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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10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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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이쿠야,어머나, 이를 어째!!!

내 이럴 줄 알았지. 어제는 같이 사는 조카 생일을 까맣게 잊어버렸고!

하긴 이건 잊은게 아니라 미처 챙기지 못해 생긴 일, 유구무언!

 

신간평가단 10기 마무리 작업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닌데, 문자만 기다리다가 이제서야 허겁지겁 늦은 감사를 드리네요.

 

바빴고 바쁜 중에 숙제 처럼 읽어야 하는 책읽기가 기껍지만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또한 공공의 장소에 내 글이 올라있고, 내가 내 글을 봐야 하는 것이 몹시도 부끄럽고 민망해서 아주 혼이 났습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하지만 또 잊혀질까봐 두려운 것이 사람인지라... 내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둘러보니 이게 다 보석이네요.

 

그중에서도 최고의 책을 한 권 고르라면 나는 <16인의 반란자들>!

'지성'과 '현실'이 한 몸으로 뿜어내는 열정은 충격과 기쁨이었지요. 무엇보다 내가 고르지 않은 책이라서 기뻤던 책. 어쩌면 결코 읽지 못했을 책이었지요. 크, 아찔까지는 아니어도 아무튼 함께 책읽는 기쁨을 만끽했지요. 에세이 평가단 여러분들이 이 책을 골라주지 않았더라면 못읽었을 책. 함께 활동했던 에세이 평가단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그리고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빌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여행기> <꿈꾸는자 잡혀간다><오래된 새책>을 골라 봅니다.  

 

미처 내가 발견하지 못했을 숱한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그 미지의 세계 때문에 책을 다시 들겠지요. 그 기다림과 설렘의 순간은 늘 짜릿합니다. 누군가 보내주는 책을 기다리던 순간을 한동안 기억하겠지요. 

 

오늘 아침, 우리집 베란다는 아이 학교 과제로 심은 강낭콩이 곧 만개할 것 같은 떨림의 순간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모두가 이 순간에 계시길.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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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2-05-2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책들 고르셨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수꽃다리님!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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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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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화와 문명의 시대가 어디에서 갈라지는 지 잘 알지 못한다. 적어도 알래스카 선주민들은 신화의 시대 마지막을 살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할 뿐이다.

 

인간위주의 시대가 문명 시대라면 신화의 시대에는 모든 것의 시대였다. 바람과 돌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던 시대에 인간은 그 모든 것의 일부분이었다. 문명은 오래된 것들을 치우고 그 자리에 들어섰다. 힘에 밀린 신화 시대 사람들은 이 책속의 밥 샘의 처지가 되었다. 백인(문명인)의 옷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고 린치를 당하지만 끝내 그들 세계로 진입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사라지는 것이 신화 시대의 운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신화의 시대를 취재한다. 큰까마귀 신화로 묶인 알래스카 원주민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알래스카 선주민의 먼 조상이 아시아에서 건너간 인류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러나 그들의 시대는 현존 하는 원로들이 사망하면 끝날 것 같다. 신화의 시대는 입에서입으로 전해지는 시대다. 시간을 이어주던 원로들이 세상을 뜨면 그 시대는 막을 내린다.

자연을 파괴하고 시간을 파헤쳐 욕을 보이는 문명이 야속하지만 이 또한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더 좋아지든 더 나빠지든 시대는 가고 오는 것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신화의 시대가 완전히 사라지면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리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이 우주의 시대에 진입했다고들 하지만 고대 사람들은 지금 우리 보다 우주를 훨씬 강하게 의식하지 않았을까?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깊이 맺어진 신화적 차원에서 말이야.” (169쪽)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의 구분이었다. 큰까마귀의 신화 안에서 오랜 시간을 겪어온 사람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그들의 토템도 밥 샘의 말처럼 20년 안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 사라짐을 바라 보는 것이 현재다. 다만 신화의 시대, 즉 영혼의 시대가 문명의 시대에 눌려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은 서글프다.

밥 샘과 저자가 주노 대빙원에서 오로라를 보면서 나눈 대화.

 

 

“어떤 시대가 올까.......”

“그러게 말이야......어떤 시대가 오려나?” (176쪽)

 

 

빙하와 고래, 곰과 어둠, 큰까마귀 전설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곳이 알래스카다.

