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
대부분 식물을 꽃으로 만나지만 꽃도 잎도 모르면서 매번 열매로만 만나는 나무가 있다. 그러니 볼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숲길에서 열매를 보고서야 겨우 이름 부를 수 있다.

꽃은 노란빛이 도는 녹색으로 잎과 함께 잎겨드랑이에 달려 핀다. 잎에선 특유의 냄새가 난다.

많은 꽃들이 피는 시기에 함께 피니 주목하지 못했나 보다. 매년 꽃도 잎도 확인할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때를 놓치고 나서 하는 말이 된다.

올해 처음으로 그 꽃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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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6-1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꽃 같네요. 감사합니다.
 

눈맞춤이다.

숲에 들면 한없이 느려지는 걸음에 익숙하다. 좌우를 살피고 위아래도 봐야하며 지나온 길을 돌아도 본다. 높이를 달리하고 속도가 변하면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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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아니다. 어느 때는 걸음을 멈추고 몸과 마음이 그 숲에 동화되도록 고요히 머물러 숨쉬는 것도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런 후에 느끼는 숲은 또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숲에 들어 생명을 만나기 시작한 후로 달라진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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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눈을 들면 몇 걸음 앞서 보란듯 꽃을 피우고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건네는 꽃과 눈맞춤 한다. 적절한 때 그곳에서 멈춘 나와 꽃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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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고 그 꽃이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는 안다. 관련된 모든 인연이 정성을 다한 수고로움으로 꽃이 피듯 사람의 만남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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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으로 인해 형성되는 공감, 이 모두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꽃으로 피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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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시중의 미소가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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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이름도 꽃도 익숙하여 곁에 두고 싶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거리가 필요한 식물이 있다. 조건이 맞지 않아 키우고 싶어도 안되는 몇가지 식물 중 하나다.

처음엔 무화과나무가 그랬고 이후 수국이 그랬고 파초가 그랬다. 관심 가지는 식물이 많아지면서 그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 금낭화도 마찬가지다. 하여 매년 남의 뜰이나 공원에서 만난다.

꽃 모양이 옛날 며느리들이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며느리주머니 라고도 부른다. 어찌되었든 주머니 닮았다고 여긴 시선이 다정하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꽃들 중 하나다. 반그늘 습기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무리지어 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이팔청춘들의 곱고 싱그러움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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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삼백예순 날을 기다려 다섯 날을 보는 꽃, 어찌 그립지 않겠는가.
붉은 모란도 좋지만 이 흰색을 보지 않고 봄을 살았다 말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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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구슬붕이
처음 가는 숲에 들었다. 걸음을 멈추고 숲의 공기와 소리, 색과 빛 그리고 냄새까지 내 눈과 귀와 몸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땅 가까이에서 하늘을 향해 속내를 마음껏 풀어냈다. 과하지 않은 보라색의 꽃잎에 햇볕을 품에 제 본연의 색을 발한다. 여리디여린 꽃대에 어찌 저렇게 큰 꽃잎을 달고 있을까. 땅에 바짝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슬처럼 자줏빛 꽃이 뭉쳐 피어 구슬이 송송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일까. 구슬붕이에 비해 크다고 해서 큰구슬붕이라고 한다. 비슷한 모양으로 꽃을 피우는 것으로 구슬붕이, 봄구슬붕이 등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깊숙하게 내려않은 햇볕이 숲에 기쁜 소식을 던해주듯 큰구슬붕이는 보는이에게 꽃말 처럼 봄의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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