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어쩜 이리 절묘할까. 하마터면 속을뻔 했다. 마치 봄날 한가운데 있는듯 포근한 날이다. 그제 온 눈이 한껏 볕을 품고 있다. 대한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 민망하리지만 볕이 좋다. 대한이 제 이름값도 못하는 겨울이다.

더 남쪽엔 노루귀도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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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그릇

1
사기그릇 같은데 백 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담아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안도현의 시 '그릇'이다. 대상과 내가 서로를 품어 각기 새로운 스스로를 얻는다. 이 겨울 내린 눈은 볕을 품어 봄을 준비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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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1-2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가원이 찻집 이었군요 ^^

무진無盡 2021-01-22 21:55   좋아요 1 | URL
우리밀로 빵도 굽는 농가찻집 입니다 ^^
 

정중동靜中動

고요하다. 부산스럽지 않은 움직임이다. 방향을 정했으니 한치의 어긋남도 없으리라.

 

한참을 바라보다 날개를 가르는 바람으로 머물고 있는듯 자유로움이 함께한다. 여전히 유효한 꿈인 청연靑燕을 그리는 마음이 여기에 머문다.

 

걷지만 나는 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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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옆을 지나는 개천 다리 위에 섰다. 파고드는 냉기를 피해 양지바른 곳을 찾지만 그것도 별 차이가 없다. 볕이 쌓인 눈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인가.

 

눈 쌓인 산정에 올라 눈꽃을 보고도 싶은데 아직 불편한 팔이 마음을 붙잡고, 낮은 산 눈밭을 헤치며 꽃보러 갈까 싶다가도 아직 눈에 묻혀 얼굴을 보여주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나서길 접었다.

 

조금 참았다 볕드는 서재에 앉아 난로에 불 지피고 따뜻한 차 한잔 내려서 지난번 들여온 매화분梅花盆에 맺힌 꽃망울이나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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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신春信

가장 추운 때라는 소한小寒이지만 이미 그 안에는 봄을 품고 있다. 산을 넘어온 매화 피었다는 소식에 갇힌 몸을 일으켜 꽃놀이 다녀왔다.

이 추운 때 유독 한그루만 꽃 피어 향기를 나누는 이유가 따로 있을 까닭이 없다. 그리움 안고 움츠러든 그대의 마음을 깨워 밖으로 불러내기 위함이다.

折梅逢驛使 절매봉역사

寄興?頭人 기흥농두인

江南無所有 강남무소유

聊贈一枝春 요증일지춘

매화 가지를 꺾다가 역부를 만나

농두의 그대에게 부칩니다

강남에는 가진 것이 없어서

그저 봄 한 가지를 보냅니다

*전라감사 심상규(沈象奎, 1766~1838)가 한양에 있는 벗 예조판서 서용보(徐龍輔, 1757~1824)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내용이다.

옛사람이야 가지를 꺾어 보내거나 붓으로 그림을 그려 대신 꽃 대신 전했다지만 나는 차마 피지 않아 매화나무 가지를 꺾어 보내지는 못하니 사진으로 대신한다. 걸음마다 매화향기 가득하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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