저자의 표현은 영혼의 세계를 경험하거나 지켜본 사람의 깊이가 있다. 함께 실린 사진 속 알래스카의 이끼긴 원시림에 오래 눈길이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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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2012-04-2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한 기회에 수수꽃다리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쩜 글을 이토록 잘 읽고, 글을 맛있게 잘 쓰시는지 부럽고 샘이 나네요. 앞으로도 수수꽃다리님의 울림이 있는 글들 잔뜩!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수수꽃다리 2012-04-26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운영님!
혹시 이 댓글을 보실까요?
제가 이런 감사의 말을 들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알라딘에서 책을 사고 읽고 짧게라도 메모라도 할 요량으로 적기 시작한 책읽기 였어요.
그동안 많은 독서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턱없이 모자라는 제 글에 심한 좌절을 하였습니다.
그만 나갈까도 생각하던 중이었지요. 그래도 내가 산 날들의 흔적인데 용기를 못내고 미적대고 있었지요. 그랬어요. 그러던 중에 자운영님께서 적어주신 응원의 말씀이 가뭄 끝 단비처럼 달고 맛있어서 잠시 취해있고 싶을 정도입니다.
얼떨떨해서 이게 뭔일인지^^
봄날이 간다고 안달나 있었는데, 자운영님 덕분에 저의 봄날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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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남자 나이 마흔은 청바지를 입고 싶으나 비어져나오는 뱃살을 감당 못해 태가 안나는 나이일까. 조국은 전생에 나라를 몇 개나 구했길래 얼굴 되지, 몸매 되지, 게다가 머리에 든 것까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중년은 남자들의 로망일까.

우석훈의 1인분 인생은 마흔에 들어선 남자 우석훈의 이야기다. 그가 키우는 고양이 야옹구에 대한 이야기며 활동가 출신 태권도 유단자 부인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지극히 개인적인 그의 이야기다. 우석훈 1인의 인생.

우석훈을 알고 싶다면 퍽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여성이며, 그에 관한 이야기는 소문과 같이 듣고, 전형적인 가정주부에다 남편은 가부장적인 사람과 사는 나한테 사실 이 책이 그닥 소용이 있지는 않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사는 마흔 이후의 남성이란다.

남성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와 어떤 얘기를 나누고 공감할까 궁금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뾰로통하니 고개를 외로 꼬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가 분통터져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은 남자 여자 따로 놓고 볼 일이 아니니 말이다. 책을 다 읽을 즈음에 가서야 나는 이게 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이유를 알았다.

 

김규항의 글들이 시대를 개탄하면서도 그 잘못을 지식인에게 묻는 것에 내가 큰 소외감을 느꼈다면 우석훈의 화는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내가 지식인이 아닌 그냥 아줌마라고 지금 이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에 성을 내는 걸 우습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모이면 “이게 다 MB탓이야” 소리 높여 욕을 한다. 거기에 무슨 지식인이니, 성찰이니 뭐 그런 고민 같은 것은 없다. 상대가 분명하다. 그런데 우석훈도 그런다는 것. 눈높이를 낮춘 건지, 워낙 개인적인 글쓰기라서 그런 건지 몰라도 그게 편하게 읽힌 이유다.

게다가 그는 젊은 나이에 세상의 중심에 있어본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나같은 아줌마와 같은 피로감을 느끼고 말을 하니 나, 잠깐 위로까지 받은 것 같다.

교육 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에 나는 동의한다. 공교육을 강화시켜야 함에도 교육을 이 난장판으로 만든 것에 좋아 죽는 것은 사교육 뿐이라는 지적도 맞지 싶다.

세상 일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 같은 분위기지만 그가 훌륭하게 1인분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는 진중권의 책을 화장실에서 읽었다는데, 나 또한 그의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손에서 뗄 수가 없었기에 화장실 갈 때도 가져갔음을 고백한다. 그 때 내 식탁 위에는 몇 권의 책이 뒹굴었지만 내가 우석훈의 책을 늘 들고 간 것은 메모하면서 읽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은 남자하고 술 대신 향기 좋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이 책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 든 생각이다. 아줌마로 사는 나는 남편 말고 이렇게 수다떨 남자가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쫌 아는 사람이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같이 미워하면 그만큼 시원한 속풀이가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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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여행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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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기를 읽는 것은 단연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직접 체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리만족으로도 충분하다. 지리적 체험과 함께 문화적 체험도 가능하다는 것은 여행기의 더 큰 매력이다. 그런 매력이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에는 더욱 도드라진다.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원제목은 태양에 타버린 나라라고 하는데, 나는 이제목이 훨씬 근사하다고 느꼈다)는 대단한 호주에 대한 이야기이고 여행기로서도 대단한 이야기이다.

