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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 지음 / 좋은생각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울을 이겨내게 하는 따스한 시인의 마음
글이 힘을 가진 때는 언제일까? 연일 유난히 추운 날이 계속된다. 추위는 어께를 움츠리게 만들고 따라 마음까지 닫게 만들어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벽을 만들어 내기일쑤다. 이렇게 세상과 격리된 느낌을 받는 날 짧은 글 한편에서 움츠린 가슴을 활짝 펼 수 있는 기운을 받는다면 그 글은 분명 힘이 있는 글일 것이다. 사람이 가슴을 움츠린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와 기온 차이 같은 외부의 작용도 분명 있겠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을 가둘 때가 아닌가 한다. 자꾸 세상과 유리된 느낌을 강요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글 한편이라면 너무 초라할지는 몰라도 분명 글이 주는 커다란 위안임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예전 기억을 되살려 다시 찾아본 글에서 그런 힘을 얻는다. 도종환이라는 시인은 나에게 먼저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 ‘접시꽃 당신’이라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 기억은 그의 시집보다는 재 상영 극장의 허름한 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보았던 영화 속 이미지다. 그 후 간간이 들려오는 그에 대한 소식에도 무덤덤한 기분이었는데 어느 날 이 책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를 접하곤 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는 시인의 산문 글이다. 그것도 몸과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강요된 휴식을 받아들여 산골에서 보냈던 1년이라는 시간동안 그가 함께했던 숲과 나무와 짐승 등 자연 속에서의 시인이며 동시에 자신과 소통을 통해 사색의 결과 얻어 마음 밭을 일구어 얻는 소중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시인은 특별한 눈을 가진 존재’임을 알게 하기에 충분하다.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고요히 있으면 물은 맑아진다’, ‘깊은 깨달음 쉬운 가르침’, ‘멈출 때가 되었다’ 이러한 주제로 묶인 시인의 사색의 결과는 ‘산문이 시와 다름 아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우리가 쓰는 언어가 이토록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지도 알게 한다. 이신이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고백하지만 그가 표현하는 글 속에 담긴 자연, 세상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다 담겨 있다고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러나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
그의 글에는 온기가 번진다. 그래서 이 겨울이 그리 춥지 않다. 자신의 애절한 마음을 가득 담았지만 결국 보내지 못하는 편지에 쏟아 놓는 마음은 역설적이게도 외로움이나 고독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내 가슴을 타인과 세상을 향해 활짝 열어버렸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또한 그의 글은 고요한 강물 같다. 자연과 세상 앞에 스스로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에서 스며드는 향기를 알 수 있듯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그의 글이 가진 진정한 힘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몇 십 년 만의 추위라고 한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마음은 이 겨울 타인과 세상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할지도 모른다. 소리 지르지 않지만 울림이 강한 한편의 글로 따스함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이 책으로 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지 모르겠다.