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寡方知自耳聾 언과방지자이롱
耳聾誠有寡言功 이롱성유과언공

人雖語大吾安聽 인수어대오안청
我亦聲微彼不通 아역성미피불통

默默謙謙終日坐 묵묵겸겸종일좌
廖廖寂寂一堂空 요요적적일당공

平生駁雜多尤悔 평생박잡다우회
天奪其聰幸此翁 천탈기총행차옹

人皆勸我使治聾 인개권아사치롱
吾曰吾聾亦有功 오왈오롱역유공

衆口喧嚆聞亦厭 중구훤효문역염
同心聲氣默猶通 동심성기묵유통

旣難聽語還無語 기난청어환무어
非是逃空却喜空 비시도공각희공

此理方知知者少 차리방지지자소
競相提耳笑愚翁 경상제이소우옹

귀먹으니 편하구나

내가 말이 왜 줄었지?
아하, 귀 먹어서 그렇구나

사람들의 큰 목소리 내 귀엔 작은 소리
내 목소리 역시 작아 남들도 멀뚱멀뚱

입 닫고 말없이 온종일 앉아 있으니
고요하고 한적하여 빈집인 듯 느껴지네

성격이 박잡하여 평생 후회 많았는데
하늘이 이제서야 늙은이 귀를 막았구나

사람들이 너도나도 귀 치료를 권하지만
귀머거리로 지내는 게 나에겐 더 좋은 거요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 들리니 너무 좋아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 없이도 통한다오

들리지 않은 뒤로 나도 말이 줄었으니
말많던 늙은이가 적막함이 좋아졌네

이런 이치 아는자 세상에 몇 안 될거야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 늙은이 흉을 보네

*조선사람 윤추(尹推, 1632~1707)의 시다. 청백리(淸白吏)에 녹선(錄選)되고, 경서(經書)에 밝았다고 한다. 호는 농은(農隱)이다.

말이 적다고 핀잔 듣기 일쑤다. 하지만 말이 가지는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본인으로서는 말이 적다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홀가분한지 모른다.

'귀 먹어서'라는 핑개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뜻이 있음을 짐작은 한다. 종일 입을 닫아도 불편함이 없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 없어도 통한다'는 이치를 일찍 알았으니 자연스럽게 말이 줄어든 것이다.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귀먹어서도 있겠지만 내 말을 줄이면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 해보니 알겠더라.

우연히 읽게된 시가 내 마음을 대변 한듯 싶어 길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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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풀
첫 만남에는 먼길 나서서 비맞고 꽃 다 떨어진 후 딱 한송이 남은 모습으로 마주했다. 그 뒤로는 적당한 때를 골라 무리진 모습을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색을 달리해서 피는 꽃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행운인 샘이다.

미치광이풀, 요상스런 이름이다. 소가 이 풀을 뜯어 먹으면 미친 듯이 날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독성분이 강하기에 조심스럽게 다뤄야하는 풀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제법 큰 무리를 이룬 서식지에는 풍성하게 꽃밭을 이루고 있다. 서식 환경이 적합한 것이리라. 오랫동안 보존되어 잘 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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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우화등선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 놓고,
확 죽어 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 버릴 년
어디 없을까."​

*김용택 시인의 "우화등선"이다. 만춘을 누리는 최고의 방법이다. 꿈이라도 꿔야지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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此翁 차옹 花開日與野僧期 화개일여야승기 花落經旬掩竹扉 화락경순엄죽비 共說此翁眞可笑 공설차옹진가소 一年憂樂在花枝 일년우락재화지 꽃이 피는 날은 시골 중과 어울리고 꽃이 지면 열흘이 넘도록 사립문을 닫네 사람들은 이 늙은이를 참으로 웃긴다고 하는데 한 해의 기쁨과 걱정이 꽃가지에 달렸음 이랴 *조선사람 이산해(李山海 1539 ~ 1609) 의 시다. 문신이며 학자로 호는 鵝溪아계 이며 문장에 능했다고 한다. 매년 꽃시계를 따라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계절을 만끽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꽃시계의 한 허리를 떼어놓고 보니 어느새 봄이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滿春만춘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에 아애 눈을 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하는 꼴을 보니 어찌 이리도 此翁차옹(이 늙은이)과 한치도 다르지 않을까 싶어 속으로 헛웃음만 짓는다. 들리는 것은 멀리서 꽃 진다는 소식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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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연이어 세햇동안 노루귀에 이어 큰 무리가 사라진 숲에 나부터 발걸음을 하지 않기로 했다. 생태가 복원될 것이라고 여긴 탓이다. 다른 한편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그곳을 가지 않은 이유도 된다. 올해는 느긋한 마음으로 만난 깽깽이풀이다.
 
가늘고 긴 꽃대를 올렸다. 독특한 잎과 함께 붉은 생명의 기운으로 새싹을 낸다. 여럿이 모여 핀 풍성한 모습도 홀로 피어난 모습도 모두 마음을 빼앗아 가는 녀석이다. 봄 숲에 고운 등불 밝히는 꽃이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든다고 했던가. 피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떨군다. 하트 모양의 잎도 꽃 만큼이나 이쁘다. 풍성해지는 잎이 있어 꽃잎 다 떨어지고 난 후 더 주목하는 몇 안되는 종류 중 하나다.
 
꽃술이 진한 자주색이라 저 위쪽지방에 있다는 노랑꽃술의 깽깽이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준다. 노랑꽃술의 꽃은 분양 받아 뜰에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특유의 이쁜 모습에 유독 사람들 손을 많이 탄다. 수없이 뽑혀 사라지지만 여전히 숨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심하세요' 라는 꽃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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