호주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정보라는 것이 딱 초등학교 수준이어서 캥거루와 코알라 그리고 커다란 섬이라는 것 말고는 끄집어 낼 것이 별로 없다. 짐작하겠지만 브라이슨의 여행기에는 캥거루나 코알라 얘기는 거의 없다. 그것 말고도 대단한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은 읽다보면 저절로 깨닫게 된다.

 

그는 호주를 동서로 종단하고 남북으로 횡단하고 해안선을 훑어가며 부지런히 차를 몰고 다닌다. 동서로 종단을 할 때는 물론 기차를 이용한다.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목적지를 향해 질주하는가 하면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과 한가하게 노닥거리며 쉬어가기도 한다. 그의 화법은 직접적이거나 직설적이지 않고 무척 재미있다. 유머와 재치가 넘친다고들 하는데,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으로서 몸에 밴 여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가이드 없이는 호텔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소심한 여행가에게 현지인을 만나는 일은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일단 달려가서 묵을 곳을 정하고 나면 어슬렁거리며 여행지를 걷는다. 때로는 몇 시간을 걷기도 하는데, 최대한 맛있는 것을 먹을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특히 내가 그의 여행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느긋한 태도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낸 음식점에 들어가 그는 할 일없는 사람처럼 신문을 보거나 식당 안을 구경하거나 메모를 하고 여행지에 관한 책을 읽는다. 물론 그의 손에는 맥주가 항상 들려 있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그는 거의 모든 여행지에서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일몰을 구경한다.

크게 일정은 세우지만 방향만 정해놓고 여행의 순서나 시간은 자못 즉흥적이다.

몇 시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 여행지는 늘 그렇듯이 좋거나 별로다. 그가 유럽을 산책하면서는 굉장히 투덜댔던 것 같은데, 스스로 호주를 사랑한다고 말했듯이 호주는 여러 가지로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덩달아 독자도 호주를 대단하게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긴 여행기다.(400쪽이 넘는다) 글씨도 빽빽하고 보통의 여행기 책에서 제공하는 사진 한 장 없다. 자주 지도를 꺼내보고(호주가 하도 넓어서 감이 안잡히는 상상력 부족한 독자인 나는 특히나 지도를 옆에 놓고 읽었다)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면서 읽어야 한다. 작가도 수다스럽고 독자도 이것저것 수고를 하며 읽는 여행기다. 단, 그의 여행에 간접적으로나마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사가 있는 독자라면 말이다. 그만큼 책에 담긴 내용이 많다.

 

지루해도 그의 수다를 끝까지 들어볼 가치가 있다. 그는 자기가 여행하고 있는 대상, 즉 호주라는 나라를 통째로 들어보이며 “이것이 호주라는 나라입니다.” 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최초로 호주를 발견한 쿡 선장부터 시작해서 호주의 역사, 문화사, 인류사, 자연사를 각각의 대상을 만날 때마다 말해주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호주라는 나라를 눈여겨 보게 한다. 그의 말처럼 세계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는 이 거대한 섬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지 말이다. 그는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한다. 거의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가 호주를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여행자와 여행지 사이의 거리를 개인적 감정으로 좁히거나 넓히지는 않는다. 호주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래서 옳다거나 그르다는 가치 판단은 하지 않는다.

 

 

캥거루나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코알라 정도 만큼만 알았던 호주가 매력적인 나라로 새롭게 기록된 것은 확실하다.

자연사의 귀중한 자료가 여전히 인간에게 드러나지 않은 채 조용히 멸종해 간다는 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수억 년 동안 바람에 풍화되어 뼈만 남은 것 같은 거대한 울루루 바위가 있는가 하면 역시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데 35억년 전, 지구 생명이 탄생하는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했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금도 생명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호주다.

