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 - 그의 죽음뒤로 음악이 흘렀다

-홍성담, 에세이스트

1980년 중반 대학시절 걸개그림으로 이름을 익힌 홍성담이다. 광주 오월 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환경생태 연작그림 '나무물고기',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에 관한 연작그림 '야스쿠니의 미망', 제주도의 신화 연작그림 '신들의 섬', 국가폭력에 관한 연작그림 '유신의 초상', 세월호 연작그림 '들숨 날숨'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난장'은 소설小說이 아니라 반역의 아들 홍성담의 시대를 향해 포효하는 큰썰大說이다. 일찍이 미술을 통해 동아시아의 미학적 아키타이프를 전취했던 작가가 오늘은 문장과 글을 들고 나타나 이 시대의 비극을 샤먼리얼리즘의 주술적이고 마술적인 양식으로 해체하고 치유한다."

"놀되 그냥 놀지 말고, 죽은 자와 산 자, 생물과 무생물, 꿈과 현실, 과거와 미래, 추와 미, 사랑과 증오를 모두 한자리에 불러내 우리함께 제대로 한판 놀자는 것"

홍성담 특유의 시각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맛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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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산 건네다보며 용주사 부처님을 감싸고 있는 그 바위에 올랐다. 제법 오랜만에 앉아 보는 바위다. 하루가 저물어 가는 시간 는개와 함께 잠시 누리는 호사다. 우산도 없는데도 떨어지는 빗방울이 걱정되지 않으니 올라 앉은 자리가 좋은가 보다.

'저물녘의 노래'

저물녘에 우리는 가장 다정해진다.
저물녘에 나뭇잎들은 가장 따뜻해지고
저물녘에 물 위의 집들은 가장 따뜻한 불을 켜기 시작한다.
저물녘을 걷고 있는 이들이여
저물녘에는 그대의 어머니가 그대를 기다리리라.
저물녘에 그대는 가장 따뜻한 편지 한 장을 들고
저물녘에 그대는 그 편지를 물의 우체국에서 부치리라.
저물녘에는 그림자도 접고
가장 따뜻한 물의 이불을 펴리라.
모든 밤을 끌고
어머니 곁에서

*강은교의 시 '저물녘의 노래' 전문이다.

굵어지는 빗방울이지만 느긋하게 자리를 뜬다. 어떤 여름날의 하루를 건너는 저물녘이 여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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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0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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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2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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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9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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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9 1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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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말나리'
붉디붉은 속내를 드러내고서도 당당하게 하늘을 본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부끄러워 더 붉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늘 그렇게 얼굴 붉어지는 것임을 말해주 듯하다. 그 부끄러움 알기에 깊게 갈라진 붉은 꽃잎에 살포시 점하나 찍어두었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황적색으로 원줄기 끝과 바로 그 옆의 곁가지 끝에서 1~3송이씩 하늘을 향해 달려 핀다. '말나리'와 다르게 꽃은 하늘을 향하고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크게 돌려나는 잎과 어긋나는 잎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 의하면 '나리'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 중에서 '하늘'이 붙은 것은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땅'은 꽃이 땅을 향해 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나리'가 붙은 것은 동그랗게 돌려나는 잎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하늘을 향해 꽃이 피는 돌려나는 잎을 가진 나리가 '하늘말나리'다.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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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시간이다. 하늘 가득 옅은 안개가 흐름을 멈췄다. 햇볕이 숨죽이는 시간임에도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느린 바람결에 더운 습기의 기운이 닿는다. 아침부터 마주하는 여름날의 긴 하루가 더디다.

숲길, 볕이 스며드는 길이며 바람의 길목이기도 하다. 그 틈을 안개와 함께 나눈다. 숲길에 짬을 내 함께하는 공존의 시간이다.

묶인 일상이라지만 잠시 얻은 틈 속에 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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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밭고랑에 앉아 무언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궁금했던지 지나가는 할머니가 옆에와서 앉아 뭐하냐고 묻는다. 꽃이 이쁘다고 웃으니 살며시 웃고는 일어서 가던 길 가신다.


샛노랗다. 이 강렬함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생기지 않은 까닭은 주변과 어우러짐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일 것이다. 이 강렬함이 고소함으로 담겼는지도 모르겠다. 진한 녹색으로 좁고 어두운 밭이랑이 땅콩꽃으로 인해 환하다.


꽃은 잎이 나오는 잎겨드랑이에서 금빛이 도는 노란색으로 피고 길이가 4㎝에 이르는 가느다란 꽃받침이 마치 꽃자루처럼 보인다.


이덕무李德懋의 '앙엽기盎葉記'에 "낙화생의 모양은 누에와 비슷하다."라고 하여 땅콩에 관한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한단다. 이로미루어 우리나라에는 1780년(정조 4)을 전후하여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상에서 핀꽃이 지고난 후 땅속으로 들어가 꼬투리를 만들어 열매를 여물게 하는 것에서 미루어 땅 속에 대한 마음을 '그리움'이라는 꽃말에 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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