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신이 맞다 - 두 번째 스무 살, 삶의 고비에 맞서는 인생 고수들의 이야기
이주형 지음, 김주원 사진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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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인공은 그래도 나다
사람들은 살아가다 자신이 가장 흔들린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일까? 모르긴 해도 대부분 40을 바라볼 때가 아닌가 한다. 내 경우가 그랬다. 무서울 것 없었던 청춘을 지나며 자신과 세상과 부딪치며 정신없이 살아왔으나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는 시기가 딱 그때가 아닌가 한다. 공자는 나이 40을 불혹(不惑)이러 불렀던 의미를 생각하기 이전에 자신에게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마주치듯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기가 나이 40을 전후한 때다. 지천명(知天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도 불혹은 늘 화두처럼 나를 따라 붙는다.

불혹(不惑)이 모든 것에 미혹(迷惑)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하지만 나이 40은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되고 가정도 자리를 잡았으며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가 하나 둘 쌓여 안정을 찾을 만한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와 세상의 자극에 대해 흔들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래도 당신이 맞다’의 저자 이주형은 두 번째 맞이하는 스무 살에 인생의 고수들을 찾아 삶의 고비를 맞서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텔레비전 문화부 기자인 저자가 ‘人터뷰’라는 코너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사회 각 분야의 대가들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배운 인생의 경험을 자신의 솔직한 마음으로 털어 놓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의 산 체험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인생의 고비를 넘었을까? 나보다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이기에 그들만의 ‘노하우’나 무슨 특별한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 것일까?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박웅현, 박완서, 강효, 육심원, 고은, 조정래, 허영만, 유현아, 조훈현, 최범석, 이병헌, 임항택, 씨 킴, 박칼린, 이형택, 백성민, 배상면, 김대벽, 최종일, 송진우 등 소설가, 음악가, 영화배우, 스포츠스타, 사업가, 화가, 만화가, 사진사...... 그야말로 분야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삶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이다.

남들보다 앞서간 사람들,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숨겨진 고독과 외로움, 스스로 정한 한계를 넘어서려는 열정은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바로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이 점이 무엇보다 큰 ‘비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난은 비난에게 맡기고 칭찬은 칭찬에게 맡겨두라. 나는 여기 언제나 변함없으니’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타인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들의 삶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 될지라도 우리들은 그 ‘남의 눈’에 자신을 온통 빼앗기고 말아버린다. 남의 눈을 잣대로 내 삶을 평가하고 의지하는 삶이되다 보니 흔들리는 삶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만다. 그런 삶이 온전히 내 삶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을 만나며 솔직한 심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저란 대가들도 인생의 고비를 맞았고 그 고비마다 흔들리기도 했다는 점을 확인하며 그저 자신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벽과 고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몰라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고 묵묵히 걸어갔던 자신의 길에 ‘그래도 당신이 맞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당당하게 설 수 있다는 것은 누가 어떤 사람의 성공이 주는 비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인 내가 흔들리면서도 더디더라도 꿈을 간직한 채 쉬지 않고 걸어온 온전히 내 삶에서 얻게 되는 삶의 지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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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훔친 황제의 금지문자 - 문자옥文字獄, 글 한 줄에 발목 잡힌 중국 지식인들의 역사
왕예린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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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옥,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 국방부 불온서적목록이 발표되면서 그 목록에 들어간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지만 그 중심에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구태의연한 발상을 하는가?’와 사상에 대한 탄압이 여전히 이뤄지는 상황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 웃지 못한 해프닝은 단지 그때 그 사람들에 한정된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군부독재시절을 비롯한 우리 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사상 탄압의 전형이 책과 글에 대한 금지로 나타났으며 이를 반증하는 것이 국방부 불온서적목록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권력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가진 자는 지키려하고 못가진 자는 가지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권력투쟁이 결국 인간의 목숨이 왔다갔다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역사는 부지기수로 보여준다. 빌미는 바로 글로 남겨진 것들에 집중된다. 이는 말보다 글이 가지는 지속성이나 파급력에 의한 것이다. 이를 문자옥(文字獄)이라 표현하며 중국의 역사 속에서 벌어진 다양한 실례를 찾아 보여주는 책이 있다. 바로 ‘영혼을 훔친 황제의 금지 문자’가 그것이다.

