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시작하며 책과 함께할 시간이
무엇보다 기다려진 것이 사실이다.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을테지만 지난해 책과 함께한 시간동안
못다한 아쉬움이 있어 올 해는 그것을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1월...처음 계획했던 책은 자꾸 뒤로 밀리고
불쑥...끼어드는 책들이 있었다.
아마도 마음 한구석 무엇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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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1(2011-1-3) 뽀뽀 상자 
파울로 코엘료 등저/임미경 역 | 문학동네 | 2003년 08월 

11-002(2011-1-4) 내가 그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 현대문학 | 2009년 06월 

11-003(2011-1-5) 한시 미학 산책 
정민 저 | 휴머니스트 | 2010년 10월 

11-004(2011-1-7) 희망은 왔다 
조진태 저 | 문학들 | 2010년 12월 

11-005(2011-1-8) 리영희 평전 
김삼웅 저 | 책보세(책으로 보는 세상) | 2010년 12월 

11-006(2011-1-9) 막스 베버 
마리안네 베버 저/조기준 역 | 소이연 | 2010년 11월 

11-007(2011-1-10) 춘추전국이야기 3 
공원국 저 | 역사의아침 | 2010년 12월 

11-008(2011-1-10)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저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11-009(2011-1-12) 승자는 혼자다 1 
파울로 코엘료 저 | 임호경 역 | 문학동네 | 2009년 07월 

11-010(2011-1-13) 승자는 혼자다 2 
파울로 코엘료 저 | 임호경 역 | 문학동네 | 2009년 07월 

11-011(2011-1-14) 불쑥 너의 기억이 
이정하 저 | 김기환, 한정선 사진 | 책이있는마을 | 2011년 01월 

11-012(2011-1-15) 조선 전문가의 일생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편 | 글항아리 | 2010년 12월 

11-013(2011-1-17) 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마크 슈미트 저 | 김지양 역 | 인간희극 | 2010년 11월 

11-014(2011-1-18)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저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11-015(2011-1-19)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고형욱 저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11-016(2011-1-20) 백석 평전 
김영진 저 | 미다스북스(리틀미다스) | 2011년 01월 

11-017(2011-1-20)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시라이시 가즈후미 저 | 김해용 역 | 레드박스 | 2011년 01월 

11-018(2011-1-21) 풍요한 사회 
존 갤브레이스 저/신상민 감수/노택선 역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06년 08월 

11-019(2011-1-22) 바다와 커피 
원재훈 저 | 늘푸른소나무 | 2004년 12월 

11-020(2011-1-24)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조진국 저 | 해냄 | 2008년 11월 

11-021(2011-1-24) 새로운 자본주의가 온다 
스튜어트 L.하트 저 | 정상호 역 | 럭스미디어(럭스키즈) | 2011년 01월 

11-022(2011-1-25) 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저 | 권상미 역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11-023(2011-1-25) 왕후모살 
강범석 저 | 솔 | 2010년 08월 

11-024(2011-1-27) 강산무진 
김훈 저 | 문학동네 | 2006년 04월 

11-025(2011-1-28)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 저 | 좋은생각 | 2004년 02월 

11-026(2011-1-29) 상자인간 
아베 고보 저 | 송인선 역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11-027(2011-1-30) 추재기이 
조수삼 저 | 안대회 역 | 한겨레출판 | 2010년 11월 

11-028(2011-1-31) 아흔개의 봄 
김기협 저 | 서해문집 | 201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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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미학 산책]과 [추재기이]
안대회와 정민 선생님의 책이 기억에 남는다.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두 분만의 독특한 글 맛이 있어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된다.
더불어 책을 읽는 내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다.
[바다와 커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두 권은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새롭게 다시 보게되었다.
사람 마음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며 달라진 마음을 확인한다.
또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책도 있다.
인문사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전히 문학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당사자가 무엇을 보고 싶은 가에 따라 달라지리라.
세상도 자신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자 하는 책도
결국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닌지...

