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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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유행했으나 나는 별로 달갑지 않았던 동화 비틀기, 혹은 거꾸로 읽는 동화일까 했더니 격이 다르다는 말은 이럴때 쓰지 싶다. 어떤 책은 괜찮다는 말을 수 십번 씩 해도 위로 받지 못하는데 ㅇ이 책은 괜찮다는 말 별로 하지 않으면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생면부지 박현희 선생님께 감사 편지라도 드리고 싶은 독자가 되었다. 나이 먹으면서 솔직해 지는 것인지, 뻔뻔해 지는 것인 지 모르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청소년이 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에는 <늑대와양치기소년><여우와 두루미><아기돼지 삼형제><백설공주><신데렐라><피노키오><라푼젤><토끼와 거북이> 등의 동화가 이야깃거리로 등장한다. 아, 물론 더 있다. 지금 생각나는 동화가 이들인데, 어떤가. 아주 익숙한 '우리들의' 동화다. 지금 아이들은 사실 잘 읽지 않는다. 좋은 창작 동화가 많기도 하지만 고전이라고 생각한 동화들이 과연 고전으로서 자격을 의심 받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 오히려 이 동화들에 흠뻑 빠졌던 40대 이후 사람들에게 더 친숙한 동화다.  

저자의 글이 내게 감동을 주는 것은 역시 그녀의 생각이 현실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다. 그리고 그녀가 쓴 이 책에는 그녀의 제자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감동과 교훈을 주는 동화가 사회학적으로 어떤 오해를 받고 있고, 평가 절하 되고 있는지 재미있고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재미있다. 교사이기에 학생들 얘기가 빠질 수 없고 마치 학생들과 함께 이들 동화를 읽는 수업을 했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그녀는 내가 보기에 아주 멋진 사회선생님으로 인기짱일 것 같다.  

이 책에는 <빨간 모자>의 소녀가 엄마가 가라는 길로 가지 않고 샛길로 갔기 때문에 무서운 늑대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그런 삐딱이들이 있어서 세상에 생긴 길들이 한둘이랴. 아기 돼지 삼형제가 지은 집이 벽돌집만 좋다고 하는 것은 서구 중심의 생각이란다. 짓고 부수기 편해야 하는 몽골의 집들은 그러면 좋지 않은 집이겠는가 묻는다. 미녀가 야수를 좋아한 것은 야수를 좋아한 것이지, 왕자이기 때문에 좋아한 것이 아니란다. 그중 압권은 백설공주가 문을 자꾸 열어준 것은 '외로워서'라는 것.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을 하다가 찾아와 주는 방문판매 사원이 반갑다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리라.  

원작의 형태를 망가트리지 않으면서 원작에 숨어 있는 그림(혹은 새로운 의미-시대성)을 찾아내는 일은 쉬운 것 같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나는 그녀의 글들을 때로는 여자로서, 때로는 학부모로서, 때로는 학생으로서 읽었다. 그만큼 다양한 계층에게 소용될 만한 책이다. 그렇다해도 지금 내가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나는 학부모에게 권한다. 그것도 상위몇프로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라 나처럼 아이의 미래에 뭘 어떻게 간여해야 할 지 몰라 허둥대는 엄마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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