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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네 말 ㅣ 창비시선 373
이시영 지음 / 창비 / 2014년 4월
평점 :
시인은 언어를 달려 가고자 하는 곳이 대체 어디쯤일까.
이시영 시인의 석 줄 혹은 넉 줄 아니면 두 줄의 시는 할 말을 다함으로써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음을, 우리가 얼마나 많은 말과 생각을 낭비하며 사는지를 증명한다.
머리가 쩡 갈라지는 것보다는 마음이 화끈 달아오른다.
심장이 간지럽고 손가락이 달싹거리면서
시끄럽게만 들리던 아침 까치소리,
아가의 숨넘어갈 듯 우는 소리,
경비 아저씨의 비질 하는 모습,
택배왔다고 외치는 소리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말로 살아난다.
독자가 나름의 감상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을 두고 발문을 적은 이는 그것이 여백 때문이라고 한다.
여백을 채우는 건 공감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집 곳곳에서 펄떡이는 시의 심장을 읽고 느꼈다.
몸이 얼었을 때 맨 살로 언 살을 덮어 몸을 녹이듯
마음이 얼었을 때 시를 읽는다면 아주 언 마음이 조금은 녹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다시 녹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 시집을 그녀에게 보낸 것은 그녀의 언 마음을 이 시집의 시들이 스쳐 조금씩 녹여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말 때문에 받은 상처를 이길 수 있는 말이 시라고 믿는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의 심장은 그만큼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