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 문학읽기 - 그림책 속에서 문학을 발견하다
김주연 지음 / 루덴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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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기로는 김주연은 독일문학을 한 내 식대로 말하면 정통 문학을 한 사람이다. 그림책에 관련된 책을 낸다는 것이 우선 인상적이고, 그림책 속에서 문학을 발견했다고 해서 더 기대를 했다.  

내가 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이 안목의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언제쯤 수준 높은 안목으로(수준높다는 것은 제.대.로라는 것에 가깝다. 혹은 본질에 다가가는) 텍스트를 볼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역시 탄탄한 문학 이론을 가진 문학비평가로서 그림책을 보는 안목은 탁월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사실 나는 좀 다가가기 어려운 면이 있는 그림이었다. 많은 상징과 의도를 포함한 그림이라서 쉽지 않은 그림책이었다. 그런데 이번 책으로 적어도 <고릴라>만큼은 애매했던 한 매듭이 확 풀렸다. 감사할 일이다. <종이봉지공주><100만 번 산 고양이><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의 해석도 큰 도움이 되었다.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을 누군가 정리해주었을 때의 말끔함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조금 불편했던 것은 문학사조로 그림책을 읽는 그의 작업이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들이 책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개개인마다 다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낮은 학년일 수록. 그래서 독서교육이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각기 다른 아이들의 마음 속에 어떻게 책의 흔적을 남길 것인지 알 수없기 때문이다.  

김주연은 어른들을 상대로 강의를 했지만 그림책의 독자인 아이들에게 그 책이 과연 그렇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그림책 작가들의 입장도 이미 독자에게 넘어간 책은독자의 몫이라고는 해도 그들의 의도가 과연 이러햇는가하는 의문도 생긴다. 물론 오래된 논쟁이다. 작가가 말한 것만 얘기할 것인가, 작가의 무의식까지 독자가 알아내야 하는 것인가.  

즉 현장에서 이 책의 내용을 녹여서 쓰자면 가르치는 사람이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여야할 것같다. 재미있는 작업이었지만 문학사조에 작품을 끼워말하지 않는가 하는 어쩔 수 없는 불만도 피할 수 없었다.   그림책을 읽고 남는 느낌과 감정은 그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혹은 강사가 좀 더 많은 것을 주기 위해 독서 과정에 개입을 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거부감을 표시한다. 독서가 교육이 되는 순간과 놀이가 되는 순간의 접점을 놓치지 않아야 즐거운 책읽기가 되는데 이 책은 그래서 독자를 누구로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더 많은 이론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식의 그림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싶다. 다만 모든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에는 아이들이 있아야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해줄 것인가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면서 아동문학을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문학전공자가 아동문학에 이론적 관심을 쏟았다는 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그림책에서 문학을 발견하는 것은 그림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진즉 알고 있던 이야기다. 다만 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기회가 없거나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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