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연대기 - 우주 사용 설명서
프레드 왓슨 지음, 조성일 옮김 / 시간여행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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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광활한 공간. 상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해도 우주 끝까지 가지도 못한다. 그만큼 우주는 넓다. 어느 정도 넓은지 생각을 할 수 없는. 우주에 끝이 있냐 없냐로 논쟁하던 때도 있었으니...


대략 지금 우주 나이는 138억 년이라고 하는데, 지구에 인간이 출현해서 살아온 기간이 1억 년이 안 되니(천만 년도 안 되지 않나, 인류의 역사는), 우주 역사를 가늠하기도 힘들다.


평생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지금, 지구 밖으로 거의 무한히 펼쳐지는 우주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준다.


그래서 우주는 우리에게 상상력을 불어일으키고, 우리들의 상상력을 키워준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던 때, 별자리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던 시절... 이제는 우주선을 쏘아 더 먼 곳으로 가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소설에서 묘사하는 세상과는 아직도 거리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우주여행이랍시고 우주정거장에서 며칠 머물다 오는 일이 전부. 


화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영화도 있지만, 정작 화성에 가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에서도 우리는 우주를 상상하는 일, 지구 밖으로 나가 우주를 탐험하는 일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먼 곳을 보아버렸는데, 어찌 이곳에만 안주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주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고 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와 우주라고 해서, 지구에서 바라본 우주, 또는 그동안 연구한 우주에 대한 탐험들을 알려주고 있고, 행성 탐험이라고 해서 지구 밖으로 나가는 인류의 모습, 마지막으로는 우주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우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다.


읽으면서 결코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천문학자인 저자에게는 당연한 용어, 당연한 사실, 당연한 연구들일지 몰라도 일반인인 내게는 어려운 용어, 낯선 개념들, 모르는 지식들이 만연했다.


좀더 쉽게, 어쩌면 그래서 칼 세이건이 대단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풀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번역의 문제일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주 자체가 방대하기 때문이다. 밝혀진 부분도 있고, 여전히 암흑물질처럼 미지의 존재로 남은 부분도 있으며, 무엇 하나로 정리하기 힘들어 논쟁 중인 문제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대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찌 간단하고 쉬울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책은 전문 학술서가 아니니,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또 천문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들이 있다. 과연 우리가 다른 행성을 인간들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들려고 하는 일이 바람직할까?


과거 '식민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기 전에 우선 미생물, 바이러스 등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책에 '우주에 강한 미생물이 삶에 대한 결정적 열망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는 다른 예들이 있었다'(143쪽)는 말이 나온다. 우주선에서 우주 비행사들에게서 나온 미생물이든, 또는 우주 공간에서 우주 비행사들에 의해 나왔든, 그 이전부터 있었든 미생물들이 우주로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


'지구 미생물이 다른 천체로 운반되는 두 가지 다른 상황과 외계 생물체가 지구로 다시 이동하는 것은 태양계 탐사 분야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것들은 각각 '전방 오염'과 '후방 오염'이라고 불리며, 그런데도 우주 미션을 계획할 때마다 주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상력이 부족한 용어이다.'(146쪽) 


우주에 나가기 전에 이 점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우주 탐사는 필요하고 좋지만 우주 식민지 개척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 여기에 우주에서 다른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도 보여주고 있는데...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들과 더불어 우주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우주에 관해서 전반적으로 정리를 해주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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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잠시 멈춤 - 가장 소중한 것에 커넥트하기 위한 20년 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 2021 세종도서 문학나눔 교양부문 선정
고용석 지음 / 이지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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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요즘 시류와는 맞지 않는 책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시대, 스마트 시대에 그것을 잠시 멈추라니... 예전에 (지금은 잘 읽지 않게 된 책이지만,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있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달리기만 하는데, 이렇게 하다가 어느 순간 지쳐 나가떨어지게 된다. 영어 표현으로 번아웃이라고 하고, 소진되었다는 말로도 표현하는 상태에 도달한다. 이때 멈춰야 한다. 멈추고 쉴 수 있어야 한다. 몸을, 마음을 심심하게 해야 한다.