 

아는 만큼 보이고 마음 가는 대로 보는 것이 여행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비록 책이기는 하지만 여행자의 자세로 읽기를 권한다. 그래서 빌 브라이슨이 고단한 하루 여행을 마치고 퍼브에 앉아 시원하게 맥주를 마실 때는 독자도 한 잔 마시기를. 내가 마신 맥주는 사실 별 맛이 없이 밍밍했지만 여행지에서 마시는 맥주 맛만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이 사실은 10년 전에 씌어졌다는 것이 새삼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어찌 지금 신간으로 나오게 되었는지 아주 조금 궁금했다. 왜 나는 2011년 혹은 2012년 현재의 호주를 생각했을까. 신간이지만 이미 10년 전 호주 이야기라는 것이 약간의 혼란스러웠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호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조금더 사람들로 북적대고 그래서 조금 많이 오염은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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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자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동물학자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 - 야생의 순례자 시턴이 기록한 북극의 자연과 사람들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지음, 김성훈 옮김 / 씨네21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캐나다 중부 지역의 자연 환경을 상상하는 일은 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어려운 일이다. 세계지로를 펼쳐 놓고 한 눈에 들여다봐도 지리적 공간을 상상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현재의 속도와 도구를 버리고 1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시턴의 북극 탐험에 동반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잠깐의 낯섦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시턴의 카누에 속도를 맞추게 된다. 동물학자로 알았던 그의 이력에 에세이스트라는 작가에 가까운 호칭이 붙는지 금새 이해가 된다. 그의 탐험 기록은 정확하고 생생하고 유머가 넘치며 재미있다.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은 그의 나이 사십대 중반(시턴은 1860년에 태어났고 이 탐험은 1907년에 이루어졌다), 도보로 캐나다 북서쪽 끝을 탐험한 기록이다. 탐험 기간은 약 6개월이며, 이 기록은 그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몇 년 후에 작성되었다.

북극이라고는 하지만 에스키모나 얼음집이 곧바로 떠오는 극지방이 아니라 캐나다 중부 지역의 대초원지대다.

탐험 목적은 순록을 관찰하고 개체수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지만 그의 말마따나 온갖 종류의 자연사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호수를 관찰하여 지도를 마무리하고, 다른 호수도 탐사한다. 앞에서 밝혔듯이 온전히 걷거나 카누를 타고 진행된다.

모든 여행이나 탐험이 그렇듯이 목표와 목적지는 분명하되 이런 이야기가 독자의 흥미를 끄는 이유는 과정이 주는 재미일 것이다. 특히 쉽게 가보지 못할 곳이거나 처음 발견되는 곳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이런 탐험 기록을 읽는 특별한 맛이다.

시턴의 북극 여행은 그런 욕구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는다.

동물학자로서 시턴을 상상할 때, 나는 그가 당연히 동물을 죽이거나 식용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박제를 만들어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그는 여러 종류의 동물을 죽인다. 식용을 위해 동물을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목적 이외에는 동물을 죽이거나 잡지 않는다.

 

탐험의 길목마다 현지 안내인을 고용하는데, 그들은 인디언들이다. 이 탐험 기록에는 꽤 여러명의 인디언이 등장한다. 북아메리카 인디언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독자에게 100여 년전 그들의 모습은 시턴의 말처럼 ‘혼혈’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미국대륙에서 인디언들이 자신의 땅을 백인들에게 내주고 보호구역에서 살아야 했던 것처럼 비극적인 인디언 역사는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턴은 ‘혼혈’이라는 말로 인디언을 자주 표현하는데 북아메리카 인디언들 역시 미국 인디언의 역사와 다르지 않았음을 상상해 볼 뿐이다. 그렇게 백인과 섞여 살면서 여행자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인디언들은 착하기도 하고 게으르기도 하고 부지런하기도 하고 뻔뻔하기도 하다. 아무튼 시턴을 돕기도 하고 골치를 썩히기도 하면서 함께 탐험을 하는 인디언에 대해서도 시턴은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시턴은 그림을 잘 그렸던 모양이다. 부모는 그를 화가로 키우고 싶었으나 동물과 식물을 너무 사랑한 시턴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 화가로서 그의 장점이 탐험하는 동안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진도 찍지만 그는 탐험의 기록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박물학자인 그에게 커다란 축복이었을 것 같다. 이 책에도 여러 장의 그림이 실려 있다.