추위로 움츠렸던 겨울의 막바지 2월이다.
몸도 마음도 봄을 맞이하며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음속에 멀리서 오는 매화꽃 향기를 담을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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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개의 봄 -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
김기협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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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서 아들로 이어질 봄을 기다리다
모든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이 사람들의 관계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둘 사이 떨어진 거리는 그 사람과의 친밀도를 나타내며 일정한 시간동안 유지되거나 가깝게 또는 멀어지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 거리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정도가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심리적 거리가 더 크게 작용된다. 또한 이 거리는 자신이 설정해 둔 거리 이상 멀어지거나 가까워질 때 부담이나 불편 때론 이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거리를 인정하지 않은 관계가 있다. 사회적 관계에서 모든 사람들 사이에 유지되는 이 일정한 거리가 무시되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가 부부사이, 가족이다. 사람들이 현성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는 자의적일지도 모르지만 가족 그것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맺어지는 관계다. 이 일정한 거리가 무시되거나 인정되지 않아서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에는 답이 없다. 그렇기에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마음이 짐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관계는 언제나 어느 때고 아주 간단한 이유로 멀어졌던 거리가 무너지며 모든 것을 가슴으로 안아 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아흔 개의 봄’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가 바로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흔 나이에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에는 그 가족사의 모든 것이 담긴 듯하다. 굴곡이 많은 우리 현대사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안았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 중혼, 먼저 떠나 지아비를 가슴에 묻고 아들 삼형제를 키워온 어머니, 삼형제 사이 막내로 자라면서 어머니와 너무 먼 거리를 유지했던 아들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는 파주, 일산 등 병원과 요양원을 옮겨 다니게 된다. 물론 이는 자식들과 가족들의 편의에 의해서기도 하지만 결국 그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아흔 개의 봄’은 너무 먼 거리를 유지했던 아들이 어머니의 병원 간호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병 중 모습을 알려주기 위해 시작된 글쓰기였다. 하루 이틀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된 이 글쓰기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벽과 먼 거리를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둘 사이 마음에 쌓인 앙금이 여과되지 않은 채 그대로 담겨 있다. 어머니에 대한 불편했던 심사, 형들 사이 무엇인지 모를 이상기류, 너는 너무 멀리 있었다고 고백하는 어머니, 간병인과 어머니 사이의 일상,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며느리, 그리고 마음 따스한 어머니의 벗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있는 그대로 담겨있다. 무엇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그 너무 멀리 있었던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그저 아들의 도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시작된 병간호가 자신이 어머니를 생각했던 마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그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삶은 그 말대로 굵은 획을 그으며 살아온 것일지 모른다. 그 삶에서 아들과의 거리는 아들이 어머니가 스스로 만들었거나 둘 사이의 관계에 의해서 만들어져 온 것이리라. 이렇게 형성된 벽과 거리는 이제 서로가 인정하며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며 새롭게 정립한다. 그것이 간병하던 3년이 이 두 사람과 가족에게 어쩜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는 거리가 무시되기 일쑤인 가족관계도 일정한 거리를 필요하다. 그 거리를 인정할 때 보다 넓고 깊은 정이 쌓을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머니의 아흔 개의 봄은 아들의 봄으로 이어져 또 다른 봄을 맞이할 것이다. 두 사람이 그렇듯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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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기이 - 타고난 이야기꾼, 추재 조수삼이 들려주는 조선 후기 마이너리티들의 인생 이야기
조수삼 지음, 안대회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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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는 사람들 속에서 되살아난 조선시대
역사 속에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 시대를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사회적 한계로 인해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이 있었기에 역사는 이어지고 오늘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혜택이 있을 것인데도 말이다. 그렇기에 기록문화의 중요성과 의의가 새롭게 생각된다.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기에...

조선시대의 철저한 신분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 사회가 유지되고 사람들의 삶이 윤택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신은 하지 말아야한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 까지를 거부했던 시대가 조선이라는 신분제 사회의 단면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회의 주류로 자처했던 양반들 말고는 기록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 중에서도 몇 몇 사람들의 기록에 의해 살아나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살아나는 그들은 대부분 하층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며 양반들이 스스로에게 하용하지 못했지만 사회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었던 일에 종사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어느 사회나 예외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사람들을 기록한 사람이 있다. 당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불렸던 조수삼이 그 사람이며 그의 들려주는 조선시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재기이’가 그것이다.