심심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멈추었다가 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예전과는 다른 자신으로.


디지털 시대 또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깨어나서 잘 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 밥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고,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도무지 자기 시간이 없다. 자기 시간에 시도때도 없이 스마트폰이 침범해 들어온다. 멈출 수가 없는, 늘 달리고 있는 상태.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다.


그런데 이것이 좋기만 할까?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면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어진 무언가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어찌보면 조종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내가 접속한 상태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그와 비슷한 상품, 사이트들을 알려주는 스마트 시대. 빅브라더를 비판하고, 그런 시대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는 구글이나 애플과 비슷한 빅브라더를 만들어내고, 빅브라더 품으로 들어가 버린 상태는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스마트폰 금단 현상...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그들은 참지 못한다. 그들에게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들은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보다는 몸 속에 내장된 스마트폰 시대가 더 좋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시대, 최첨단  전자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저자는 이와 반대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자신이 한 경험에 비추어.


그는 스마트폰과 함께 하던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어느날 결심을 한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보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먼저 사진 찍기를 줄이기로 한다. 제주도에 여행가서 하루에 딱 3번만 사진을 찍기로 한다. 보통 우리는 음식점에 가서도 요리가 나오면 사진부터 찍지 않는가. 저자 역시 스마트폰을 비롯한 첨단 기기를 자주 사용했는데, 사진에서 먼저 시작한다.


여행의 기억을 잃지 않을까, 남는 것은 사진뿐이야 라고 하는데,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지만, 사진을 찍지 않는 순간부터 저자는 다른 세계로 들어갔음을 알게 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여행에서 관찰을 더 많이 하게 되며, 천천히 여행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음악을 멈추기 시작하자 자신의 뇌에서 음악이 재생되는 경험을 한다. 주변 소리와 어울어진, 이어폰으로 다른 소리들을 가리지 않는 조화를 이룬 음악을...


사진, 음악에 이어서 구글링, 커뮤니티를 줄이고,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하지 않기로 한다. 이런 활동을 한 다음부터 그에게는 집중력 늘고,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상황을 더 잘 기억하게 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게 된다.


그런 다음에 전시회에 가더라도 사진보다는 그림을 그렸더니, 작품을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토록 저자는 디지털을 잠시 멈추는 활동을 한 자신의 경험을 남에게도 알려주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우리가 디지털로 만나는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고, 오히려 디지털을 멈추었을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고.


청소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시대에, 저자는 스마트폰을 없애라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다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잠시 멈출 수 있어야 함을, 생활에서 디지털을 멈추는 시간을 지니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디지털 세상이 되더라도 사람은 아날로그 모습을 완전히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디지털을 멈추는 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에서 디지털, 디지털 하면서 교육을 하지 않아도 이미 미래세대들은 태생적으로 디지털과 친숙하다. 그러면 교육에서 필요한 일은, 디지털 교육이 아니라 아날로그 교육이 아닐까 한다. 


저자처럼 디지털을 잠시 멈출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교육, 그것을 학교가 아니면 어디에서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이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디지털, 잠시 멈춤] 이 책을 통해 디지털로 이루어진 이 세상에서 오히려 아날로그가 더 핅요함을, 그리고 디지털을 멈출 수 있는 생활을 할 때 우리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도때도 없이 우리 삶으로 들어오는 디지털 신호들로 인해 우리 뇌가 얼마나 피곤한지... 디지털을 잠시 멈추면 우리 뇌도 그런 피로를 씻고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저자가 한 것처럼 디지털을 잠시 멈추는 생활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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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언어
장한업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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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책이다. 무심코 사용하는 말이 차별을 만들어낼 때가 있다. 그래서 말이 칼이 되기도 한다.


조심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몸에 익은 말들이 쉽게 떨어져 나가지는 않는다.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그 말은 밖으로 나가버리고 만다.


이 책에서는 그런 말들을 다뤄주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말들이 차별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라는 말이다. '우리'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쓰는가? 하다못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고까지 하니, '우리'란 말은 의식 깊은 곳에 박혀 있어서 빼내기가 힘들다.


