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무렵, 지친 하루를 길게 건너온 마음을 위로하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긴 여름을 건너온 시간이 겹으로 쌓여 만들어 내는 빛의 향연이 깊다. 가을로 가는 길목임을 애써 부르지 않아도 성큼성큼 나보다 앞서서 손짓하는 것이 나와 같은 마음임을 짐작한다.


산을 넘어온 서늘한 바람이 더불어 다독이는 이 때가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단풍취'
꽃은 주목 받아야 한다. 피는 까닭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결실을 맺어 대를 이어야하는 사명에 충실한 꽃은 대부분 화려한 색이나 모양 그리고 향기를 가진다. 하지만 때론 그렇게 핀 꽃에 주목하지 못하고 제 이름을 갖는 경우가 제법 있다.


잎이 단풍나무의 잎을 닮았다고 해서 단풍취라는 이름을 얻었다. 대개 7갈래로 갈라지는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생겼다. 꽃의 입장에서 보면 서운할 일이지만 그래도 독특한 모양으로 피어 일부러 찾아보는 꽃이다. 하얀색의 꽃이 자그마한 실타래 풀어지듯 핀 모습도 이쁘기만 하다.


참취, 곰취와 같이 식물이름에 '취'가 붙으면 나물로도 이용된다는 의미다. 단풍취 역시 맞단가지다. 약간 매운맛이 난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여름 숲에서 하얗게 핀 단풍취 군락을 만나면 우선 반갑다. '순진'이라는 꽃말은 어디서 왔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금 더 풍성해졌다. 떨구어낸 빈 자리가 있어 그만큼 더 채울 수 있었으리라. 늦게 피더니 지난해보다 더 넉넉한 모습이다. 대문을 들고나는 아침 저녁으로 보기에도 좋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이원규의 시 '능소화'의 일부다. 모든 꽃의 매 순간마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를 외치더라도 주목되는 순간은 따로 있다. 그 순간을 가슴에 담는다.

오늘 아침 이 모습처럼ᆢ.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오이풀'
습기 많은 여름산을 헉헉대며 올라 높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을 얻는다. 여름꽃이 만발한 산길을 걷는 동안 이리저리 눈맞춤하는 것으로 높은 산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긴방망이를 닮은 꽃뭉치가 실타래에서 실이 풀리듯 한올한올 풀린다. 꽃술 하나하나가 성냥개비 붉이 붙여지듯 홍자색으로 피는 꽃이 풀어지는 모습이 특이하여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잎에서 오이 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박 향이 난다고 해서 수박풀이라고도 하고, 참외 향이 난다고 하여 외풀이라고도 한다.


식물이름 앞에 '산'이 붙는 것은 높은산 지역에서 자라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꽃술 하나하나를 보면 '애교'라는 꽃말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든든하다'
여리디 여린 것이 굳은 땅을 뚫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언 땅, 모진 비바람,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도 꽃을 피우는 일의 근본적인 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명을 가진 모두는 저마다 품은 사명을 다하기 위해 굳건히 설 힘을 갖고 태어난다. 그 힘은 자신을 지켜줄 무엇이 있음을 태생적으로 믿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설령 비바람에 꺾일지라도 멈출 수 없는 그 힘이다.

도라지모시대가 꽃대를 올렸다. 아직 남은 힘을 다해 꽃봉우리를 더 내밀어야 하기에 먼 길을 준비하듯 다소 느긋할 여유도 있어 보인다. 어느 한 순간도 꽃으로 피어난 그 때를 잊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꽃 피고 열매 맺는 수고로움을 환한 미소와 향기로 견디는 것은 벌, 나비, 바람 등에 의지해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으로 멈추지 않을 수 있다.

그대 또한 가슴 속에 그런 믿음을 품었다. 뜨거운 태양, 비바람 몰아치는 삶의 현장에서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것, 그 믿음으로 든든하기 때문이다.

그 힘을 믿기에 든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