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할 대상이 있는가?
사람을 포함하여 나이들어 갈수록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하는 대상이 늘어난다.
그러니 틈이 생긴 만큼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책, 꽃, 나무, 서각, 새, 아쟁ᆢ.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과 함께 어떻게 누려야할까.
여전히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얼굴에 닿는 볕이 따뜻하다. 넉넉함으로 계절을 풍성하게 만드는 볕의 한없이 넓고 깊은 품에 살포시 기대어 본다. 좋다 싫다 구별하지 않은 가을볕의 너그러움이 가슴에 그대로 스며든다.
여름 볕은 피하고 겨울 볕은 탐하지만 가을날 오후의 볕은 조건없이 곁을 허락하는 여유를 가졌다.
열매로 시간을 품는 식물과는 달리 내 마음을 키워내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겨우 늘어나는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살로 대신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알 수 없어 대신할 무엇을 찾는다.
가을날 오후,
까실한 볕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