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부채'
긴 겨울을 기다려 보고 싶은 식물이 한 둘이 아니지만 놓치고 싶지 않고 기어이 보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이 식물이다.


바위 틈 나무 아래, 경사진 언덕 등 넓은 바위가 많고 물이 흐르는 계곡 옹색한 곳에 자리잡고 매년 같은 모습으로 올라온다. 피는 시기에 같은 곳을 찾으면 매번 같은 곳에서 올라오기에 헤매지 않고 볼 수 있다.


제법 큰 몸통이지만 키를 키우지는 않는다. 땅과 가까이에서 품을 넓히고 그 안에 꽃을 피운다. 꽃은 붉은 얼룩이 있는 주머니처럼 생긴 포 안에 담겼다. 꽃이 지면서 부채처럼 넓은 잎이 나온다. 앉은부채는 꽃을 피울 때 스스로 열을 내고 온도를 조절하는 신비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잎이 땅에 붙어 있고 부채처럼 넓게 펼쳐진 모양 때문에 '앉은부채'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바위 틈에서 벽을 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면벽 수도승을 닮아 보이기도 한다.


첫 눈맞춤 이후 네번 째 겨울을 맞아 찾은 곳에서는 지난해 보다 세력이 왕성해 보인다.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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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숲에 들었다. 기다리던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여기보다 더 남쪽이라 이곳에도 곧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 서두른 발길을 옮겼다. 예년에 비추어본다고 언땅을 뚫고 올라온 흔적을 만날 수도 있기에 내심 기대감을 버리지 않은 마음이었다. 지난 여름 이후 발길을 끊었던 숲으로 나들이를 간다.


비탈면 꽃밭은 지난해 연거푸 털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위로 큰키의 나무 두그루가 넘어져 상처를 다독이듯 덮고 있다. 그렇게라도 감싸줘야 새롭게 움트는 생명들을 지킬 수 있을듯 하여 다소 위안을 삼았다.


졸졸졸 물이 흐르는 계곡에 이끼류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볕이 드는 숲은 이미 새로운 생명들이 깨어나는 중이다.


품으로 파고드는 볕,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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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겨울 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오규원의 시 '겨울 숲을 바라보며'다. 입춘의 봄, 아직은 겨울을 다 벗어난 것이 아니니 겨울 그 숲에 들어 민낯의 나무들이 속내를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같은 모습으로 품어줄 겨울 숲에 들어가 스스로를 다독이며 봄을 맞이하는 경건한 의식을 치루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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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채운 지음, 북드라망

'이옥'이라는 이름에 선듯 손에 들었다. 글쓰기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이옥을 이야기 한다. 그간 접했던 이옥에 대한 호기심이 채운이라는 사람의 눈을 통해 어떻게 다가올지 사뭇 궁금하다.

이옥(李鈺, 1760~1812), 조선 후기 문인, 정조의 문체반정의 피해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본관은 연안. 자는 기상, 호는 문무자·매사·매암·경금자·화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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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의 볕이 따사롭다, 유유자적 발길이 머무는 곳에 멈춘다. 소나무가 틈을 열어 생명의 기운을 품는다. 붉음, 숨이 막히도록 가슴 속 울림이 고스란히 담긴 온기가 막힌 숨통을 열어젖히는 중이다.

긴 터널을 지나 더딘 시간으로 건너왔다. 내딛는 걸음마다 쌓인 간절함이 얼어붙은 가슴에 불씨를 일으킨다. 움을 틔우고 싹을 내밀어 새로운 세상을 펼쳐갈 원동력으로 삼는다.

볕바라기, 섣달 볕에 솔내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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