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김훈, 문학동네

"그는 책 서두에 이렇게 썼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자."

*출간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 바로 손에 넣었다. 하지만, 정작 이제서야 펼친다. 무엇이 기다림을 요구했는지는 모르나 비로소 때가 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여전히 사전 정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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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숲이다. 짙어지는 녹음 속으로 아직은 부드러운 햇살이 파고드는 때다. 잎과 햇살 사이를 부지런한 바람이 길을 터주고 있다. 숲이 주는 다독거림으로 옮긴 발걸음이 한없이 느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소 요란스럽도록 많은 꽃을 달고 있는 떼죽나무가 지난 비에 그 꽃을 떠나 보냈다. 제법 많이 내린 비라 계곡을 내려가는 물소리가 봄 햇살 닮아 맑고 경쾌하다. 모든 힘을 다하여 피고서도 부족한 것이 정성이라 떨어져서도 다시 피어났다.

나무가 만들어준 적당한 그늘에 아무렇게나 앉아도 좋다. 그렇게 멈춘 걸음에 들어온 꽃이라서 한동안 눈맞춤 한다. 나뭇잎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가슴에 품어 그 싱그러움으로 빛나는 것은 떨어진 떼죽나무 꽃만은 아니다. 

나뭇잎을 통과한 빛을 가슴에 품고 나도 꽃으로 피어난다. 오월의 숲이 주는 선물을 온전히 누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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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앵초'
높은 산 숲속에 꽃들의 잔치가 열렸다. 기꺼이 발품 팔아서라도 눈맞춤하고 픈 꽃이다.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뽑내는 것이 장관이지만 홀로 피어도 그 빛을 감추진 못한다.


홍자색 꽃들이 꽃대 끝에 모여 피어 머리에 화관을 쓴 듯하다. 앙증맞은 꽃이 넓은 잎과 어우러져 서로가 서로를 더 빛나게 한다.


앵초라는 이름은 꽃이 앵도나무의 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으로 큰앵초는 앵초보다 크다는 의미다. 잎의 모양과 크기 등으로 구분이 어렵지 않다.


갈길이 멀어 서두르거나 다소 여유로운 걸음의 사람들이 보랏빛 꽃에 눈길을 주지만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몇명이 되지 않는다. 꽃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은 여행길에서 오래된 벗을 만나듯 반갑다. 하지만, 꽃이 있는지도 모르고 걷기에만 바쁜이들에겐 꽃의 인사가 무색하기만 하다.


초여름 지리산 노고단 인근은 큰앵초의 꽃세상이다. 순탄한 길을 걷다가 행운이라도 만나듯 큰앵초를 본다. '행운의 열쇠'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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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숲에 들었다. 봄 가뭄에 때를 늦춘 대상은 보지 못했지만 숲은 싱그러움을 회복했다. 서로 기대어 살며 숲을 이룬 생명들은 늘 의외의 모습이 있어 반갑다. 볼 수 있었던 것은 보고 보지 못한 것은 다음을 기약한다. 

숲의 품은 늘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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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양연화
김민철 지음 / 목수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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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만나는 특별한 방법

눈이 채 녹지고 않은 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눈 속에 핀 복수초를 보기 위해서다그렇게 시작된 꽃 탐사는 변산바람꽃너도바람꽃만주바람꽃꿩의바람꽃에서 노루귀와 얼레지로 옮겨가면서 그 영역을 넓혀간다봄이 무르익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여정이다여기에 탐매探梅의 유혹까지 더하면 봄날은 짧은 볕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가기 마련이다하지만이런 호사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산과 들의 꽃을 찾아 기꺼이 발품을 파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호사이기 때문이다.

 

산과 들에 피는 야생화를 누구나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발품 팔아 산과 들로 나서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우선은 그 많은 들꽃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부터 무슨 꽃이 언제 어디에 피는지도 모르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 한다.

 

그러나 어렵게만 여겨지는 식물의 세계와 친해지는 방법은 다양하다우선은 이름을 불러주는 것부터 식물의 생태적 성질이나 서식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정과 인내력이 요구 된다이와는 달라 식물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의 그 식물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후자가 오히려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책 서울 화양연화는 이미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김민철의 세 번째 책이다꽃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지 17꽃에 대한 글을 쓴 지 7년이 되었다는 저자가 그동안 여러 매체에 쓴 글을 추려 다듬어 묶은 책이다서울과 그 근교에서 볼 수 있는 꽃들과 관련이 된 문학미술영화 등 그 영역을 넓혀 꽃의 이야기를 한다.

 

다양한 문화 영역 속에 등장하는 식물을 매개로 식물 초보자’ 들도 쉽게 식물과 만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이미 발간된 그 전작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주목한 내용이지만 꽃을 따라가다 보면 그 물리적 영역은 그보다 훨씬 넓을 수밖에 없다.

 

식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쉽고 이미 널리 읽힌 문화적 접근이라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이는 서울 7대 가로수’, ‘5대 길거리 꽃’, ‘열 가지 잡초’, ‘10대 실내 식물과 같은 분류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식물의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흔히 알고 있는 식물의 경우는 그것에 따른다고 했지만 뒤에 가면 정식 명칭을 부르는 경우(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나무와 이름 모를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혹 이름 없는 식물이라는 표현에 대한 이야기와 혼동해서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저자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물 초보자을 배려한다면 정식 명칭을 부를 수 있게 하는 점이 옳다고 여겨진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갖는 독특한 접근방식은 식물에 관심을 갖는 많은 이들에게 식물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이 책을 통해 식물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이 식물에 한발 더 가깝게 다가갈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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