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 글을 옮기고도 한참을 기다려 칼을 들었다. 머릿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완성되어야만 비로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폴 고갱의 말이다. 의미는 짐작하지만 그 해석은 또한 내 마음인지라 오독誤讀 하기 마련이다.

대상에 집중하기 위해 온갖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방법 중 하나로 눈을 감는 것이다. 숲에 들어 숲과 하나되기 위해, 음악의 리듬에 집중하기 위해, 관현악의 한 악기의 소리만을 따라가기 위해, 그리움에 온전히 젖어들기 위해?. 눈을 감는 이유야 갖가지겠지만 그 안에는 몰두에 있다.

칼과 망치가 만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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