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닿는 볕이 따뜻하다. 넉넉함으로 계절을 풍성하게 만드는 볕의 한없이 넓고 깊은 품에 살포시 기대어 본다. 좋다 싫다 구별하지 않은 가을볕의 너그러움이 가슴에 그대로 스며든다.
여름 볕은 피하고 겨울 볕은 탐하지만 가을날 오후의 볕은 조건없이 곁을 허락하는 여유를 가졌다.
열매로 시간을 품는 식물과는 달리 내 마음을 키워내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겨우 늘어나는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살로 대신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알 수 없어 대신할 무엇을 찾는다.
가을날 오후,
까실한 볕이 참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