조수삼(趙秀三, 1762~1849)은 조선 후기(영조, 정조, 순종, 헌종)때 사람이다. 정조와 순조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며 1500여 수의 시를 창작한 시인이다.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에서 중추적으로 활동했으며, 여항 시단을 비롯하여 당시의 쟁쟁한 사대부들과도 시를 통해 교유했다. 중인 출신이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에 벼슬을 하지 못하다가 여든셋이 되어서야 노인에 대한 예우로 진사시에 급제, 벼슬을 받았다고 한다. 청나라 사신을 보좌하며 여러 번 청나라를 오가며 청나라 문인들과 교류했으며 이 책 ‘추재기이’는 그의 말년에 손자에게 구술하여 남긴 저작이다. 남겨진 책으로는 ‘연상소해’, ‘추재시초’, ‘추재집’ 등이 있다.

‘추재기이’는 조선 영조와 정조 때 활동했던 당시 조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도둑, 강도, 조방꾼, 거지, 부랑아, 방랑 시인, 차력사, 골동품 수집가, 술장수, 임노동자, 떡장수, 비구니 등 모두 71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주류에서 밀려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저자 조수삼이 이들을 골라 이야기를 엮은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보인다. 바로 사회에서 소외 받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월등한 능력을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때론 추앙 받았던 사람들이라는 점과 이들 모두가 다른 사람들에게 따스한 인정을 폈다는 점일 것이다. 신분상의 한계로 남들의 선망을 받진 못하더라도 당당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따듯한 인간미에 중심을 두고 바라봤던 것이다.

그렇다면 조수삼이 자서에서 ‘인물의 옳고 그름이나 나라의 정사에 관련된 일은 한 가지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힌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자신이 처했던 중인 출신이라는 신분상의 제약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한다. 당시 조선이 철저한 신분사회로 주류인 양반 사대부들이 장악한 사회의 병폐나 모순에 대한 저자만의 반항적인 표출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 책을 번역 발간한 안대회는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또한 영조 정조 때의 조선시대 민간인들 사이에 흘렸던 생활모습 등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사회 밑바닥 층들의 삶에서 그들이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겼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소중한 자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이 조선에서 사라질 뻔 했던 사람들이 대한 기록이라는 의의를 가진다면 이는 옛 조선시대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분명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달라진 오늘날에도 사회 곳곳에서 몸을 낮추며 묵묵히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역시 이름 없이 살아질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조수삼의 ‘추재기이’에 담긴 사람들이 조선을 지탱했듯이 오늘의 그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든든하게 만들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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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인간
아베 고보 지음, 송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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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둔 상자는 자신이다
‘나’를 ‘나’로 규정할 수 있는 기본적 근거는 무엇으로부터 찾아야 할까? 사회적 관계를 떠나 ‘나’라는 존재를 규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상대적인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는 말로 ‘나’는 ‘타자’가 있을 때 비로소 규정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존재는 수많은 관계를 형성하는 그 속에서 비로소 하나, 둘씩 밝혀갈 수 있다는 말과 다름 아닐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관계는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자신을 규정하기에 때론 그 사회적 관계를 벗어난 자연인으로서의 자신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이런 사회적 관계를 벗어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다. 순전히 구경꾼 입장에서 세상과 사람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 말이다. 이런 마음은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강압적이면서 막중한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나타내는 인간형을 만들어낸 작가가 일본 현대 소설가로 ‘타인의 얼굴’, ‘모래의 여자’로 유명한 ‘아배 고보’다. 그는 ‘상자인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인간의 한 유형을 만들어 냈다. 

‘상자인간’은 버려진 골판지 상자를 거주공간으로 꾸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이 주거공간이 상자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상자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세상을 관조하는 상자 속 창문으로 그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본다. 상자인간이 존재하는 곳은 사회의 그늘지고 구석진 자리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않은 공간이다. 머리부터 허리까지 내려온 종이상자로 자신을 숨긴 채 세상을 표류하는 인간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사회적인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에도 등록하거나 소속되지 않는 것이다. 그 상자인간과 같은 상자인간들이 도시 속에 다수 존재 한다.