저자는 문자옥(文字獄)이란 관리나 지식인의 글 내용 중에 황제를 비난하는 내용 등을 이유로 처벌을 받았던 것을 가리킨다고 정의하며 중국 역사를 거슬러 올라 시대별로 나타난 문자옥의 사례를 살피고 있다. 글로 남겨진 문자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거나 또는 정치적 상황에 의해 정적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모함의 구체적 증거로 제시되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경우를 찾아 그 전후 사정을 밝히고 있다. 문자옥은 역사를 거슬러 춘추전국시대까지 올라간다. 그 유명한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를 시작으로 청나라 말 소보사건에 이르기까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분서의 목적은 사상의 통제, 갱유의 목적은 왕권 수호였다.’에서 알 수 있듯이 문자옥은 분명 정치권력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상탄압의 형태로 진행된 것이다. 그렇기에 당시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민중의 마음을 대변했던 지식인들이 문자옥의 주요 대상이었다. 오늘날 지식인의 사명을 이야기할 때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현실과 미래를 살아갈 지혜를 밝히고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문자옥에도 굴하지 않았던 지식인들의 삶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문자옥을 만든 사람이나 그 피해 당자자도 모두 지식인이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음을 알게 한다.

이 책을 보면 글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크게 왜곡되는 가를 잘 알 수 있다. 같은 글도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 해석하는 사람의 분명한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황제들이나 정적들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곡해는 목숨이 달린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헌령비헌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생겨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말이나 글이 상황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목숨을 버리는 사람까지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 힘은 실감하게 된다. 글의 힘이 이렇게 큰 것이기에 글에 담고자 하는 자신의 뜻을 심사숙고했던 선비들의 마음이 새삼스럽게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최근 국방부 불온서적목록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요지는 ‘군대 내에서 국방부 장관이 정한 불온서적을 소지할 수 없도록 한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군인이라는 특수신분을 이용해 사상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분단이라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분단이라는 상황을 이용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적 결정이 문제라고 본다.

‘글과 말을 막아도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이는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지식인들의 삶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지식과 문화를 짓밟는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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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2 암자로 가는 길 2
정찬주 글,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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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암자에서 얻는 큰마음
현대인들의 삶을 각박하다고들 한다. 바쁜 일상에 묻혀 살아가다 보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우리기보다는 몸과 마음이 자꾸 흔들리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잠시 일상을 떠나 바쁜 마음에 쉼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분주한 마음에 잠시나마 여유를 찾기 위해 나서는 곳이 대부분 자연의 한 자락이며 넉넉한 마음을 불러오는 한적한 공간이 대부분인 듯싶다. 

현대인들이 그렇게 찾아가는 곳에 우리 민족의 역사와 맥을 함께해온 사찰이 있다. 자연 속에 머물러 있는 곳이며 절집이 주는 호젓한 분위기에 이끌리는 경우가 그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의 그런 행보에는 굳이 종교를 따질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우리 민족과 울고 불며 오랫동안 함께해 온 곳이기에 우리들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감성과 통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서 일 것이다.

‘암자로 가는 길’은 큰 사찰보다는 전국에 산재해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 온 조그마한 암자를 찾아 순례하는 마음으로 보고 듣고 깨달은 저자의 마음이 오롯하게 담겨있다. 암자란 본래 큰 사찰에 딸린 부속 사찰로 규모가 작은 절을 일컬어 부르는 말이지만 그곳 역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부처와 만나기 위해 구도의 삶을 살아가는 스님들의 수행 정진하는 도량이다. 규모가 작다보니 큰 사찰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 무엇이 있기에 암자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이 책은 전작 ‘암자로 가는 길’에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후속 작으로 발간한 책이다. 사계절에 맞는 테마로 구분한 서른 두 곳의 암자들이 독자가 그곳에 함께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생생한 화보와 함께 가고 오는 동안 마음으로 담아온 저자만의 깨달음을 담아 놓은 것이다. 그러한 암자는 모두 산중에 있다. 그것도 풍광 좋은 곳만을 골라 지은 듯 한결같이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암자에 거주하는 스님들은 백척간두에 서서 깨달음을 향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들이 머무는 암자를 닮아서인지 오히려 넉넉하고 여유로우며 세상 모든 것들을 가슴으로 안은 듯 여여한 모습들이다. 그래서 속세의 번잡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거나 찾아가고 싶은 곳들일 것이다.

