은 똑똑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택네 계략에 몽땅 속아넘어갈 만큼 어수룩하기 그지없습니다. 글로벌 IT기업을 이끌어 가는 유능한 박 사장도, 영어를 섞어 쓰며 지적 허영심을 과시하는 연교도, 기택네 사기극을 눈치채지 못하지요.'(28쪽)라고.


그런데 이들은 어수룩해도 되지 않나? 기택네에게 속아도 이들 재산은 줄지 않는다. 이들이 살아가는데 어떤 어려움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들이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따지는 시간이 더 그들에겐 손해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자신들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일 뿐. 그 사람들이 누구여도 상관이 없다. 그러니 그들은 속아넘어가도 된다. 거기에 마음을 쓸 필요가 없을 뿐.


그렇다면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사기에 신경쓰지 않는 그들이지만,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에는 민감하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너는 내 영역에 들어오면 안 된다를 철칙으로 삼는 이들이다. 


이들에겐 벽이 있다. 이 벽을 통해 사람들을 나눈다. 하지만 그 벽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벽으로 인해 함께 살아가기 힘들어지면 공멸할 수도 있게 된다. 영화가 박 사장의 죽음으로 치닫는데는 이러한 구획이 있다.


공존이 아니라 시혜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에겐 빈부 격차를 해결할 생각도, 의지도 없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빈부 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멸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이렇게 이 책은 다양한 주제를 지닌 25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 '기생충'은 빈부 격차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만들었지만 봉준호 감독이 만든 또다른 영화인 '옥자'를 통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룬 다른 영화들도 한편 한편 보면서 질문을 찾아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영화와 함께 참조하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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