그 상자인간은 어느 날 공기총을 맞고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간다. 찾아간 병원에서 간호사로부터 종이상자를 팔라는 제안을 받지만 상자를 탐내는 사람은 간호사가 아니라 그 병원의의사임이 밝혀진다. 그 의사 또한 상자에 자신을 가두고 사는 상자인간이면 상자인간의 모습을 재현한 ‘가짜 상자인간’이다. 상자인간과 가짜 상자인간, 그리고 간호사를 둘러싼 이야기를 사이사이에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소설의 줄거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하다 끝을 맺는다.

‘상자인간’은 그의 소설 ‘타인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타인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감춘 가면을 쓰고 세상과 부인으로부터 도망한 한 남자의 이야기처럼 이 ‘상자인간’ 역시 상자라는 도구를 아용하여 사회와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그 세상과 사람들을 ‘엿보기’를 관조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혼란스럽고 때론 벅차기까지 한다. 작가 아베 고보는 이처럼 ‘가면’이나 ‘상자’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숨지만 그 세상을 결코 떠나지 못하는 인간의 속성을 밝히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가지는 속성 중 ‘훔쳐보고 싶은’ 욕망을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 어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속할 수밖에 없는 사회관계가 주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마음이 극대화 된 형태를 상자인간이라는 한 인간형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존재를 거부하고 고립을 자초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한 구석에서 서성이며 스스로 만들어낸 조그마한 창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이는 현대인들이 자신만의 벽을 쌓고 그 벽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고독과 외로움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현대인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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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 지음 / 좋은생각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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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이겨내게 하는 따스한 시인의 마음
글이 힘을 가진 때는 언제일까? 연일 유난히 추운 날이 계속된다. 추위는 어께를 움츠리게 만들고 따라 마음까지 닫게 만들어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벽을 만들어 내기일쑤다. 이렇게 세상과 격리된 느낌을 받는 날 짧은 글 한편에서 움츠린 가슴을 활짝 펼 수 있는 기운을 받는다면 그 글은 분명 힘이 있는 글일 것이다. 사람이 가슴을 움츠린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와 기온 차이 같은 외부의 작용도 분명 있겠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을 가둘 때가 아닌가 한다. 자꾸 세상과 유리된 느낌을 강요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글 한편이라면 너무 초라할지는 몰라도 분명 글이 주는 커다란 위안임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예전 기억을 되살려 다시 찾아본 글에서 그런 힘을 얻는다. 도종환이라는 시인은 나에게 먼저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 ‘접시꽃 당신’이라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 기억은 그의 시집보다는 재 상영 극장의 허름한 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보았던 영화 속 이미지다. 그 후 간간이 들려오는 그에 대한 소식에도 무덤덤한 기분이었는데 어느 날 이 책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를 접하곤 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는 시인의 산문 글이다. 그것도 몸과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강요된 휴식을 받아들여 산골에서 보냈던 1년이라는 시간동안 그가 함께했던 숲과 나무와 짐승 등 자연 속에서의 시인이며 동시에 자신과 소통을 통해 사색의 결과 얻어 마음 밭을 일구어 얻는 소중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시인은 특별한 눈을 가진 존재’임을 알게 하기에 충분하다.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고요히 있으면 물은 맑아진다’, ‘깊은 깨달음 쉬운 가르침’, ‘멈출 때가 되었다’ 이러한 주제로 묶인 시인의 사색의 결과는 ‘산문이 시와 다름 아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우리가 쓰는 언어가 이토록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지도 알게 한다. 이신이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고백하지만 그가 표현하는 글 속에 담긴 자연, 세상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다 담겨 있다고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러나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

그의 글에는 온기가 번진다. 그래서 이 겨울이 그리 춥지 않다. 자신의 애절한 마음을 가득 담았지만 결국 보내지 못하는 편지에 쏟아 놓는 마음은 역설적이게도 외로움이나 고독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내 가슴을 타인과 세상을 향해 활짝 열어버렸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또한 그의 글은 고요한 강물 같다. 자연과 세상 앞에 스스로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에서 스며드는 향기를 알 수 있듯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그의 글이 가진 진정한 힘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몇 십 년 만의 추위라고 한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마음은 이 겨울 타인과 세상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할지도 모른다. 소리 지르지 않지만 울림이 강한 한편의 글로 따스함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이 책으로 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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