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품는 의식이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시작된 섬진강 매화로부터 금둔사 납월매를 지나면 이제 슬그머니 탐매의 길을 다른이들에게 내어놓는다. 북적임이 싫기도 하지만 만개한 매화가 전하는 수근거림과 거리를 두고자 함이다.

이때쯤 나홀로 누리는 호사가 있다. 뜰에 심어둔 매실나무에서 꽃 몇송이를 얻어와 찻잔에 띄우고 번지는 향을 음미한다. 코끝에 스미는 향이 가슴을 열때 조심스럽게 한모금 머금고 베어나는 맛을 음미한다. 깔끔한 맛과 은근히 머무는 향에 이끌려 몇 모금 하고나면 몸 가득 매향이 오랫동안 감싼다. 입안에 머무는 단정한 맛이 일품이다. 꼬박 1년을 기다려 얻은 이 맛을 짧은 순간만 누린다.

비로소 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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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좋은 친구

가까이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대가 먼 산처럼 있어도
나는 그대가 보이고
그대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
그대 더욱 깊은 강물로 내 가슴을 흘러가나니

마음 비우면
번잡할 것 하나 없는
무주공산
그대가 없어도 내가 있고
내가 없어도 그대가 있으니

가까이 있지 않아서
굳이 서운할 일이 무어랴

*김시천 시인의 시 "좋은 친구"다. 물리적 거리야 문제일리 없다. 어디에 있던 마음 열면 지척인데 "굳이 서운할 일이 무어랴"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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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곁에서 자보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내일은 그냥 걷다 옆을 주는 꽃에게 바람이 마음 준 적 있는지 묻겠다"

*민왐기 시인의 "곁"이라는 시의 일부다. 이른 봄 숲을 가만히 걷는다. 혹여 낙엽 밟는 소리에도 흩트러질 봄의 고요를 염려하는 까닭이다. 봄은 아지랑이 피는 언덕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마음을 다독일줄 안다. 조용히 곁을 내주는 이유다.

얼굴에 닿는 이른 봄볕의 다독임을 아는 이는 "고작해야 이 삶이 누군가의 곁을 맴돌다 가는 것일지라도" 좌절하지 않는다. 마음은 주고 받는 것이라지만 순간순간 외길 타는 절박함이 함께한다는 것도 알기에 비어 있는 곁을 허망해하지는 않는다.

"곁을 준다 할 것이 없어서 곁을 주고" 누군가의 곁에 머무는지도 모르고 살다가는 것이 삶이 아니던가.

비 그쳐다. 봄볕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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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지난번 노루귀는 꽃잎을 열지 않은 모습에 아쉬움이 컷다. 그나마 변산바람꽃에 주목한 때라 다음을 기약했다. 봄햇살을 충분히 품고 있는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
 
다양한 색으로 피는 노루귀를 더 빛나게 해주는 것이 꽃대에 붙은 흰 털이다. 햇살을 받아 한껏 몸을 세우고 꽃을 피운 것에 자부심을 나타내는 듯 당당하다.
 
이 작고 여린 것이 피워올린 꽃세상은 아직은 이른 봄날을 절정으로 이끌어가는 선두자리에 섰다. 줄줄이 기다리는 봄꽃들에게 세상으로 나와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청노루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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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품은 것은
봄 햇살의 따스함이다.
오늘 하루를 꿋꿋하게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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