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란
몇년 전 가던 차를 급히 멈추게 하면서 말로안 듣던 꽃을 보았었다. 올해는 그 꽃을 철지난 검은돌 바닷가에서 차분하게 눈맞춤 한다. 모양만 보던 지난번과는 달리 향기까지 느낄 여유가 생긴 탓이리라.

순하다. 가느다란 꽃잎의 색감이 주는 순박함에 향기까가도 순하고 깊게 퍼진다. 길쭉한 잎에 그 잎을 닮아 가느다란 꽃잎이 서로 어울려 전체 모양을 이룬다. 녹색의 잎과 하얀색의 꽃잎이 서로를 빛나게 하며 우산을 펼치듯 핀 꽃이 우뚝 솟아 멀리까지 향기를 전하고 있다.

제주도 그것도 토끼섬이 자생지로 천연기념물 19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 이 꽃 문주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궁금한 이유는 순전히 가수 문주란 때문일 것이다.

"집어 던져도 싹이 난다는 문주란처럼
술 주사 남편이 마당으로 집어던져
온 몸에 문주란 이파리 같은 멍 자국
쑥쑥 자라나도
우등상장 받아오는 아들 학이가
학처럼 날아오르는 날 있을 거라며
재봉틀 굴리던 학이 엄마"

*서대선의 시 '문주란 꽃 피다'의 일부다. 학 같은 꽃에 그윽한 향기로 한 때를 무심히 건널 수 있기를 학이 엄마의 마음에 기대어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호시우행 2025-12-02 0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문주란꽃을 감상합니다. 그런데, 거문돌 바닷가는 어디인가요?

무진無盡 2025-12-05 23:02   좋아요 0 | URL
제주도가 검은돌이 많지요
 

해국
우여곡절을 겪으며 바다를 품고 있는 해국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제주도 검은돌 바닷가의 해국은 조금 일러 그 절정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동해의 울진, 남해의 완도와 서해의 변산 그리고 제주 검은돌 해변의 해국까지 두루두루 보았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존재감을 뽑내고 있었다. 터전을 떠나 내 뜰에 들어온 해국도 꽃을 피워 아쉬움을 달래주었지만 해국은 바다에서 봐야 제맛인 것을 안다.

나고 자란 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향한 그리움을 온전히 담는 것은 한치의 다름도 없었다. 바다를 향한 그 진한 속내를 품었으니 내 가슴 언저리에 해국 향이 스며들었으리라 짐작한다.

바닷가에 자라는 국화라고 해서 해국이라 하기에 바다를 빼놓고는 떠올릴 수 없는 꽃처럼 내게 해국은 벗들의 따스함을 온몸을 느끼게 해준 꽃이다. 울진과 제주의 벗들을 오롯히 품게하는 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제비콩
산길을 걷다 강렬한 색감에 주목하였다. 콩꽃이긴 한데 처음보는 크기와 생김새가 특이했다. 그후로 이곳저곳에서 가끔 보았지만 정작 콩은 보지 못했다.

자주색이나 흰색으로 피는 제비콩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콩 모양이 남작하다고 편두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용 또는 약용으로 재배하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입니다.

콩이 주는 이로움에서 주목한 것인지는 모르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호시우행 2025-11-2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산길에서 종종 보던 덩굴식물 꽃이었는데, 그 이름이 제비콩이었군요. 감사합니다.
 

자주쓴풀
느지막히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꽃이 필 때쯤이면 매년 그곳을 찾아가 눈맞춤하는 꽃들이 제법 된다. 이렇게 하나 둘 기억해 두고 나만의 꽃지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줏빛을 띄는 꽃잎이 깊게 갈라져 있다. 꽃잎에 난 줄무늬의 선명함이 전체 분위기를 압도한다. 꽃잎은 다섯장이 기본이지만 네장에서 아홉장까지도 다양하게 보인다.

충청도 어디쯤 물매화 보러간 곳에서 실컷 보았고 귀하다는 흰자주쓴풀도 봤다. 키 큰 풀 속에 묻혀 있어 오롯이 그 본래 모습을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였을까. 황매산 풀밭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

사람과 식물 사이에 형성된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의미에서 찾아보는 것이 꽃말이다. '자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솔체꽃
가뭄에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어느해 여름날 남덕유산에 올라 처음으로 만났었다. 푸석거리는 산길을 따라 걷는 이의 지친 몸을 기대어 쉬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핀 꽃이 반가웠다. 그렇게 마음에 들어온 꽃을 올해는 다른 곳에서 만났다.

솔체꽃은 여럿으로 갈라지는 가지 끝에 제법 큰 꽃봉우리를 달고 하늘 향해 하늘색으로 핀다. 안쪽과 조금 큰 바깥쪽에 있는 꽃잎과 더 작은 크기의 안쪽 꽃잎이 각각 달라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순 우리말의 솔체꽃은 중북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란다. 비탈진 기슭에서 우뚝 솟아 하늘 향해 핀 솔체꽃을 보고 있으면 무엇을 그리워 하는듯 보인다. 꽃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도 어느사이 꽃과 닮아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