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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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을 다시 읽었다.

 

<월든>을 읽었지만 소로우를 비로소 만난 것이 즐겁다.

누가 누가 읽었더라는, 누구의 서재에 이 책이 있더라는 말에 기대지 않고도 이제 이 책은 나의 책에 꽂아둘 수 있어서 기쁘다.

 

소로우가 전하는 메세지는 간소하게다.

옷도 가구도 집도 자연의 모습에 가깝게 사는 것이 간소한 삶의 본질이다.

남에게 맡기지 않고 그가 지은 그의 오두막은 비를 피하는 나무 그늘이거나 인디언의 천막이다.

문앞까지 자연을 끌어다놓고 사는 삶 속에서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 수 있음을 실험하고 성공한다.

 

<공자> <맹자>가 대표하는 동양의 고전, 서양의 <그리스로마신화>, 인도, 인디언의 삶까지 소로우가 닿아있는 지적 깊이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밑줄 그을 데가 많아서 옮겨적다가 말았다는 것.

그만큼 <월든>은 알뜰하게 읽어야 하는 책이다.

 

번역을 하고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월든>은 네 권의 책이 한 권에 들어있다.

모험기, 자연을 묘사한 에세이, 풍자서, 자서전인데, 그만큼 <월든>은 내면이 풍요롭다. 그 말은 읽지 않고 보기만 하거나 풍문으로 들어서는 결코 그 맛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이다.

 

월든 호숫가에 살면서 그가 느끼고 겪은 체험을 묘사한 글은 그의 말대로 '선택된 말'(고전, 좋은 책)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가 붉은 개미와 검은 개미의 싸움을 묘사한 글은  한편의 스펙타클한 영화를 본 것 처럼 흥미진진했다. 그의 글은 때로는 유머가 넘치고,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더러는 비유와 풍자로 독자를 골치아프게도 하지만 인간이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소로우처럼 숲 속으로 들어가 살 수는 없다.

내가 사는 곳을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만 <월든>을 읽으면서 도시에 사는 우리가 자연에서 멀리 떠나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도시에 살지만 자연에 가까운 삶을 모색하는 것이다.

채우기 위해 소비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아까운 시간,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단지 채우기 위해 소비되고 낭비되는 것이다.

 

오늘도 읽지 않고 쌓아둔 책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남들이 읽는다고 덩달아 사들인 탓이다.

내가 눈을 돌려야하는 것은 세상 밖이 아니다. 그곳은 온통 나에게 자기를 가져달라고하는 곳이다.

소로우가  전하는 말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 속에 여태껏 발견못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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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0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꼭 읽으라며 <월든>을 쥐어주셨는데 이년 전에 받은 걸 아직도 안 읽고 있답니다.
호기심에 첫 페이지를 펼쳤다가 기겁을 하고는 놔두었던 게 기억이 나요.
너무 어렵습니다...

수수꽃다리 2012-05-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진씨에게 <월든>을 건네신 어머니가 궁금해지는군요^^ 읽은 사람들끼리 느끼는 동지의식?!
기겁할만한 첫 페이지가 맞아요.
저도 역시!
언젠가 만날 때가 있겠지요.
 
김탁환의 쉐이크 -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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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엇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샀지?

사놓고도 내가 왜 샀는지 모르는 책을 만났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마흔 넘어가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는 왜 열었지 하는 꼴이다. 생활에서야 그렇다 해도 책까지 이럴 줄이야.

 

굳이굳이 이유를 대자면 ‘스토리텔링’이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내 지식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는 것 정도. 지긋지긋하게도 책 읽기 싫어하는 모 학생 녀석들한테 절망하고 좌절하다가 읽는 대신 말로 들려주면 좀 들을까 싶어서 이 책 저 책 찍었다 놨다 하던 중이었을 거고.

 

아는 분은 정말 이야기를 잘 한다. 듣다보면 책 한권을 읽고 난 느낌이 들 만큼 거의 탁월하다. 그 양반이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 이야기 들려주기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니 어쩌면 내가 이 책을 골라든 것이 좌절의 끝에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 책은 이야기 들려주기가 아니라 이야기 만들기에 관한 책이다. 김탁환은 소설 대신 이야기라고 했으니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소설이다. 소설 창작에 대한 김탁환의 지상 강의다. 김탁환만의 이야기 만들기 사계절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내게는 필요 없는 책 아닌가?

