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품는 의식이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시작된 섬진강 매화로부터 금둔사 납월매를 지나면 이제 슬그머니 탐매의 길을 다른이들에게 내어놓는다. 북적임이 싫기도 하지만 만개한 매화가 전하는 수근거림과 거리를 두고자 함이다.

이때쯤 나홀로 누리는 호사가 있다. 뜰에 심어둔 매실나무에서 꽃 몇송이를 얻어와 찻잔에 띄우고 번지는 향을 음미한다. 코끝에 스미는 향이 가슴을 열때 조심스럽게 한모금 머금고 베어나는 맛을 음미한다. 깔끔한 맛과 은근히 머무는 향에 이끌려 몇 모금 하고나면 몸 가득 매향이 오랫동안 감싼다. 입안에 머무는 단정한 맛이 일품이다. 꼬박 1년을 기다려 얻은 이 맛을 짧은 순간만 누린다.

비로소 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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