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매探梅 
봄인지 겨울인지 애매한 날씨가 밤낮으로 교차한다. 이른 아침 알싸함이 한낮 볕에 겉옷을 벗는다. 날이 아까워 정전 가위를 들었다. 물오르기 전 가지를 잘라주어 본 나무가 더 튼실하게 자라고 알찬 결실도 바라는 마음이다. 잘려진 가지가 아까워 모월당慕月堂으로 들였다. 봄 향기를 따라 이제 뜰에 매화 피는 날을 기다린다.

매화, 들어와 향기와 함께 봄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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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3-0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매화 한 가지끝에 봄이 묻어 옵니다.
사진에 홀려 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변산바람꽃 2
일찍 피어 가슴에 꽃마음을 불러오는 꽃이다. 화려한 꽃술과 꽃잎 이를 받쳐주는 꽃받침잎이 서로 어울려 화사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추운데 꽃이 어딧어? 라는 지청구를 듣는 것 치고는 이렇게 이쁜 꽃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때론 분에 넘치는 순간을 마주한다.


꽃 피어 사람을 부르는데 마침 귀한 눈까지 내려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먼길을 나섰지만 거리와는 상관없다는듯 산에 쌓인 눈의 양에 주목하면서 도착한 곳엔 기다리던 모습 그대로 눈 속에 꽃이 피어있다.


변산바람꽃, 
눈 속에서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기꺼이 반겨준다. 올해는 복 받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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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하고 또한 술을 좋아한다. 다만 땅이 궁벽하고 해가 흉년이어서 빌리고 사려해도 취할 곳이 없다. 한창 무르익은 봄볕이 사람을 훈훈하게 하니, 다만 빈 바라지 앞에서 저절로 취하게 되는 듯하다. 마침 내가 술 한 단지를 받은 것과 같이 시여취詩餘醉 일부를 빌릴 수 있게 되었다. 이상하다! 먹墨은 누룩이 아니고, 책에는 술그릇이 담겨 있지 않은데 글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겠는가? 장차 단지를 덮게 되고 말 것이 아닌가! 그런데 글을 읽고 또 다시 읽어, 읽기를 3일 동안 오래했더니, 꽃이 눈에서 생겨나고 향기가 입에서 풍겨 나와, 위장 속에 있는 비릿한 피를 맑게하고 마음 속의 쌓인 때를 씻어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들어가게 한다.

아! 이처럼 취하는 즐거움은 마땅히 문장에 깃들어야 할 것이다. 무릇 사람이 취하는 것은 취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요. 굳이 술을 마신 다음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붉고 푸른 것이 휘황찬란하면 눈이 꽃과 버들에 취할 것이요, 분과 먹대로 흥겹게 노닐면 마음이 혹 요염한 여자에게 취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이 달게 취하여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것이 어찌 술 일석과 오두보다 못하겠는가? 읽어서 그 묘처를 능히 터득하는 것은 그 맛의 깊음을 사랑하는 것이요. 읊조리고 영탄하며 차마 그만 두지 못하는 것은, 취하여 머리를 적시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때떄로 혹 운자를 따서 그 곡조에 따르는 것은 취함이 극에 달해 게워내는 것이고, 깨끗하게 잘 베껴서 상자에 담아두는 것은 장차 도연명의 수수밭을 삼으려는 것과 같다. 나는 모르겠노라. 이것이 글인가? 술인가? 지금 세상에 또한 누가 능히 알겠는가? 

*이옥(李鈺, 1760~1812)의 글 묵취향서墨醉香序이다. 명나라 반유룡이 편찬했다는 사선집詞選集을 읽고 난 후에 붙인 서문이라고 한다. 이옥의 독서론과 문장론에 대해 채운의 책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다'의 '취하고 토하라'는 쳅터에 담긴 글이다.

몇 번이고 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글 맛에 이끌려 머물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취한다는 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곱씹어 보기 위함이다. 책을 손에서 놓지는 않지만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고 술은 취하지 못하고, 겨우 꽃에 취해 몇해를 건너왔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취하고 토한다'는 말의 의미를 짐작케는 하니 귀한 경험으로 여긴다.

그동안 책에 취하였고 요사이 꽃을 핑개로 사람에 취하고 있으니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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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 글을 옮기고도 한참을 기다려 칼을 들었다. 머릿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완성되어야만 비로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폴 고갱의 말이다. 의미는 짐작하지만 그 해석은 또한 내 마음인지라 오독誤讀 하기 마련이다.

대상에 집중하기 위해 온갖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방법 중 하나로 눈을 감는 것이다. 숲에 들어 숲과 하나되기 위해, 음악의 리듬에 집중하기 위해, 관현악의 한 악기의 소리만을 따라가기 위해, 그리움에 온전히 젖어들기 위해?. 눈을 감는 이유야 갖가지겠지만 그 안에는 몰두에 있다.

칼과 망치가 만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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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비가 와도 젖은 자는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비가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오규원의 시 '비가 와도 젖은 자는'이다. 궂은 날이라지만 그 비로 인해 다음을 희망으로 만난다. 무엇에든 온전히 젖은 이는 더이상 젖지 않고 다음으로 건너갈 수 있다.
오규원(1941~2007) 시인을 2월 한달 네편의 시로 만났다. 처음 만나 오랫동안 기억될 시인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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