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위에 꽃이 피었다. 땅을 떠난 돌에서 향기를 꺼냈다. 새롭게 태어난 나무를 불러오기 위함이다.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시간을 겹으로 쌓아온 것은 같다. 쌓아 온 시간의 겹만큼의 무게와 깊이를 가졌으니 무게와 깊이를 따질 까닭이 없다.

서로를 보는 마음에 은근한 향기가 머무는 것, 꽃을 두고 마주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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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경서를 읽고 여름에 시를 외우고 봄가을에는 예를 배워야 한다. 행동과 세상을 반드시 공경히 하고 절대로 희롱하지 말라. 닭이 새번 울면 일어나 천지의 맑은 기운을 들이마시고, 글을 외우고 있다고 해도 날이 밝으면 세수하고 일과를 받아라. 매 식후에는 잠깐 휴식하고 곡기가 체함이 없도록 하라. 단정히 앉아 정독하다가 만약 정신이 혼미해지면 시원한 바람을 들이마셔라."

*조선사람 최치덕(1699~1770)이 벼슬에서 물러나 경주 인근에 종오정從吳亭을 지어 후학을 가르치며 '학규'를 정해놓고 따르도록 했다. 그 학규가 이 글이다.

그 뜻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마는 늘 손 가까이 책을 두고 읽는 것과 때를 놓치지 않고 산과 들로 꽃을 핑개로 유람하는 것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사이사이에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거울 삼아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는다면 이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책을 잡던 손을 놓고 꾸물거리는 하늘을 보다 창을 열어 밖으로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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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함을 멈춘 시간, 붓을 들었다.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화선지의 먹의 번짐으로 불안한 움직임이 머뭇거린다. 그래도 날마다 붓을 잡는다는 것에 스스로 위안 삼는다.

가다 보면 보이는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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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꺼냈다. 필률??이라고 쓰고 피리라고 읽는 전통 관악기의 리드다.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 그리고 애기치 못한 사정으로 한동안 방치해두었던 악기를 꺼냈다. 바짝 마른 리드를 물에 불리고 관대에 젖신다. 리드를 물 힘이 입술에 남아 있을지는 다음 문제다. 물에 불려 입을 연 리드를 차창에 올려 놓고 한참을 바라본다.

다시 꺼낸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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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大寒'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어쩜 이리 절묘할까. 하마터면 속을뻔 했다. 마치 봄날 한가운데 있는듯 포근한 날이다. 그제 온 눈이 한껏 볕을 품고 있다. 대한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 민망하리지만 볕이 좋다. 대한이 제 이름값도 못하는 겨울이다.

더 남쪽엔 노루귀도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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