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쉐이크 -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무엇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샀지?

사놓고도 내가 왜 샀는지 모르는 책을 만났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마흔 넘어가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는 왜 열었지 하는 꼴이다. 생활에서야 그렇다 해도 책까지 이럴 줄이야.

 

굳이굳이 이유를 대자면 ‘스토리텔링’이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내 지식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는 것 정도. 지긋지긋하게도 책 읽기 싫어하는 모 학생 녀석들한테 절망하고 좌절하다가 읽는 대신 말로 들려주면 좀 들을까 싶어서 이 책 저 책 찍었다 놨다 하던 중이었을 거고.

 

아는 분은 정말 이야기를 잘 한다. 듣다보면 책 한권을 읽고 난 느낌이 들 만큼 거의 탁월하다. 그 양반이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 이야기 들려주기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니 어쩌면 내가 이 책을 골라든 것이 좌절의 끝에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 책은 이야기 들려주기가 아니라 이야기 만들기에 관한 책이다. 김탁환은 소설 대신 이야기라고 했으니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소설이다. 소설 창작에 대한 김탁환의 지상 강의다. 김탁환만의 이야기 만들기 사계절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내게는 필요 없는 책 아닌가?

처음에는 그래, 한 번 생각 해봐하는 심정이었으나 제2코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접었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독자라면 100권의 책과 10권의 공책을 준비하여 바다를 출발하여 사막에도 가고, 설산에도 오르고 수없이 맞아도 끄덕 없을 자신이 있다면 그가 마련한 코스를 밟아도 된다. 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잘못 산 책인데, 나는 그 어느때 보다 열중하여 읽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나처럼 눈 밝은 독자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이 무척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야기 만드는 사람의 얘기를 들었으니 만든 사람처럼 읽으면 되는 일. 좀 더 밀착해서 그 작품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 하기도 좀 쉬워질래나?

어쨌든 이야기를 만드는 김탁환의 자세를 듣는 동안, 내 비록 이야기를 만들 능력 없음을 확실히 깨달았지만 그 또한 썩 괜찮은 경험이었다. 깨끗하게 마음 비우는 일!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 누군가를 흔들(shake) 힘은 없으나 잘 만들어진 쉐이크를 발견하여 기분 좋게 흔들릴 준비를 한 셈이니 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내게 처음 다가올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이야기가 끝나자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서 오라, 새로운 여행이 될 이야기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