처음에는 그래, 한 번 생각 해봐하는 심정이었으나 제2코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접었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독자라면 100권의 책과 10권의 공책을 준비하여 바다를 출발하여 사막에도 가고, 설산에도 오르고 수없이 맞아도 끄덕 없을 자신이 있다면 그가 마련한 코스를 밟아도 된다. 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잘못 산 책인데, 나는 그 어느때 보다 열중하여 읽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나처럼 눈 밝은 독자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이 무척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야기 만드는 사람의 얘기를 들었으니 만든 사람처럼 읽으면 되는 일. 좀 더 밀착해서 그 작품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 하기도 좀 쉬워질래나?

어쨌든 이야기를 만드는 김탁환의 자세를 듣는 동안, 내 비록 이야기를 만들 능력 없음을 확실히 깨달았지만 그 또한 썩 괜찮은 경험이었다. 깨끗하게 마음 비우는 일!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 누군가를 흔들(shake) 힘은 없으나 잘 만들어진 쉐이크를 발견하여 기분 좋게 흔들릴 준비를 한 셈이니 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내게 처음 다가올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이야기가 끝나자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서 오라, 새로운 여행이 될 이야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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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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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는 여러말 할 것 없이 딱 한마디면 될 것 같다. 

"닥치고 읽어, 씨바"  "속이 다 씨원타, 졸라"

 

나는 이 남자의 이 "씨바"를 얼마나 따라해보고 싶었던가, "졸라" 따라하고 싶었는데, 나 차마 그말을 할 데가 없어서 이 남자가 쏟아내는 말에 얼마나 환호했던가.  

사람마다 그 사람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 색깔이 없는 사람은 또 얼마나 심심한 사람인가. 진중권과는 다른 색깔로, 그야말로 동시대를 살면서 이런 색깔의 남자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무당 같은" 예지로 통찰해 내는 사회 현상은 얼마나 날카로우며, 우리의 "가카"를 이토록 분명하게 입장 정리 해주는  사람이 이 남자 말고 또 누가 있던가. 나, 대체로 감정적이고, 스스로는 가끔 천박하다고도 느끼면서 누가 알세라 안그런척 그러면서 또 아는 척은 얼마나 했던가. 아, 창피하다. 졸라! 이 남자의 언어를 뭐라 하는 사람도 있다만은 난 이 남자의 말을 알아듣겠어서 좋다. 싫은 걸 싫다해서 좋고, 미운 걸 밉다해서 좋고, 좋은 걸 좋다해서 좋다.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이 남자의 예상들이 지금처럼 맞아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진짜 좋겠다. 그럴거다,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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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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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유행했으나 나는 별로 달갑지 않았던 동화 비틀기, 혹은 거꾸로 읽는 동화일까 했더니 격이 다르다는 말은 이럴때 쓰지 싶다. 어떤 책은 괜찮다는 말을 수 십번 씩 해도 위로 받지 못하는데 ㅇ이 책은 괜찮다는 말 별로 하지 않으면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생면부지 박현희 선생님께 감사 편지라도 드리고 싶은 독자가 되었다. 나이 먹으면서 솔직해 지는 것인지, 뻔뻔해 지는 것인 지 모르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청소년이 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에는 <늑대와양치기소년><여우와 두루미><아기돼지 삼형제><백설공주><신데렐라><피노키오><라푼젤><토끼와 거북이> 등의 동화가 이야깃거리로 등장한다. 아, 물론 더 있다. 지금 생각나는 동화가 이들인데, 어떤가. 아주 익숙한 '우리들의' 동화다. 지금 아이들은 사실 잘 읽지 않는다. 좋은 창작 동화가 많기도 하지만 고전이라고 생각한 동화들이 과연 고전으로서 자격을 의심 받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 오히려 이 동화들에 흠뻑 빠졌던 40대 이후 사람들에게 더 친숙한 동화다.  