그런데 우리라는 말이 배타적일 수 있다는 사실. 우리는 우리 안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동질감을 느끼지만, 우리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단순한 언어 속에서 느끼게 된다.


우리가 울타리를 의미한다면 포함과 배제를 하는 말인데, 포함되는 존재들 말고는 배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울타리다. 그러니 우리라는 말에는 배제가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고, 배제된 존재들에 대해서 우리 안에 있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다르게 대우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국민'이라는 말도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이라는 말이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국민 배우, 국민 여동생' 등등 이런 말은 국가주의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한다. 국민이라는 말도 우리란 말처럼 어쩌면 경계를 긋는 그런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고. 국민보다는 시민이라는 말을 먼저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단일민족이라는 말이야 많은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사항이니 더 긴말이 필요없지만, 얼핏 좋은 의미로 들리는 다문화교육이라는 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다문화라는 말을 쓰면서 한국문화는 다문화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다문화교육에는 세계 각국의 문화와 더불어 한국 문화도 포함되어 교육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지... 다문화교육이라고 하면서 외국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는지... 차라리 국제이해교육이라고 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여기에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스파게티와 쌀국수'다. 왜 이탈리아 국수는 스팍게티라고 그 나라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베트남 국수인 퍼는 '퍼'라는 말을 쓰지 않고 '쌀국수'라고 하는지 생각해 보라는 말.


그래, 왜 그러지... 여기에 문화적인 또는 나라에 따른 차별이 은연중에 반영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많은 면에서 잠재되어 있는 차별의식을 드러내주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쓰는 말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칼이 될 수도 있음을...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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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 넘겨짚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71가지 통찰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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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펼칠 때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어림짐작으로 정책을 수립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사실을 기반으로 할 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숫자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 숫자는 사실을 수치로 표시한 기호이니 사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숫자만 믿을 수 있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숫자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진실을 가릴 수도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말을 숫자는 진실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까?


책 제목이 된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를 보면서 영어로 'NUMBERS DON'T LIE'라고 되어 있는 말과 등치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령 임금인상이 노동자는 10%가 되고, 자본가는 1%가 되었다. 인상률에서 10배나 차이가 나니, 노동자들의 삶이 많이 좋아졌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아니다.


300만 원(많이 쓰자) 받는 사람이 10% 인상이 되면 330만 원을 받게 된다. 30만 원 오르게 된다. 자본가가 1000만 원(적게 쓰자) 받았는데 1% 인상이 되면 1010만 원을 받게 된다. 오른 액수에서 10배가 차이 나는가? 아니다. 겨우 3배 차이다. 만약 3000만 원(아마 이 편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을 번다면? 1% 인상이 되어도 30만 원이 오르게 된다. 인상률에서는 10배가 차이나지만, 액수는 같다. 2%만 올라도 60만 원이다. 노동자보다 2배 많은 돈이 오르게 된다.


숫자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상률만 이야기하면 거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거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려면 오른 액수를 숫자로 나타내야 한다. 그리고 총액을 이야기해야 하고, 총액과 더불어 사회에서 쓸 수 있는 자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야 한다.


즉, 숫자는 단순히 하나의 숫자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다양한 숫자들을 이야기하고, 그 중에서 가장 타당한 숫자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아니면 다양한 숫자들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숫자만 이야기하지 말고. 그래야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바꾼 말이 진실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숫자를 살펴보는 습관을 지녀야 하고, 또 숫자를 하나로만 환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환산할 필요성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람, 국가, 기계-설비-장치, 연료와 전기, 운송과 교통, 식량, 환경'에 걸쳐서 많은 숫자들을 통해서 사실을 판단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막연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들을 숫자를 통해서 사실임을, 또는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이 책에서는 핵발전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용어가 정리되어야 논의를 할 때 논점이 명확해진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몇 구절을 인용하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저자는 원자력발전은 감소하는 추세라고한다. 


'원자력발전이 차지한 비중은 1996년 정점에 달해 거의 18퍼센트였지만, 2018년에는 10퍼센트까지 떨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40년경 12퍼센트까지는 반등할 것으로 추정된다.'(200쪽)


반등이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숫자로 보면 감소해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유는 '서구인들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업은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199쪽)고 하니, 발전가능성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원자력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나? 


