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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진중권을 좋아한다. 비행기를 배운다고 떠날때도 좋았고, 트위터에 비행기 조종하는 사진 중, 의외로 튼튼한 팔 근육에 놀랐다. 약간의 사심이 있는^^ 그리고 이건 아주 멀리서 그 책의 저자를 바라보는 독자로서의 관심이기도 하다. 발랄하고, 유머 넘치고, 자유롭고, 그리고 팔방미인인데다가 결정적으로 진지할 땐 진지해지는 학자적 모습까지. 질투를 하기에는 그가 너무 높은 곳에 있다. 세상 천지가 질투의 대상으로 꽉찬 느낌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일종의 소외감을 느꼈다면 내 질투가 내가 느끼는 것보다 좀 심한것 같다.
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철학적 개념들을 해석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번 멈춰야 했다. '현실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분명히 사용되고 있을 이 개념들이 내게는 낯설고 알아듣지도 못할 만큼 어려워서다. 대부분이 철학적 개념이고 또 미술이나 영화, 즉 예술에 깊이 닿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적 소양이나 경험, 체험이 많이 부족한 나로서는 좀 버겁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공감하고 알아먹는다는 말이지.
기본적으로 철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배경이 풍부하다면 훨씬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다루고 있는 개념들은 인식의 힘을 키워주는 것들이다. 개념을 아는 것은 세상 속으로 그만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훨씬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책과는 상관없이 진중권과 김규항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늘 궁금했는데,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 의외의 소득이라는 불편한 진실.
분명 세상을 보는 인식의 힘이 한뼘쯤 생긴다. 책을 읽는 동안. 문제는 현실에 적용하는 것인데, 나는 언제쯤 현실에 발들 디딜 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