저자의 글이 내게 감동을 주는 것은 역시 그녀의 생각이 현실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다. 그리고 그녀가 쓴 이 책에는 그녀의 제자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감동과 교훈을 주는 동화가 사회학적으로 어떤 오해를 받고 있고, 평가 절하 되고 있는지 재미있고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재미있다. 교사이기에 학생들 얘기가 빠질 수 없고 마치 학생들과 함께 이들 동화를 읽는 수업을 했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그녀는 내가 보기에 아주 멋진 사회선생님으로 인기짱일 것 같다.  

이 책에는 <빨간 모자>의 소녀가 엄마가 가라는 길로 가지 않고 샛길로 갔기 때문에 무서운 늑대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그런 삐딱이들이 있어서 세상에 생긴 길들이 한둘이랴. 아기 돼지 삼형제가 지은 집이 벽돌집만 좋다고 하는 것은 서구 중심의 생각이란다. 짓고 부수기 편해야 하는 몽골의 집들은 그러면 좋지 않은 집이겠는가 묻는다. 미녀가 야수를 좋아한 것은 야수를 좋아한 것이지, 왕자이기 때문에 좋아한 것이 아니란다. 그중 압권은 백설공주가 문을 자꾸 열어준 것은 '외로워서'라는 것.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을 하다가 찾아와 주는 방문판매 사원이 반갑다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리라.  

원작의 형태를 망가트리지 않으면서 원작에 숨어 있는 그림(혹은 새로운 의미-시대성)을 찾아내는 일은 쉬운 것 같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나는 그녀의 글들을 때로는 여자로서, 때로는 학부모로서, 때로는 학생으로서 읽었다. 그만큼 다양한 계층에게 소용될 만한 책이다. 그렇다해도 지금 내가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나는 학부모에게 권한다. 그것도 상위몇프로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라 나처럼 아이의 미래에 뭘 어떻게 간여해야 할 지 몰라 허둥대는 엄마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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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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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진중권을 좋아한다. 비행기를 배운다고 떠날때도 좋았고, 트위터에 비행기 조종하는 사진 중, 의외로 튼튼한 팔 근육에 놀랐다. 약간의 사심이 있는^^ 그리고 이건 아주 멀리서 그 책의 저자를 바라보는 독자로서의 관심이기도 하다. 발랄하고, 유머 넘치고, 자유롭고, 그리고 팔방미인인데다가 결정적으로 진지할 땐 진지해지는 학자적 모습까지. 질투를 하기에는 그가 너무 높은 곳에 있다. 세상 천지가 질투의 대상으로 꽉찬 느낌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일종의 소외감을 느꼈다면 내 질투가 내가 느끼는 것보다 좀 심한것 같다.  

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철학적 개념들을 해석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번 멈춰야 했다. '현실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분명히 사용되고 있을 이 개념들이 내게는 낯설고 알아듣지도 못할 만큼 어려워서다. 대부분이 철학적 개념이고 또 미술이나 영화, 즉 예술에 깊이 닿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적 소양이나 경험, 체험이 많이 부족한 나로서는 좀 버겁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공감하고 알아먹는다는 말이지.   

기본적으로 철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배경이 풍부하다면 훨씬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다루고 있는 개념들은 인식의 힘을 키워주는 것들이다. 개념을 아는 것은 세상 속으로 그만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훨씬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책과는 상관없이 진중권과 김규항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늘 궁금했는데,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 의외의 소득이라는 불편한 진실. 

분명 세상을 보는 인식의 힘이 한뼘쯤 생긴다. 책을 읽는 동안. 문제는 현실에 적용하는 것인데, 나는 언제쯤 현실에 발들 디딜 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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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sleep 2011-10-04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이 씨네21 칼럼의 글을 모아놓은거라, 거기는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더라구요. 저도 책 사서 읽고나서 알아습니다.ㅠㅠ

수수꽃다리 2011-10-04 19:2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필자의 연재 글은 되도록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책으로 묶여나오면 봐야지 하는... 그래야 집중하고 연결되는 흐름을 잡을 수 있기도 하지요. 님께서는 조금 아깝다 생각하셨나봐요?^^ 참고로 제 남편은 연재되는 글을 읽지 절대 그 책을 사지는 않는답니다. 그런 독서법이 부러울 때가 있지요. 정보처리 능력이 제가 모자라나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