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잠시 멈춤 - 가장 소중한 것에 커넥트하기 위한 20년 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 2021 세종도서 문학나눔 교양부문 선정
고용석 지음 / 이지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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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요즘 시류와는 맞지 않는 책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시대, 스마트 시대에 그것을 잠시 멈추라니... 예전에 (지금은 잘 읽지 않게 된 책이지만,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있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달리기만 하는데, 이렇게 하다가 어느 순간 지쳐 나가떨어지게 된다. 영어 표현으로 번아웃이라고 하고, 소진되었다는 말로도 표현하는 상태에 도달한다. 이때 멈춰야 한다. 멈추고 쉴 수 있어야 한다. 몸을, 마음을 심심하게 해야 한다.


심심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멈추었다가 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예전과는 다른 자신으로.


디지털 시대 또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깨어나서 잘 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 밥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고,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도무지 자기 시간이 없다. 자기 시간에 시도때도 없이 스마트폰이 침범해 들어온다. 멈출 수가 없는, 늘 달리고 있는 상태.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다.


그런데 이것이 좋기만 할까?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면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어진 무언가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어찌보면 조종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내가 접속한 상태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그와 비슷한 상품, 사이트들을 알려주는 스마트 시대. 빅브라더를 비판하고, 그런 시대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는 구글이나 애플과 비슷한 빅브라더를 만들어내고, 빅브라더 품으로 들어가 버린 상태는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스마트폰 금단 현상...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그들은 참지 못한다. 그들에게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들은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보다는 몸 속에 내장된 스마트폰 시대가 더 좋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시대, 최첨단  전자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저자는 이와 반대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자신이 한 경험에 비추어.


그는 스마트폰과 함께 하던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어느날 결심을 한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보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먼저 사진 찍기를 줄이기로 한다. 제주도에 여행가서 하루에 딱 3번만 사진을 찍기로 한다. 보통 우리는 음식점에 가서도 요리가 나오면 사진부터 찍지 않는가. 저자 역시 스마트폰을 비롯한 첨단 기기를 자주 사용했는데, 사진에서 먼저 시작한다.


여행의 기억을 잃지 않을까, 남는 것은 사진뿐이야 라고 하는데,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지만, 사진을 찍지 않는 순간부터 저자는 다른 세계로 들어갔음을 알게 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여행에서 관찰을 더 많이 하게 되며, 천천히 여행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음악을 멈추기 시작하자 자신의 뇌에서 음악이 재생되는 경험을 한다. 주변 소리와 어울어진, 이어폰으로 다른 소리들을 가리지 않는 조화를 이룬 음악을...


사진, 음악에 이어서 구글링, 커뮤니티를 줄이고,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하지 않기로 한다. 이런 활동을 한 다음부터 그에게는 집중력 늘고,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상황을 더 잘 기억하게 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게 된다.


그런 다음에 전시회에 가더라도 사진보다는 그림을 그렸더니, 작품을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토록 저자는 디지털을 잠시 멈추는 활동을 한 자신의 경험을 남에게도 알려주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우리가 디지털로 만나는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고, 오히려 디지털을 멈추었을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고.


청소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시대에, 저자는 스마트폰을 없애라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다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잠시 멈출 수 있어야 함을, 생활에서 디지털을 멈추는 시간을 지니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디지털 세상이 되더라도 사람은 아날로그 모습을 완전히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디지털을 멈추는 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에서 디지털, 디지털 하면서 교육을 하지 않아도 이미 미래세대들은 태생적으로 디지털과 친숙하다. 그러면 교육에서 필요한 일은, 디지털 교육이 아니라 아날로그 교육이 아닐까 한다. 


저자처럼 디지털을 잠시 멈출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교육, 그것을 학교가 아니면 어디에서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이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디지털, 잠시 멈춤] 이 책을 통해 디지털로 이루어진 이 세상에서 오히려 아날로그가 더 핅요함을, 그리고 디지털을 멈출 수 있는 생활을 할 때 우리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도때도 없이 우리 삶으로 들어오는 디지털 신호들로 인해 우리 뇌가 얼마나 피곤한지... 디지털을 잠시 멈추면 우리 뇌도 그런 피로를 씻고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저자가 한 것처럼 디지털을 잠시 멈추는 생활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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