‘암자 경험이 단순히 일상적 삶에서 잠시 벗어나는 충동적 기행에 머무르지 않고 쾌락과 유희에서 삶의 위안을 찾는 세속의 관행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재고시키는 것’이라는 암자를 찾아다니는 저자의 마음도 속세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설계하고, 나를 성장시키며 나를 사색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암자 나들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마음에 암자를 찾는 사람들이 굳이 종교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열린 마음으로 자연을 벗하고 그 속에서 자기 내면의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우리려는 마음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암자는 구도자의 수행공간으로 갇혀 있는 곳이 아닌 세상과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길 바래본다.

여러 곳의 암자를 방문하고 가는 곳마다 마음에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찾아갈 수 있는 지척에 있고 찾을 때마다 넉넉한 마음을 누릴 수 있는 곳 한곳 정도 정해두고 자주 찾을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조금은 더 편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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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 - 그리스 신화와 함께 읽는 토종 야생 들꽃 생태 기행
진종구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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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들꽃의 절묘한 어울림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며 오묘한 자연법칙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그 꿈은 사람이 담아낼 수 없는 한계를 뛰어 넘어서려는 소망을 담아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남아 신화나 전설 등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삶에 대한 위안과 미래를 개척해가는 지혜를 전해준다. 그러한 산화나 전설 등은 민족마다 자신들의 역사를 밝히는 근거로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그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화가 그리스 로마신화가 선두에 서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단군신화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그리스 로마신화만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재적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 ‘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는 들꽃과 그리스 신화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들꽃’과 ‘신화’의 조합은 자연의 섭리를 대표하는 신들과 인간의 소망을 연결시켜주는 꽃에 대한 가치부여를 통해 조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출발은 저자의 개인적 관심사였던 그리스 신화와 식물 생태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한다.

신화와 들꽃의 결합이지만 이 책의 내용상 중심은 단연 그리스 신화가 아닌가 싶다. 그리스 신화에 익숙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신화의 내용을 따라가기 벅찬 점도 있지만 저자의 흥미로운 설명으로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제우스를 비롯하여 올림프스 12신인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데메테르, 헤스티아, 아폴론,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디오니소스 등 다양한 신들 간의 사랑을 둘러싼 전쟁과 질투 등은 늘 흥미의 대상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꽃과 결부하여 꽃에 대한 의미를 더해주는 것이 묘한 결합미를 전해준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민통선 근처의 생태에 대한 관심과 어울려 분단민족의 비애를 한층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들꽃 탐방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겨울 쌓인 눈을 뚫고 봄소식을 전해주는 미치광이풀,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처녀치마를 비롯하여 천남성과 민들레, 깽깽이풀, 제비꽃과 더불어 꽃무릇, 상사화, 들국화로 이어진다. 저자의 관심은 이레 멈추지 않고 동쪽 바다 울릉도와 남서쪽 바다 거문도, 가거도 그리고 서해 북쪽 백령도로 이어져 계속된다. 섬에서 만난 들꽃으로 섬바디, 해국, 섬초롱, 섬말나리, 쑥부쟁이, 무릇, 며느리밥풀 잔대, 이질풀, 등골나물, 곰취, 모싯대, 대나물, 금방망이, 오이풀 등이다.

들꽃을 사랑하는 저자의 눈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섬세하게 드러나고 있다. 눈 쌓인 산과 비오는 산길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눈길을 사로잡는 들꽃들에 대한 감상과 더불어 점차 사라지는 꽃들에 대한 애잔함 그리고 개발과 환경보전에 대한 저자만의 시각이 담겨 있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태계 보전을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와 그리고 사람들의 생존과 맞물리는 부분에선 해법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저자의 그리스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지켜야할 사라지는 들꽃에 대한 애정이 직접 촬영한 생생한 사진과 더불어 가득 담겨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더욱 민통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점도 의미 있다. 하지만 생태 기행으로 들꽃에 대한 저자의 관심이 신화와 어우러질 때 다소 무리수를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점은 울릉도에 대한 이야기에서 더 그렇게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신화와 들꽃의 이야기를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 그것은 우리민족의 특수한 조건에서 어쩔 수 없이 형성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 민통선이라는 지역에 대한 가치 부여와 우리 땅에 피고 지는 들꽃에 대한 애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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