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길 - 혜환 이용휴 산문선 참 우리 고전 8
이용휴 지음, 박동욱.송혁기 옮기고지음 / 돌베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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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새겨 문장에 담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열하일기의 박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그는 당대에서부터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삶을 빛나게 했다이런 박지원과 같은 시대를 살며 문장으로 그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혜환 이용휴가 그 사람이다.

혜환惠寰 이용휴李用休(1708~1782)는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로 성호학파의 대표적 문인이다생원시에 합격했으나 이후 출사하지 않았다당대의 문장가로서 초야에 머문 선비였으나 정약용에 따르면 남인계의 문권을 30여 년 간 주도했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추종을 받았다문학을 영달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았다성호 이익의 조카이다정조 때 천주교 관련 사건으로 옥사한 이가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하층민의 삶을 긍정적으로 다룬 '해서개자 海西丐者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저서로는 '탄만집', '혜환시초惠寰詩抄', '혜환잡저惠寰雜著'가 있다.

 

이 책 '나를 찾아가는 길'은 이용휴의 '혜환잡저惠寰雜著'에서 대표적인 글 47편을 뽑아서 번역하고 평설을 단 것이다그렇게 번역한 47편중에서 삶의 태도인식론혜환 관련 인물과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 글을삶의 길죽음의 자세로 묶고사회의식 및 시와 그림에 대한 견해 등의 글을세상 밖으로예술 속으로로 묶었다각 작품은 내용에 적합한 제목을 따로 달았으며 원문도 함께 수록하여 한문 원전으로 읽는 맛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또한혜환 이용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에 이용휴그의 삶과 글이라는 해제를 수록해서 이용휴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나와 남을 놓고 보면나는 친하고 남은 소원하다나와 사물을 놓고 보면 나는 귀하고 사물은 천하다그런데도 세상에서는 도리어 친한 것이 소원한 것의 명령을 듣고귀한 것이 천한 것에게 부려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욕망이 그 밝음을 가리고습관이 참됨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이에 온갖 감정과 여러 행동이 모두 남들을 따라만 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한다심한 경우에는 말하고 웃는 것이나 얼굴 표정까지도 저들의 노리갯감으로 바치며정신과 사고와 땀구멍과 뼈마디 하나도 나에게 속한 것이 없게 되니부끄러운 일이다.”내 집에 세 들어 사는 나(아암기我菴記)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 속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는 혜환 이용휴의 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자신이 처한 불우한 환경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탐구했던 사람으로 참다운 나를 찾는 일나답게 사는 일이야말로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문장이라고 볼 수 있다.

 

벼슬에도 나아가지 않은 신분으로 문단의 저울대를 손에 잡은 것이 30여 년이었으니이는 예로부터 유례가 없는 일이다라며 다산 정약용에 의해 재야문형在野文衡이라는 칭호를 얻었다는 것이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용휴의 글이 가지는 매력은 박동욱송혁기 두 번역자들의 평설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본문에 충실하되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곁에 가까이 두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한편씩 읽어가며 그 글에 담긴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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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을 쓰는건지 겨울 끝자락 바람끝이 매섭다. 한껏 웅크린 몸을 남쪽으로 난 벽에 기대어 볕바라기하며 겨우 어께를 편다. 가고 오는 것들이 몸으로 스치는 때가 탈나기 십상이라더니 딱 오늘이 그렇다. 

이 와중에 막바지 겨울에 대한 무슨 아쉬움이 남았을까. 겨울 산행에서 만난 겨울 특유의 빛과 색을 떠올려 본다. 이 아득하도록 깊고도 고요한 푸른빛이 내가 기억하는 겨울색의 으뜸이다. 올 겨울 두번째 회문산 정상 큰지붕에서 마주한 이 모습은 뇌리에 각인되어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심술쟁이 겨울바람도 봄볕을 이기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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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버들'
언 땅이 풀리면서 졸졸거리는 냇가의 물소리가 반가울 즈음에 유독 먼저 물오른 나무가 있다. 버들개지와 이 갯버들이 그렇다. 볕 좋은날 초록으로 피어날 솜털에 속 꽃이 피면 봄이다.


봄은 조금씩 변화되는 자연의 속내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홰인시키는 눈으로 먼저 온다. 보송보송한 털이 만져보게끔 유혹하지만 혹여나 저 여린 생명이 다칠까봐 섣불리 만져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갯버들'이라는 이름은 물이 흐르는 강가의 가장자리 갯가에서 흔히 잘 자란다고 하여 '개의 버들'이라고 불리다가 지금의 갯버들이 되었다고 한다.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꽃차례에 달리며 피는 갯버들의 암꽃은 약간 붉은빛이 돌고 수꽃은 위는 흙색, 가운데는 붉은색, 아래는 연한 초록색을 띤다. 꽃이 피고 난 뒤 버들강아지 속에 들어 있던 씨는 솜털을 달고 다른 버드나무처럼 봄바람을 따라 날아다니면서 새로운 생명처를 찾는다.


버들강아지라고 하는 갯버들의 꽃은 꽃꽂이에 흔히 쓰이며 가지와 잎은 가축의 먹이로 사용하기도 하는 갯버들은 '친절', '자유', '포근한 사랑'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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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5
봄인지 겨울인지 애매한 날씨가 밤낮으로 교차한다. 이른 아침 알싸함이 한낮 볕에 겉옷을 벗는다. 날이 아까워 정전 가위를 있다 들고 뜰의 나무에 가지치를 한다. 물오르는 가지를 잘라주어 본 나무가 더 튼실하게 자라고 알찬 결실도 바라는 마음에 가지치기를 한다. 잘려진 가지가 아까워 서재로 들였다. 봄 향기를 따라 길을 나서지 못한 아쉬움이 그렇게 남았다.

매화, 들어와 향기와 함께 봄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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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한겨울부터 이른봄까지 엄마의 마음이 담겼다. 휑한 밭에 하나둘 올라오는 냉이를 캐고 모아두었다 챙겨주는 것으로 기억에 각인되었다. 기운 빠진 엄마는 이제 넓은 밭에 씨앗을 뿌려두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냉이를 키우신다. 엄마의 마음이 담긴 냉이된장국에 달래장이면 이른봄 이른봄 달아난 입맛은 저절로 찾아온다.


보고자하는 마음 없이는 볼 수 없는 꽃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마져도 마땅찮은 것이 작기까지 하다. 눈에 쉽게 눈에 보일리 만무하다. 그러니 보고자하는 마음이 필요한 꽃이다.


어린 순과 잎은 뿌리와 더불어 이른 봄을 밥상으로 올려놓은 나물이다. 냉잇국은 뿌리도 함께 넣어야 참다운 맛이 난다. 또한 데워서 우려낸 것을 잘게 썰어 나물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나생이ㆍ나숭게라고도 하는 냉이는 '맨(빈) 땅에서 새로 생겨난 생명체로 먹을 수 있는 반가운 나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뿌리까지 몽땅 내어주는 것으로 본다면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라는 꽃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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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3-02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냉이 된장국을 끓였는데, 무진님 서재에서 냉이꽃을 보게 되었네요. 당연 식물이라면 꽃이 있을텐데, 왜 냉이 꽃은 생각하지 못했는지...냉이 꽃도 참 곱네요.

무진無盡 2017-03-03 21:29   좋아요 1 | URL
이쁜꽃이 피지요? 일부러 보지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참 많다는걸 알게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