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뜻을 새기듯
무진無盡, 마음에 드는 전각 하나를 얻었다. 새겨서 써야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돌에 뜻을 새기듯 정성을 들인 이의 마음과 이를 받아든 마음이 하나로 만나는 일에 의미를 둔다.


무진無盡, 아호雅號로 즐겨 사용한다. 지금은 소용되는 일이 거의 없는 때라지만 혼자서 즐기는 마음이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는 옛사람과 다르지 않다.


깊이 새겨야 하는 마음에 그 뜻이 닿아 새롭게 다짐할 기회를 얻은 것이 소중하다. 돌에 뜻을 새기듯 마음을 둘 곳에 붉은 각인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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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2-2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 부럽습니다.^^
 

'고마워 영화'
-배혜경, 세종출판사

일부러 영화관을 찾아 혼자 보기를 즐긴 때도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어둠에서 벗어나는 순간 금방 끝났던 영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면서도 즐겨 찾았다. 지금은 다소 멀리 있는듯 거리를 두고 있다. 시골 읍내 작은영화관을 매개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이 책은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이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자신이 본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영화가 어떤 이야기로 풀어질지 모른다. 영화 역시 사람사는 일상의 반영이기에 영화의 이야기도 관심이 있지만 우선은 그 영화를 읽어 낸 배혜경이라는 사람을 주목한다. 이 책을 손에 든 주된 이유다.

다른 이가 읽어주는 영화 속으로 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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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7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독한 차가움이다. 된서리로 꽃이 피고 수돗물이 얼었다. 유리창에 닿는 햇살의 온기도 더디게만 열을 내고 들판에 서서 하루를 맞이하는 이의 아침도 덩달아 늦었다. 맵고 시큰한 기운이 가슴 깊이 파고드는 이 아침이 좋다.


차가움 속엔 온기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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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12-27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가움을 향한 가슴이 뜨겁기 때문이다

무진無盡 2017-12-27 20:15   좋아요 0 | URL
겨울의 독특한 맛이기도 합니다.
 

'배롱나무'
붉고 희고 때론 분홍의 색으로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100일을 간다고 하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향기를 더하더니 맺은 씨마져 다 보내고 흔적만 남았다. 네 속에 쌓았던 그 많은 시간을 날려보내고도 의연한 모습이 오히려 더 쓸쓸하게만 보인다.


꽃도 열매도 제 멋을 가졌지만 나무 수피가 벗겨지며 보여주는 속내가 그럴듯 하다. 노각나무, 모과나무와 함께 만나면 꼭 쓰다듬고 나무가 전하는 기운을 손을 통해 가슴에 담는다.


꽃은 홍자색으로 피며 늦가을까지 꽃이 달려있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10월에 익는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배롱나무라 한다. 수피는 옅은 갈색으로 매끄러우며 얇게 벗겨지면서 흰색의 무늬가 생긴다.


자미화, 목백일홍, 만당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고지기를 반복해 꽃과 향기를 전해주기에 그 맛과 멋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은 마음에 '부귀'로 꽃말을 붙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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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 나태주 용혜원 이정하 시인의 시와 짧은 글
나태주.용혜원.이정하 지음 / 미래타임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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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온도가 시린 가슴에 온기로 스민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의 풀꽃시인 나태주, '그대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의 용혜원,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이정하 시인이 모였다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시린 마음을 다독여 주는 시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힘을 더 키웠다.

 

EBS FM '시 콘서트'에서 매주 월요일 '마음을 읽는 시 테라피'라는 코너에 '한 편의 시로 위로받는 따뜻한 시간'의 결과물이 책으로 엮였다현재 진행형의 프로그램이라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함께 한다.

 

시는 삶의 표현이다우리의 삶을 아름답게소중하게 표현할 때 삶의 가치는 더 소중해 진다삶의 풍경을 언어로 스케치하는 연어의 화가시인은 행복하다.”

 

시와 시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중 호감 가는 내용이다소설이나 시를 비롯하여 글이나 말을 포함한 거의 모든 표현이 화자의 마음자리를 닮을 수밖에 없다그 중에서도 시인의 마음을 통해 드러나는 시는 보다 직접적인 반영으로 독자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여겨진다시인들의 시가 유구한 세월동안 여전히 읽히며 앞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유효한 표현방식인 까닭이기도 하다.

 

나태주용혜원이정하’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시인들의 대표적인 시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시인들이다시인들이 직접 자신의 시를 선택하여 소개하고그 시를 쓰게 된 동기와 사연을 이야기한다시적 언어는 다르지만 시를 통해 독자들이 얻는 감성적 위로가 비슷한 시인들의 조합이 일으키는 상승효과가 크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나는 이제 너 없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중에서, “너를 만나면/온 세상에 아무런 부러울 것이 없다/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용혜원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다중에서, “닫힌 것을 여는 것은 언제나 사랑이다” 이정하 마음 열쇠’ 증에서

 

시가 시인을 떠나 자생력을 가지고 독자적인 행보를 걷게 된다는 것을 실감나게 전해주기도 하고 시가 쓰게 된 때의 시인이 겪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고 있어 시가 담고 있는 감성적 폭을 이해하는 영역을 대폭 확장시키기도 한다이 책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 중에 하나다특히나태주 시인의 시작노트와도 같은 이야기는 시를 한층 더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무척이나 반갑기만 하다.

 

밖이 차가워 안으로 온기가 필요한 때다이 겨울이 따뜻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시인들의 온기 가득한 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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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12-27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쉼표같은 순간을 데워주는 따뜻한 글들이 있기에 시린 세상 다시 내디딜 수 있는 걸까요?

무진無盡 2017-12-27 20:16   좋아요 0 | URL
누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어께를 다독이는 안도감이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