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리
자세히 보아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숨도 죽일만큼 가만가만 눈을 마주칠 일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 어찌 너 뿐이겠느냐마는 널 마주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 순백에 연분홍으로 점까지 찍어두었기에 마음 설레기에 충분하다.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에서 자라며 가지 끝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뭉쳐서 달린다. 이게 무슨 꽃인가 싶은데 매력 덩어리다. 순박한 누이를 닮은듯 하면서도 때론 아주 고고함으로 당당하다.
고만이라고도 한다. 곡식을 키워야하는 논밭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뽑아도 뽑아도 사라지지 않은 널 보는 농부의 마음에서 이제는 제발 고만나와라는 하소연에서 붙여진 이름이 고마리라 전해지기도 한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달밤에 빛나는 메밀밭을 닮아서 쌩뚱맞게도 피곤한 밤길을 걸었던 이효석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도 하다. '꿀의 원천' 이라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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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닿는 볕이 따뜻하다. 넉넉함으로 계절을 풍성하게 만드는 볕의 한없이 넓고 깊은 품에 살포시 기대어 본다. 좋다 싫다 구별하지 않은 가을볕의 너그러움이 가슴에 그대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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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볕은 피하고 겨울 볕은 탐하지만 가을날 오후의 볕은 조건없이 곁을 허락하는 여유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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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로 시간을 품는 식물과는 달리 내 마음을 키워내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겨우 늘어나는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살로 대신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알 수 없어 대신할 무엇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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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오후,

까실한 볕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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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난풀
여름의 끝자락 쯤에서 지리산 숲에서 만났다. 2년 전 제주도 어디쯤에서 봤던 아이들이다.
꽃이 수정처럼 보여 수정난풀이라고 한다. 수정난풀은 햇볕을 직접 받으면 말라 죽는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데, 낙엽 속에서 사는 종이다.
가까운 식물들로는 나도수정초가 있는데 더워지는 5월의 숲에서 볼 수 있다. 모습이 많이 닮았으나 피는 시기가 다르기에 구분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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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앉은부채
그동안 꽃 찾아 다니며 만났던 자연의 신비스러운 것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중에서 이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앉은부채라는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님과 닮아서 ‘앉은부처’라고 부르던 것이 바뀐 것이라고 한다. 애기앉은부채는 앉은부채와 비슷하나 그보다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앉은부채는 이른 봄,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반면 애기앉은부채는 고온다습한 여름이 되어야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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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
어느해 만난 어느 조그마한 저수지의 절반은 어리연이 덮고 있었다. 마침 앞산을 넘는 아침 햇살에 꽃잎이 벌어지며 빛을 발하는 순간을 운 좋게도 만났다.
그곳에는 몇 개체의 가시연꽃이 있었고 처음으로 눈맞춤 했다. 그후론 좀처럼 볼 회가 없었다. 가시연꽃이라는 이름은 열매와 잎에 가시가 있는 연꽃이라는 뜻에서 온 것이다.
7~8월에 꽃잎이 많고 꽃받침조각보다 작은 자주색 꽃이 피는데 잎 사이에 가시가 돋은 긴 꽃줄기가 나와 그 끝에 조그마한 꽃이 착생한다. 꽃은 오전에 벌어졌다가 오후에는 닫힌다.
지난 해에는 귀한 새로 인해 북적이던 곳이 올 여름은 조용했다. 그 저수지에 절반 이상이 가시연꽃이 덮고 있다. 꽃과의 거리가 있어 눈맞춤 거리도 멀지만 특유의 모양과 색을 볼 수 있고 개체수가 많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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