'핵분열로 상당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한층 개량된 원자로 설계를 사용해야 하고, 핵폐기물 저장에 대해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에 대한 선입견 없는 객관적 조사가 필요하고 진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 에너지 정책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이 둘을 진심으로 추진해보려는 실질적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200쪽)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핵발전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객관적 조사와 장기적 관점'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숫자를 동원하지 말고, '객관적 조사'를 하되,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숫자다. 다양한 방면으로 숫자들을 활용하고 살펴보는 일이 필요함을 이 책이 말고 있으니...


에너지 정책만이 아니라 정책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이 목적하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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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 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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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균실에서 살 수는 없다.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 또는 생명체가 아닌 것들과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런데 다른 존재로 인해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어떻게든 그 존재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생명은 하나밖에 없기에...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 투쟁한 역사라고 해도 좋겠다. 그만큼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질병이 나타났고, 그 질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으며,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서 많은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이 개인에게만 나타나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겠지만, 많은 질병들은 감염이 된다.


내 질병이 나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옮겨가게 된다. 감염병이다.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는 인간은 감염병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는 질병이 감염병이고, 이런 사례가 무증상 감염자라는 말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감염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책은 그 많은 감염병 중에서 10가지를 골라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병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극복이 된 감염병도 있고, 여전히 위협적인 감염병도 있다.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감염병들일텐데...


페스트, 인플루엔자, 콜레라, 말라리아, 이질, 결핵, 천연두, 황열병, 티푸스, 매독


이 중에 천연두는 공식적으로 극복 선언이 된 질병이긴 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천연두는 공포의 질병이었다. 천연두 하면 종두법, 우리나라에선 지석영, 외국에서는 제너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그 질병. 


이런 질병들과 세계 역사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연결지어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다. 가령 페스트를 설명하는 장에서는 페스트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연결시키고 있다.


페스트는 격리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때마침 금속활자가 등장했다고 한다.


금속활자로 인해서 많은 정보를 적은 인력으로 전파할 수 있게 된 것. 이런 식으로 인플루엔자는 우리가 흔히 스페인 독감이라고 이야기하는, 1차 세계대전과 관련지어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렇다. 감염병은 인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만큼 인류는 수많은 감염병들과 함께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염병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감염병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에, 또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코로나19로 인해서 팬데믹이 선언되고, 세계인의 생활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면 중심의 활동에서 비대면이 일상화되었고, 이제 팬데믹 종식 선언이 있더라도 예전과 같은 대면 생활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비대면과 대면이 융합된 그런 사회생활이 만들어졌고, 더 활성화되리라 예측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감염병이 인류 역사를 바꾼 살아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염병이 왜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까? 그것은 인류와 다른 생명체들이 접촉하는 시간, 장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존재가 접촉하면서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세균, 바이러스들을 교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견딜 수 없는 존재들은 사라지게 되고, 견디는 과정에서 서로 적응을 해나가게 된다. 사실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숙주가 사라지면 자신들도 사라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숙주를 멸종시키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는다.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생존을 위해서는 변이를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수많은 변이에도 불구하고, 치명률은 점점 약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하는 사실에서도 이를 볼 수가 있고,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출현했던 감염병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감염병이 차차 약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면 약화되겠지 하고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겠는가. 특히 죽어나가는 존재들은 약자들일텐데... 


감염병이 어떤 상황에서 창궐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서로의 영역이 겹치면서 접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인간이 생활공간을 확장하면서 다른 생명체들의 생활공간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활공간과 인간의 생활공간이 겹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들만이 지니고 있던 세균, 바이러스들이 다른 매개체를 통해서 감염이 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 이런 상황이니 의학의 발전만을 믿고 생활 형태를 바꾸지 않으려 해서는 안 된다. 함께 가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그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이었다면, 여기에 코로나19도 이젠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에 더하여 다른 감염병들이 또다시 우리를 급습하지 않도록 우리들 삶의 형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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