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낮은 곳에 머무르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

 

  높은 곳에서 남들을 내려다 보기도 하지만, 낮은 곳에서 남들을 올려다 보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 있으면 높은 곳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도 있다.

 

  땅에 누워 세상을 보면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정시학 시인선'은 이렇게 낮은 곳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게 한다.

 

서문을 보자.

 

'우리는 달걀을 깨서라도 신대륙을 발견하려는 문화적 발상과는 달리, 달걀 자체는 숭고한 생명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생명 의식을 갖고 역사 지평을 열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환경오염과 소외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억눌린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5쪽)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성장 일변도로 달려온 인간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이 때... 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김완성이 쓴 시 '땅바닥에 누워'를 보면 낮은 곳에서 보는 눈을 지닌 사람, 그런 사람이야 말로 다른 생명들과 공존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땅바닥에 누워

                             - 김완성

 

땅바닥에 누워 숲 속의 나무를 보면

나무들도 우리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땅바닥에 누워 숲 속의 나무를 보면

나무들이 하는 소리 갈맷빛으로 보인다

살아 있을 때 모든 걸 사랑하라

 

땅바닥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

별들도 우리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땅바닥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

별들이 하는 소리 푸른빛으로 보인다

죽을 때까지 모든 걸 사랑하라

 

강은교, 최동호 엮음, 드므에 담긴 삽, 서정시학. 2006년. 63쪽.

 

낮은 곳인 땅바닥에 누워서 보면 귀하지 않은 존재가 없다. 나무들고 하늘의 별들도 모두 우리와 같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런 존재들에 대한 깨달음. 그렇다면 깨달은 나라는 존재는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란 말인가.

 

이런 소중한 존재인 우리들이 살아 있을 때, 죽을 때까지 모든 걸 사랑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이라는 말에 답이 있다. 나만큼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 그러니 낮은 곳에서 보는 나는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허투루 하지 못한다.

 

이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는 길이다. 서정시학이 추구하는 방향, 이 시에 너무도 잘 드러나 있다. 아니, 서정시학이 추구하는 방향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렇게 모든 걸 소중히 여기고, '모든 걸 사랑'하는 자세. 그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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