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 넘겨짚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71가지 통찰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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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펼칠 때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어림짐작으로 정책을 수립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사실을 기반으로 할 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숫자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 숫자는 사실을 수치로 표시한 기호이니 사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숫자만 믿을 수 있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숫자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진실을 가릴 수도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말을 숫자는 진실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까?


책 제목이 된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를 보면서 영어로 'NUMBERS DON'T LIE'라고 되어 있는 말과 등치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령 임금인상이 노동자는 10%가 되고, 자본가는 1%가 되었다. 인상률에서 10배나 차이가 나니, 노동자들의 삶이 많이 좋아졌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아니다.


300만 원(많이 쓰자) 받는 사람이 10% 인상이 되면 330만 원을 받게 된다. 30만 원 오르게 된다. 자본가가 1000만 원(적게 쓰자) 받았는데 1% 인상이 되면 1010만 원을 받게 된다. 오른 액수에서 10배가 차이 나는가? 아니다. 겨우 3배 차이다. 만약 3000만 원(아마 이 편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을 번다면? 1% 인상이 되어도 30만 원이 오르게 된다. 인상률에서는 10배가 차이나지만, 액수는 같다. 2%만 올라도 60만 원이다. 노동자보다 2배 많은 돈이 오르게 된다.


숫자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상률만 이야기하면 거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거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려면 오른 액수를 숫자로 나타내야 한다. 그리고 총액을 이야기해야 하고, 총액과 더불어 사회에서 쓸 수 있는 자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야 한다.


즉, 숫자는 단순히 하나의 숫자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다양한 숫자들을 이야기하고, 그 중에서 가장 타당한 숫자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아니면 다양한 숫자들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숫자만 이야기하지 말고. 그래야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바꾼 말이 진실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숫자를 살펴보는 습관을 지녀야 하고, 또 숫자를 하나로만 환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환산할 필요성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람, 국가, 기계-설비-장치, 연료와 전기, 운송과 교통, 식량, 환경'에 걸쳐서 많은 숫자들을 통해서 사실을 판단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막연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들을 숫자를 통해서 사실임을, 또는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이 책에서는 핵발전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용어가 정리되어야 논의를 할 때 논점이 명확해진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몇 구절을 인용하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저자는 원자력발전은 감소하는 추세라고한다. 


'원자력발전이 차지한 비중은 1996년 정점에 달해 거의 18퍼센트였지만, 2018년에는 10퍼센트까지 떨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40년경 12퍼센트까지는 반등할 것으로 추정된다.'(200쪽)


반등이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숫자로 보면 감소해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유는 '서구인들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업은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199쪽)고 하니, 발전가능성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원자력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나? 


'핵분열로 상당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한층 개량된 원자로 설계를 사용해야 하고, 핵폐기물 저장에 대해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에 대한 선입견 없는 객관적 조사가 필요하고 진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 에너지 정책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이 둘을 진심으로 추진해보려는 실질적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200쪽)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핵발전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객관적 조사와 장기적 관점'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숫자를 동원하지 말고, '객관적 조사'를 하되,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숫자다. 다양한 방면으로 숫자들을 활용하고 살펴보는 일이 필요함을 이 책이 말고 있으니...


에너지 정책만이 아니라 정책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이 목적하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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