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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 - 그리스 신화와 함께 읽는 토종 야생 들꽃 생태 기행
진종구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신화와 들꽃의 절묘한 어울림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며 오묘한 자연법칙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그 꿈은 사람이 담아낼 수 없는 한계를 뛰어 넘어서려는 소망을 담아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남아 신화나 전설 등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삶에 대한 위안과 미래를 개척해가는 지혜를 전해준다. 그러한 산화나 전설 등은 민족마다 자신들의 역사를 밝히는 근거로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그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화가 그리스 로마신화가 선두에 서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단군신화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그리스 로마신화만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재적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 ‘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는 들꽃과 그리스 신화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들꽃’과 ‘신화’의 조합은 자연의 섭리를 대표하는 신들과 인간의 소망을 연결시켜주는 꽃에 대한 가치부여를 통해 조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출발은 저자의 개인적 관심사였던 그리스 신화와 식물 생태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한다.
신화와 들꽃의 결합이지만 이 책의 내용상 중심은 단연 그리스 신화가 아닌가 싶다. 그리스 신화에 익숙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신화의 내용을 따라가기 벅찬 점도 있지만 저자의 흥미로운 설명으로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제우스를 비롯하여 올림프스 12신인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데메테르, 헤스티아, 아폴론,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디오니소스 등 다양한 신들 간의 사랑을 둘러싼 전쟁과 질투 등은 늘 흥미의 대상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꽃과 결부하여 꽃에 대한 의미를 더해주는 것이 묘한 결합미를 전해준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민통선 근처의 생태에 대한 관심과 어울려 분단민족의 비애를 한층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들꽃 탐방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겨울 쌓인 눈을 뚫고 봄소식을 전해주는 미치광이풀,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처녀치마를 비롯하여 천남성과 민들레, 깽깽이풀, 제비꽃과 더불어 꽃무릇, 상사화, 들국화로 이어진다. 저자의 관심은 이레 멈추지 않고 동쪽 바다 울릉도와 남서쪽 바다 거문도, 가거도 그리고 서해 북쪽 백령도로 이어져 계속된다. 섬에서 만난 들꽃으로 섬바디, 해국, 섬초롱, 섬말나리, 쑥부쟁이, 무릇, 며느리밥풀 잔대, 이질풀, 등골나물, 곰취, 모싯대, 대나물, 금방망이, 오이풀 등이다.
들꽃을 사랑하는 저자의 눈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섬세하게 드러나고 있다. 눈 쌓인 산과 비오는 산길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눈길을 사로잡는 들꽃들에 대한 감상과 더불어 점차 사라지는 꽃들에 대한 애잔함 그리고 개발과 환경보전에 대한 저자만의 시각이 담겨 있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태계 보전을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와 그리고 사람들의 생존과 맞물리는 부분에선 해법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저자의 그리스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지켜야할 사라지는 들꽃에 대한 애정이 직접 촬영한 생생한 사진과 더불어 가득 담겨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더욱 민통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점도 의미 있다. 하지만 생태 기행으로 들꽃에 대한 저자의 관심이 신화와 어우러질 때 다소 무리수를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점은 울릉도에 대한 이야기에서 더 그렇게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신화와 들꽃의 이야기를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 그것은 우리민족의 특수한 조건에서 어쩔 수 없이 형성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 민통선이라는 지역에 대한 가치 부여와 우리 땅에 피고 지는 들꽃에 대한 애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