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는 것 - 이찬수 선생님의 종교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6
이찬수 지음, 노석미 그림 / 너머학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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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는다는 것에는, 지금은 완전하게 알 수 없는 부분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대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어떤 사실이나 가치가 긍정적으로 전개되리라 예측하면서 그 예측에 몸과 마음을 용감하게 맡기는 자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4)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대, 너머 학교에서 발간된 책에 실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특히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를 빼놓지 않고 읽은 독자로서 이 책에 대한 믿음은 읽지 않았을 때는 98%의 믿음이었고, 읽으면서 의심했던 2%가 채워졌다.

 

 

나는 이 책이 믿음을 주제로 하지만 종교에 대한 것만이 아닐 것으로 기대했다. 위키 백과는 ‘믿음’은 어떠한 가치관, 종교, 사람, 사실 등에 대해 다른 사람의 동의와 관계없이 확고한 진리로서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심리 상태“로 정의했다.

 

이 책은 종교 뿐만이 아니라 사람, 가치관, 사실에 대한 믿음의 얘기를 하고 있다. 만약 종교‘만’ 얘기했더라면 내 예측은 빗나갔고 2%가 채워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다만 믿어지니까 믿었을 뿐인데,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아서 나는 고맙고 즐겁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눈여겨 살펴보고 내적 사유를 많이 한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의 주체는 ‘너’(나의 경우 나의 아들!)다. 나는 너(아들)를 믿고 있는가.

내가 ‘너’를 믿는 것은 네가 나에게 왔기 때문이다. 대상(너)이 없으면 나는 믿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나를 믿는다고 할 때 조차 나는 대상이 된다. 그러니 내 믿음의 원천이 되는 대상, 너(희)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내가 너를 믿고 싶을 때, 내게 필요한 것은 “지난 경험들에 담긴 의미 혹은 의미 있는 관계를 구체화하려는 의지와 지난 경험에 비추어 2%의 불확실성을 용기있게 받아들이는 결단이“었다. 그리고 ”경험, 의지, 용기는 믿음의 주요 구성요소“다.

 

 

최근에 와서야 나는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아주 조금 짐작하기 시작했다. 의무와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조바심으로 야단을 치면서 어느 순간, 내가 아이를 믿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동안 내 입은 ‘나는 너를 믿’는다고 말했을 터. 나는 내 아이와 살아온 지난 경험을 구체화 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저 아이가 커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안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아이의 삶을 바탕으로 그 아이의 앞 날도 긍정적것이라고 믿을 용기와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온전히 믿기까지 아직은 부족은 2%를 그 용기가 채워 줍니다. 그 순간 믿음의 내용이 단순히 내 밖의 어떤 대상으로 남지 않고 나 자신의 것이 됩니다.“(50)

 

믿음의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저자는 나같은 사람이 많을 것을 알고, 용감하게 결단하라고 충고한다. 가려고 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말은 옳다. 수학 시험을 50점을 맞아놓고도 자기는 최선을 다했노라고, 자기를 믿으라고 너스레를 떠는 아이를 믿겠노라 결단을 못내린다면 나와 그 아이는 싸움 밖에 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한들, 아직도 내 마음은 갈등 상태다. 한겨울에도 온종일 운동장에 나가 사는 아이를 감사히 받아들일 것이냐, 끌어다 책상 앞에 앉혀 놓고 그 날 그 날 해야할 수학 문제집을 들이밀 것이냐.

 

그런데 내가 대상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려면 즉 내 아이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려면 나는 내 아이를 그 아이 생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기에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고. 이 과정은 수도승이 그러하듯 나 또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깨닫고자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과정은 신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신을 믿는다는 말은 그 신이 내 안에 들어와 있어서 나의 모든 것이 그와의 관계 속에서, 그와 어울리게 움직이고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신이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그렇게 살게 하고, 인류를 나아가 온 생명을 그렇게 살게 하는 분이라고 여기며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65)

 

저자의 말에 의하면 근대 이전 서양 세계에서 신을 믿는 것은 자신과 이웃과 사회, 나아가 우주 전반에 어울리는 ‘삶’으로서 교리를 머리로 인정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랑, 헌신, 경외 등 전인격적인 자세이자 행위였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 믿음은 대체로 종교를 떠올리며 결단을 통해 이루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행위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믿는다는 것을 자연법칙 안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초자연적인 어떤 너머의 존재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자연법칙 안에서 살 때 너도 소중하고 나도 소중하며 만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 멋진 믿음의 세계라는 말이 나는 마음에 든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열린 교실 기획이지만 먼저 나온 책들도 그렇고 이 책 또한 일반 독자들도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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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수 2012-03-2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의 내용을 아드님과의 관계에 적용해 해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 글이 '수수꽃다리'님의 삶을 통해 몸을 입는 느낌이 듭니다. 글은 역시 삶을 담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더 들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수꽃다리 2012-03-2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찬수 선생님!
어쩌면 이 글을 읽지 못하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반갑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글을 드립니다.(마음은 더 크게 소리지르고 있답니다, 하악,하악 이럴수가. 책의 저자께서 이렇게 글을 남겨주시다니. 제게도 이런 일이^^)
그때 함께 구입한 선생님의 다른 책들은 곧 읽게 되겠지요? 어느 한때에, 제가 선생님의 글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좋은 글(말씀)을 책으로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비가 제법 내립니다. 오늘만큼은 어디에 계신지 모르지만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보낼 것 같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길.

이찬수 2023-12-20 15: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기쁜 마음으로 진작에 읽었는데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좋게 읽어주신 다른 글도 있으시다니 글쓴이로서는 기운이 나면서도 어깨도 무거워집니다. 아드님이 벌써 성인이겠습니다. 더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수수꽃다리님의 삶을 응원하며 댓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