시턴은 걷거나 카누를 타고 6개월 동안 탐험한 것들을 탐험 기간 동안 기록으로 남겼다. 그 기록이 엄청난데, 살펴보면, “600쪽에 달하는 지질학, 식물학, 동물학 관련 관찰과 발견의 기록들, 그리고 500방이 넘는 그림, 온갖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꼼꼼히 기록한 값진 것들, 아름다운 나이얼링 강에서 발견한 것들과 컴퍼스 측량 기록들, 두 개의 거대한 북쪽 호수를 컴퍼스 측량한 기록들, 북쪽의 큰 강 두 개와 많은 호수를 발견한 기록들, 그리고 남들에게는 흥밋거리이고 나에게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수천 가지 발견의 기록들”을 세 권의 일기장으로 남겼다. 그 발견의 대상들은 박제가 되어 후에 미국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고 그가 오랫동안 글을 쓰는 자료가 되는데 자칫하면 시턴은 빈 손으로 돌아올 뻔 했다. 이 모든 기록들이 돌아오는 길에 사라질 뻔했던 것이다. 이번 탐험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엄청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 기록을 찾기 위해 함께 탐험하던 대원들이 이리뛰고 저리뛰던 모습을 따라 독자도 함께 동분서주 했다면 에이 설마하겠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을 읽으면서 가장 감탄한 것은 그의 글 솜씨다. 생긴 것 처럼 말쑥한 글쓰기도 호감이 갔지만 군데 군데 묻어나는 유머가 매력적이다. 사이 사이 그림이 있다고는 하지만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시간의 한계와 공간의 거리를 좁히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글이 주는 힘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의 36장 ‘북극 대초원과 최북단 지역’은 가장 인상적인 글로써, 언어가 시공간을 이처럼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는 박물학자로서 시턴은 그의 눈과 귀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것 같다. 시턴은 눈과 귀를 비롯해 온몸으로 자연을 읽고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하지 않고서야 똥무더기를 헤집고 쥐똥 알갱이의 모양이나 색깔을 보고 그 똥이 겨울형인지 어찌 알아낸다는 말인가.

미국의 버펄로가 대량학살된 것을 두고 미국의 대초원을 욕보였다고 말하는 그의 시선이 그가 박물학자로서 훌륭한 학자였다고 생각하게 하였다.

 

한 세기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턴이 걸어서 탐험했던 그곳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그의 걱정대로 많은 동식물이 사라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중 몇 몇은 멸종의 위기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불과 100여 년 전에는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불현듯 낯설게 다가온다. 물론 지금도 그런 곳이 있겠지만 시턴을 따라 북극을 탐험하는 동안 그것이 너무나 빨리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주 오래된 북극>의 기록은 시턴이 여행에서 돌아오고 4년 후의 기록이다. 그리고 시턴은 그 몇 년전의 시간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독자는 그야말로 아주 오래된 북극의 기록을 읽으며 시턴과 같은 마음이 된다. 원시 그대로의 자연에 대한 감동과 그리움, 그리고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시턴과 내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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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4-0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학교에서 읽으려고 가져갔다가 첫 페이지 펼쳐보고는 바로 닫은 후에 책상 서랍에 몇 주동안 묵혀두고 있어요. 제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날이 온다면 그 날은 제가 서울대에 입학을 한 다음 날일 겁니다... 너무 어려워 보였어요. 지레 겁먹고 물러서버린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냥 다시 꺼내서 도전해볼걸...

수수꽃다리 2012-04-04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내 얼굴을 못보고 말아서 서운한 것(^^)처럼 말이지요?!
뭐 어때요, 이 책이 소이진씨에게 가지 않은 것이지요. 어휴, 읽다가 만 책이라면 저는 할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늘 관심을 가져주어서 그동안 참 많이 고마웠어요. 저는 11기는 신청하지 않으려고 해요. 내 속도로 책을 읽지 못한다는 것이 고통이었답니다^^ 그래도 소이진씨 글이 올라오면 반가울거예요. 명랑하게,신나게,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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